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 소설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_13 마지막 편>
13
안선생이 교실로 들어 가자 또 다시 축포가 터지고 꽃가루가 휘날렸다.
교실 전면에 또 하나의 “안정인 교장 선생님 정년 퇴임식”이란 벽보가
붙어 있고 교실 가득 학생들과 제자들이 앉거나 서 있다.
안선생이연단 쪽으로 오자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친다. 박수에 답례하는 안선생.
사회자가 안선생을 자리에 모신다.
“에~ 저희의 영원한 교장 선생님! 안정인 선생님의 정년퇴임을
아쉬운 마음에서 축하드리며, 에~ 식순에 따라 애국가 제창!
(좌중 우우!) 순국 선열에 대한 묵념(좌중 우우!)은 건너 뛰고
선생님께 저희가 마련한 조그마한 선물을 드리는 순서를
갖겠습니다”
초등학교 3,4학년쯤 보이는 두 소동 소녀가 선물 뭉치를 들고
나와 안선생에게 건네준다.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 이어지고 노부인은 또 연신 눈물을 찍어 낸다.
“에~ 그럼 우리의 영원한 선생님. 우리의 영원한 이야기꾼. 안선생님의
구수하고 감미로운 말씀을 청해 듣겠습니다. 박수~~”
안선생이 교탁에 오른다. 노부인은 또 눈물을 찍어내고…
안선생이 좌중들을 둘러보곤 숨을 한 모금 내쉰 뒤 말을 이어 나간다.
“근 40여 년을 넘게 지켜온 정든 교단을 막상 떠날 생각을 하니…
섭섭한 마음 이루 헤아릴 길 없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마음도 이루 헤아릴 길 없습니다.
제가 쓰다듬고 매질을 하고 품에 보듬었던 제자들이 사회에 나가
어엿한 성인이 돼서 이렇듯 고마운 자리를 마련해 주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짝짝짝)
(Pause) 어제 저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지나간 40여 년을 돌이켜 보면서 감회에 젖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서서 무슨 말을 할까?
혹시 주제넘게 여러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도 하게
되면 무엇을 이야기할까? (Pause)
저는 한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이제 제 친구의 슬픈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창 밖으로 굵은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려 쌓이고 창 문에 뿌옇게 서리가 끼자 꼬마 아이 하나가 뽀얀 입김을 불어 유리창을 닦아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