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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님의 엉덩이 _ 어진이 칼럼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한 녀석이 늘씬한 여자들의 반나체가 들어 있는 달력을 하나 구해다가 벽에다 걸어 놓고, 쉬는 시간에 모여서 히히덕거리고 있었다. 저마다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들을 골라 놓고 자기가 고른 여자가 제일이라고 우기고들 있었다. 옆에 있던 한 동료가 내가 좋아하는 타입을 고르라기에 “거긴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없는데?”라고 했더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 보았다. 사실은 모두 하나같이 늘씬하고 잘 생겨서 난 도저히 고를 수가 없었다.

“난 좀 통통하고 좀 못 생겼어도 인정미가 있는 여자가 좋아!”했더니, 그 다음부터는 한 동안 뚱뚱한 여자를 보면 “야, 저기 어진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하면서 짖굿게 굴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여인상은 가날프고 늘씬한 편보다는 약간 살이 있는 편이 좋다. 아주 예쁜 여자보다는 좀 안 생겼어도 자상한 인정미가 흐르는 여자가 더 좋다. 아무 것이나 다 잘하는 반질반질한 여자보다는 좀 어리숙해 보여도 부담없이 대화를 나눌 수있는 여자, 아이들 잘 기르고, 살림 잘하는 여자가 더 좋다. 그래서 난 지금 모시고 있는 마나님과 결혼했는지도 모른다.

엔젠가 마나님이 “여보, 당신은 꽤 중매도 들어오고 주위에 여자들도 있었던 것 같았는데 왜 나하고 결혼했어요?”라고 입장 곤란한(?) 질문을했다. “뭘 물어 봐도 수집어서 대답도 못하기에 결혼하기로 했지.”라고 대답했더니 별로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사탕발림의 대답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 대답은 정말이었기에 진실을 이야기한 것 뿐인데… 마나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곧 후회를 했다.

이제 아들 셋을 낳고 10년 이상 같이 살았는데 뭐 어떠랴! 생각했는데, 여자들이란 역시 모를데가 있는가 보다. 융통성 없는 내 자신을 후회해 봤지만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여인상이 변하고 있다는데 있었다. 결혼생활 10년에서 오는 권태때문은 아니었다. 아이들 기르기, 남편 뒷바라지, 집안살림, 이런 것들을 잘하면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작년부터 서서히 불평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마나님께서 도대체 운동 비스무리한 것은 한 가지도 하는 것이 없는데 있었다. 그러니 아들 삼 형제를 기르는 애비의 노고가 말이 아니다. 일을 갔다오면 여름철엔 야구, 축구를 같이 해주어야 하고, 자전거를 같이 타도, 수영을 같이 가야 한다. 겨울철엔 학키, 스케이트, 썰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등등 바쁘다 바뻐!

공원이나 길가에서 늘씬한 다리에 사슴처럼 뛰는 이곳의 여인들을 보면 “야, 어떻게 저렇게 날렵하게 뛸 수가 있을까?” 그저 황홀해졌다. 이젠 아이들이 어지간히 커서 저녁식사 후에 아이들과 자전거를 탄다든가, 수영을 함께 가게 되면 처음엔 조용해서 좋다고 하더니 나중엔 자기도 같이 갔으면 하는 눈치지만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지 않은가! 누구의 잘못 때문에 저렇게 되었나? 생각해 보면 마나님의 잘못만은 아닌 것 같았다.

우리들의 어머님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마나님의 세대도 웬만한 가정이 아니면 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고 수영만 하드라도 말이 수영이지 그건 수영이 아니고 몸을 그냥 물속에 담그는 멱감는 것이었다. 내 경우을 생각해 봐도 동네 부자집 아이가 자전거를 세주고 빌려오면 동네 조무래기들 대여섯 놈이 그 자전거 뒤를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서 쫓아 다니다가, 부자집 아드님이 피곤해지시면 아귀다툼을 해서 한번씩 얻어탄 덕에 자전거를 배웠지, 내 자전거를 가진다는 것은 죽었다 깨도 불가능했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서 끝빨이 좋던 녀석이 둘이 있었는데, 하나는 부자집 아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우동집 아들이었다. 부자집 아들은 돈이 있어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었고 우동집 아들은 우동을 배달하는 자전거가 있었다. 실은 주먹으로나 빠리빠리하기로는 상대가 안되는 아이들이였지만, 종종 그 아이들의 눈치를 보아야만했던 어린시절! 마니님께서 자전거를 못 타시는 것 당연한 일이지!

어느 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땀을 흘리며 우루루 집으로 몰려 들어가니까, 시원한 soft drink를 내어 주면서
“여보, 나도 자전거를 배워 볼까?” 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가망이 없는 것 같았지만, 진실대로 이야기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터득한 나였으므로
“그래, 조금만 연습하면 당신은 배울 수 있을거야.”라고 대답했더니 얼굴에 활기를 띄웠다. 자기가 어렸을 적엔 고무줄의 명수여서 편을 가를 때면 누구든지 자기를 제일 먼저 뽑았다면서 자가의 저력을 응근히 과시했다.

다행히 나는 원래 남의 쓰레기를 좋아하기에 버리겠다는 자전거를 얻어다가 여기저기서 parts를 빼내 끼어 맟추고 기름을 쳤더니 그저 페인트가 약간 벗겨져서 그렇지, 멀쩡한 자전거가 된 것이 하나 있었다. 마나님을 불러다가 앉혀 놓고 안장을 적당한 높이에서 고정시켜 놓았다. 만약을 위해서 언제라도 발만 내리면 땅에 충분히 닿게 약간 낮게 했다. 아들들 삼대를 거쳐서 썼던 training wheel를 버릴까 하다가 그래도 쓸때가 있겠지 하고 놓아 두었던 것이 생각나서 “training wheel를 달아 줄까?”했더니 그 것만은 좀 챙피했던지 training wheel없이 배워보겠다고 했다.

대낮에는 아무래도 내가 자신이 없어서 어슬어슬해진 저녁에 둘째 놈을 학교에 정탐꾼으로 보냈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학교마당에 아무도 없단다. 절호의 찬스를 놓칠세라, 자전거를 끌고 학교로 갔다.아들 삼형제는 오지 말라고 해도 끝내 엄마가 자전거 타는 것을 보겠다며 부푼 가슴으로 따라 나섰다. 숙달된 조교로 부터 자전거의 원리, 안전수칙, 비상시의 대응책등을 간단히 듣은 후, 드디어 저전거 위에 올라 앉았다. 진지한 눈빛! 근엄한 얼굴! 말위에 올라 앉아 일전을 각오하는 여장군 같은 늠름한 자세! 말이 좀 더 컸으면 잘 어울릴텐데…

그 다음 순간 내 눈을 꽉 차지하는 것은 마나님의 엉덩이였다. 이상하게 마나님의 몸중에서 엉덩이만 확대 되어 내 시야를 꽉 채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난 여지껏 마나님의 엉덩이가 그렇게 크다는 걸 못 느꼈었다. 중압감에 타이어가 터질 것 같다. “여보, 뭐해요? 빨리 밀어 주지 않고.” 마나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망상에서 후닥딱 깨어나 자전거를 밀려고 해보니 도대체 잡을 데가 마땅치 않다. 안장은 온통 마나님의 엉덩이로 감싸여 있고 도무지 보이질 않으니…

겨우 한 모퉁이를 찾아서 밀어 보았다. 일 미터를 채 못가서 옆으로 넘어 갔다. 넘어질 때 살짝 발만 땅에 대면 될텐데, 두발은 자전거 폐달에 딱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온 몸의 무게, 그 중에서도 육중한(?) 마나님의 엉덩이 무게를 어떻게 해볼 재간이 없었다. 젖먹은 힘을 다해서 이쪽에서 바치고 저쪽에서 바치며 오분을 밀고 나니 도저히 더 못 밀겠다. 난 마나님의 엉덩이가 이렇게 무거운 줄 몰랐었다. 그래도 결혼식 후에 마나님을 가쁜하게 들어 안고 신방문을 열었었는데, 내 나이 탓일까? 아니면 애 셋을 낳더니 마나님의 엉덩이가 더 무거워졌는지 감을 못 잡겠다. 아들 녀석들은 쩔쩔매는 애비를 더 못 보겠던지 자기들끼리 자전거를 타고 옆 공원으로 살아져 버렸다.

집에 와서 몇가지 점을 지적해 주었더니 오히려 자전거에 대해서 불평이 대단했다. 자전거가 자기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우기 안장이 나빠서 자전거를 못 타겠단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안장이 너무 딱딱해서, 안장에 닿는 마나님의 고 부분(?)이 아파서 더 못 타시겠단다. 내가 탈때는 멀쩡하던 안장이 왜 마나님께서 타시면 그렇게 딱딱해질까? 궁리 끝에 두툼한 스폰지를 찾아서 안장을 싸고 아들들이 쓰던 training wheel을 달았다. 또 자전거를 좀 쉽게 밀려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긴 파이프를 손으로 잡기 쉽게 안장 뒤에 달았다. 다 끝내고 나니 아주 요상한 모양의 자전거가 됐다.

피눈물나는 여습이 약 두주간 계속됐다. 자전거의 parts중에서 제일 수난을 당하는 곳은 training wheel이었다. 90도 각도로 달아준 training wheel은 연습 후엔 여지없이 45도 각도로 휘어져 있었다. 어찌 마나님의 육중한 엉덩이의 무게를 강철로 만든 training wheel인들 감당하랴! 무릎이 깨지고 training wheel을 고쳐달기 몇번이었던가! 드디어 결단의 날이 왔다. 자전거에 부착했던 모든 것을 다 떼어 내라는 것이었다.

다음 날 저녁, 온 가족이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땅에 닿았던 한 발이 자전거를 밀면서 폐달위로 올라가는 순간, 자전거는 좌우로 심하게 휘청거리며 떠나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넘어지면 어쩌나?’ 휘청거리던 자전거는 제 궤도를 찾은 듯 학교 마당을 유유히 돌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나는 “와아~~~”하고 소리치며 손뼉을 치고 좋아했다. 학교마당을 대여섯 바뀌 돌고 자전거에서 내려오는 오는 마나님의 모습! 승전하고 돌아와 조랑말 위에서 내리는 늠름한 여장군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마나님을 위해서 아이들과 함께 축하 파티를 해 주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자전거를 탄다는게 아주 신기하고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식탁에서 신문을 뒤적이다가, 설거지하는 마나님의 뒷 모습을 쳐다 보았다. “그다지 큰 것 같지 않은데? 왜 그렇게 크게 보였지? 그거 참! 사람의 눈이 참 이상하군!” 혼자서 중얼거렸다. 내년 봄엔 딸라변을 내서라도 저 엉덩이에 잘 어울리는 천리마를 한 마리 사주리라! 오늘따라 마나님의 엉덩이가 더 sexy해 보이는 것은 갱년기 증세 초기에 나타나기 시작하는 추태 때문일까?


꼬리 글: 1986년 여름에 쓴 글입니다.

신문발행일: 2003-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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