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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판을 걷는다_설강 유장원( 캘거리 문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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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은 혼자 피지 않는다 들풀은 홀로 살지 않는다
많은 이름없는 잡것들과 그 밑에 파묻힌 거친 발자국들, 속상한 관절통과 바로 옆의 말랑말랑한 옹알이들, 찢긴 해고 통지서와 토끼들이 점점이 뿌리고 간 메마른 검정콩들이 세모의 겨울 들판에 섞여있다.
새 달력의 첫 장이 솟아 오른 첫 시각, 인간들은 불꽃을 하늘로 쏘며 소망을 값없이 재잘대고 차들은 경적을 어둠 속에 쏟아놓고 한 해를 더 묵힌 축배가 찰랑거릴 때
캄캄한 들판, 까칠한 예쁜 풀들과 검푸른 멍 자국들과 하얗게 퍼진 치료제, 꺼억 거리는 울음과 토닥거리는 바람이 천천히 서로를 돌아본다. 불꽃보다 더 환해진다. 희망들이 하늘로 올라 번쩍거리며 멸(滅)할 때 들판은 지나간 것들을 다 땅에 묻는다. 묻혀서 묵힌 것들이 다시 일어서면 새로운 한 해가 비로소 희망적이 된다.
새해는 소망을 하늘로 올려서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묵혀서 사라지는 한숨들과 어루만지다 스며드는 바람, 눈물을 닦아주는 두 손에서 희망적이 된다.
눈 덮인 들판을 걷는 새해는 언제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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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등록일: 2020-0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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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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