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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가족 코미디) “아가야 니빵 내가 먹었다” _ 1
 
작가 : 이호성 (캘거리 교민)

싸가지 조봉남

이 이야기는 실화다. 내가 왜 먼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밝히냐면… 잠시 후부터 이야기의 중심이 될 이 남자 자체가 정말 실화라고 믿기 어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누구냐고? 그건 나중에 말 해야겠다. 우선 이 우스꽝스럽고 흔히 보기 힘든 남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미치겠다.

생긴 건… 아!! 왜 있지 않은가? 이름이… 우현이라고… 최근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정신 병자 역할로 잠깐 나오던데 내가 가장 떠오르는 건 시실리 2km에서 나온 띨띨한, 늙은 조폭… 그 사람하고 똑같이 생겼다. 나중에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그 사람이 주인공을 해야 한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난 것은 벌써 10여 년 전으로 올라 가야 한다. 그 때 난 지금도 이 사람이 일하고 있는 혜광 목욕탕이란 오래된 목욕탕에서 이발을 하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목욕탕 주인에게 앞발 뒷발 싹싹 빌고 있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때밀이 보증금을 때 밀어서 갚겠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겨?
내가 워치게 믿고?”

“그러니까 사장님 제가 도망 못 가게 여기서 먹고 자고 한다니께요~~”

그 말에 목욕탕 주인이 버럭 화를 낸다.

“(버럭)그거사 잘 때 엄써서 그런 거 아녀?”

몇 마디 듣지 않아도 완전 흥미가 땡기는 탓에 고개를 조금 돌려 두 사람을 보려 하다가 이발사 염씨 가위에 귓바퀴를 찔릴 뻔 했다. 그래도 가자미 눈깔을 해 가지고 스캔 한 결과 이 친구가 갈 곳이 없어 때밀이로 혜광 목욕탕에 빌붙을 흥정 중이란 것 알아 차렸다.

그런데 그 흥정이란 게 골 때렸다. 한마디로 다 자기 부탁 들어 달라는 소린데 입으로 내뱉는 투는 무슨 대단한 계약 성사 시키는 바이어 같았다.

그렇게 그 날은 더 이상 내 이상한 호기심을 채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 왔는데 일주일 후 다시 가 보니 그 사람이 목욕탕 안에서 황토색 아줌마 빤쓰를 입고 파란 이태리 타올을 손에 칭칭 감은 채 그 특유의 싸가지 없는 미소를 앞세우고 나를 맞이 하고 있었다.

어서 옵쇼~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무조건 나를 끌어 당겨 때밀이 테이블 위에 내동댕이치더니 때 도구(?)를 챙긴다. 황급히 때 밀 생각 없다고 이야
기 했더니 앞 이빨 윗층 오른쪽으로 세 번째 금 이빨까지 들어내며 금니빨을 깠다.

“프로모숑 써비스 기간 입니다요~”

거기까진 좋은데 그 후 슬쩍 내 아랫도리를 훔쳐 본다. 그 눈빛… 참…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더럽다. 그렇게 별로 좋지도 않은 때밀이 솜씨에 내 몸을 맡기
면서도 난 몇 가지 사실을 알아내 내 호기심을 충족하였다.

이 싸가지 이름은 조봉남 이었다.

나중에 김봉남이 앙드레 김 선생님의 본명이란 걸 알았을 때,
자신은 세신 디자이너라고 수없이 지랄을 떨었다. 나이는 당시 48세. 때밀이
현역으로 등단하기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였다.

이 후 10년 간…. 이 싸가지는 우리 동네 대표 싸가지 왕소금으로 자리 잡았다. 단언컨대, 이 싸가지에게 단 돈 10원짜리라도 얻어 먹은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다. 그 전 우리 동네 대표 싸가지에 왕소금 자리를 고수해 왔던 복덕방 구씨 할배도 단 한번의 승부로 수십 년 지켜 왔던 왕좌를 눈물을 머금고 내 줄 수 밖에 없었다.

싸가지 지갑에서 돈이 나오는 걸 본 사람이 없다. 잠은 목욕탕 이발소 옆 쪽방에서 자고 밥도 그 전 때밀이가 두고 간 손잡이 부러진 전기 밥솥으로 해먹는다. 쌀도 사는 게 아까워 마을 어귀 쌀집에 쌀 들어 오는 날, 쌀가마니들를 창고에 부려주고 얻어 먹는다.

반찬은 오직 하나 김치인데 그것도 마을 시장을 두리번거리다 주어온 배추 시래기를 대충 소금에 절여 고추가루 찔끔 뿌려 먹는다. 그렇다고 싸가지의 영양상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특유의 기술로 영양 보충을 하기 때문이다.

복덕방 구씨 할배와의 전쟁도 구씨 할배네 복덕방에 손님이 와서 눈물을 머금고 시킨 탕수육을 시간 맞춰 들어가 우연히 온 것처럼 연기하며 처먹어 댔던 싸가지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손님이 빈말로 같이 먹자고 하자 반색을 하고 달겨 들었는데 구씨 할배가 처먹지 말라고 뒤에서 수 십대를 퍼부었건만 그 와중에 열 조각 가까이 입에 처넣었다니 대단한 인간 아닌가?

목욕탕에서 파는 맥반석 달걀이 오래돼 버리려던 걸 처먹어서 다 죽도록 뻗어 있는 걸 병원으로 옮겼더니 설사로 다 빼내면 되는데 병원으로 옮겨 놨다고 지랄 치며 때려 죽어도 병원비 못 내겠다 해서 할 수 없이 신고한 이발소 염씨가 지갑을 열었었다.

좋다. 때밀이에게 뭐 얻어 먹자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이 싸가지는 때 미는 것부터 다르다. 뭐 세신에 리드미컬을 가미 했다나?

우선 때밀이 벨을 누르면 “어텐션 프리즈~”라는 공항에서 들을법한 안내 방송이 나온다. 여기서 안내 문구를 잘 듣지 못하면 본 방송에 가서 혼줄이 난다. 조심해야 한다.

때밀이 수건을 손에 낀 채 박수를 두 번 치면 잽싸게 석쇠 위 꽁치 뒤집듯 홀라당 몸을 뒤집어 줘야 한다. 등판을 밀겠다는 소리다.

거기다 몸을 뒤집은 후 행여 몸이 테이블에서 삐져 나가면 마치 항공모함 위의 비행기 정리사 몬양 오케이~~ 왼쪽으로 쫌 더…. 등등 요리 재고 조리 재며 정렬(?)을 시키곤 지 맘에 들어야 그제서야 때를 밀기 시작한다.

나중에 동남아시아 불법 체류자들이 몇 명 목욕탕을 찾기 시작하자 이 짓을 영어로 지껄이기도 했다. 지랄하고 있는 거지..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 낡은 목욕탕 앞에 신식 사우나가 들어서자 서서히 이 싸가지의 박수 소리에 몸을 뒤집어 주는 사람이 줄어 들었다. 가끔 50프로 세일 받은 할아버지들이 끙끙 소릴 내며 뒤집어 주는 게 전부였다

문제는 손님이 줄어 들었다는 것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앞집 사우나로 발길을 돌리자 사장님이 다급해졌다. 거기다 젊은 놈이 맨날 때밀러 오길래 참 돈 많은 놈인가 부다 했던 바로 그 자슥…

몸뚱아리는 비쩍 말라 이태리 타올 롤링질이 잘 안 먹혔던 바로 그 자슥이 목욕탕 사장님께 제안을 했다. 때밀이를 2교대로 하고 자신을 써주면 상당액의 보증금을 내지르겠다고…

그 빼빼 마른 그 자식을 죽여버리겠다고 탕 안의 바가지를 발로 후려 갈기던 싸가지 조봉남이 사장님 한마디에 유칼리 나무에 매달려 주구장창 나뭇잎만 깨무는 순한 코알라가 되어 버렸다. 사장님이 2교대로 하는 대신 싸가지에게는 보증금을 더 안 받겠다고 배려 하신 것…

하지만 빼빼 며루치에게 남은 앙금마저 사그라진 것은 절대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요 빼빼 며루치가 자신은 맞교대 하는 동등한 개인사업자라
며 “좃씨 좃씨” 싸가지 조봉남을 보길 거지 똥꾸멍이 낀 콩나물 보듯 한다.

조선생, 미시타 조 등등 하고 많은 좋은 존칭이 있는데 이 자식은 끝끝내 “좃씨”를
고수한다. 좋다 이거야… 조씨라 하면 되는데 꼭 된발음을 하냐 이거야…

하루는 맞교대 바로 전에 손님이 때를 밀어 달라해서 이 사람을 누가 미느냐로 대치가 시작되어 쑥탕과 소금탕을 사이에 두고 바가지를 날리며 몇 차례 주고 받더니 급기야 손님의 몸뚱아리를 반씩 미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 지기도 했다.

세신이 끝난 후 세신비 만 원을 가지고 또 한바탕 붙었는데 싸가지 조봉남이 며루치에게 맞은 것처럼 헐리우드 액션을 쓰며 넘어지곤 경찰 부른다고 생지랄을 쳐 겨우 5,500원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후론 싸가지와 며루치가 서로 조심하며 도발을 자제했는데 피할 수 없는 대치 상황에선 눈빛으로 서로 견젹을 낸 후 때미는 시간에 방해가 될 것 같음 암묵적으로 그냥 넘어 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난 그래도 빼빼 며루치 보단 싸가지 조봉남이 더 좋았다. 뭐 더 인간적이라던가 착한 일을 더 해서라든가 그런 논리적 이유가 아니라 그냥 이 싸가지를 보면 웃음이 나왔다.

참 묘하게 생겼다. 웃기게 생겼다. 거기다 생긴 그대로 논다고 남을 위해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 그것도 우습다. 어느 날은 구석에 앉아 졸고 있는 싸가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쪼개고 있는데 어느새 잠에서 깨어난 싸가지가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다음주에 계속)


기사 등록일: 2021-04-15
운영팀 | 2021-04-15 2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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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문협 신춘문예 당선작품입니다. 앞으로 매주 1회 연재됩니다. 작품을 CN드림에 기고해주신 이호성님께 독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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