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 출생 전 3년간 캐나다 의무 체류해야 자격
2009년 이후 해외에서 출생한 자녀, 자동 시민권 부여


해외에서 태어난 캐나다 시민권자가 자녀를 해외에서 출산할 경우 자동으로 시민권을 물려줄 수 없다는 ‘2세대 컷오프’ 제도가 사라진다.
주로 이민자들에게 부당하게 적용되던 이 제도는 지난해 12월 온타리오주 고등법원이 헌장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당시 6개월 이내에 이 조항을 폐지하고 시민권법을 개정하라고 명령했다. (본보 2023년 12월 27일자)
연방 정부는 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고 시민권법을 개정키로 결정했다.
마크 밀러 연방 이민부 장관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해외에서 태어난 캐나다 시민권자 자녀에게 시민권을 확대하는 법안을 하원에 상정했다고 발표했다.
밀러 장관은 “현재의 시민권 제한 규정은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며 가족에게 용납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캐나다 시민권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1세대를 넘어 혈통에 따른 시민권을 확장하는 법안을 도입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이 법안으로 앞으로 외국 태생의 캐나다인 부모가 해외에서 출산한 자녀들은 자동으로 캐나다 시민권이 부여된다. 캐나다 부모에게 입양된 자녀도 동등한 자격을 얻는다. 예를 들어 캐나다로 이민해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 1세가 한국에서 아이를 낳거나 입양할 경우 그 자녀는 자동으로 캐나다 시민권자가 된다.
다만 법안이 발효된 후, 해외에서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한 캐나다인은 자녀의 출생 또는 입양 이전에 캐나다에서 최소 1,095일의 의무적인 거주 기간을 보내야 자격이 생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전 법안으로 이미 시민권을 상실했거나 취득하지 못한 개인의 시민권을 모두 회복시켜줄 방침이다.
법안 C-71이라 불리는 이 시민권법 개정안은 의회에서 통과되고 왕실의 승인을 받는대로 바로 실행될 예정이다.
2세대 컷오프 규정은 2009년 보수당 정부에 의해 제정됐다.
당시 이스라엘과의 전쟁 중 베이루트에 고립된 캐나다인 수만 명을 정부가 대피시켜 시민권자로 받아들였는데 이런 정부 조치에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대안으로 이 법안을 만들었다. 캐나다에 살기를 사실상 포기한 사람들에게까지 캐나다인의 권리를 주는냐는 비난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레바논 출신으로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뒤 모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의 자손들이었다.
‘2세대 컷오프’ 법안의 취지는 해외 출생자가 캐나다에서 시민권을 받은 뒤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 살면서 대대로 시민권을 물려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 법안으로 해외에서 태어난 수천 명의 캐나다인들이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이들은 ‘Lost Canadians’으로 불리는데 이들과 이들의 후손들도 이제 구제를 받게 된다.
이 법안은 캐나다 태생의 캐나다인과 외국 태생의 캐나다인의 차별을 두는 것이어서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안영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