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타가 정말 캐나다를 떠날 수 있나”…주민투표만으론 독립 못 한다
연방 협상·헌법 개정·원주민 권리까지…분리독립 현실화엔 높은 장벽
금요일 캘거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수상이 연설을 마친 후, 직원들이 연단에서 안내판을 치우고 있다. (사진출처=The Canadian Press)
(안영민 기자) 앨버타주의 분리독립 논란이 다시 불붙으면서 캐나다 안팎에서는 “주(州)가 정말 캐나다를 떠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법 체계상 주민투표 결과만으로 곧바로 독립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분리까지는 복잡한 헌법 절차와 연방·주정부 간 협상이 필요하다.
현재 다니엘 스미스 앨버타 주수상은 오는 10월 주민투표에서 “앨버타가 캐나다에 남을 것인지, 아니면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 절차를 시작할 것인지”를 주민들에게 묻겠다고 밝힌 상태다. 즉, 이번 투표 자체가 즉각적인 독립 찬반 투표는 아니라는 의미다.
캐나다에서 주의 분리독립 절차는 1995년 퀘벡 독립 주민투표 이후 마련됐다. 당시 퀘벡은 독립안이 불과 1%포인트 차이로 부결되면서 국가 분열 위기가 현실화됐고, 이후 연방정부는 연방대법원 판단과 ‘클래러티 법(Clarity Act)’을 통해 분리 절차 기준을 제도화했다.
∎ “주정부 단독 독립은 불가능”…연방 승인 없는 분리는 현실성 낮아
1998년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어떤 주도 일방적으로 캐나다에서 탈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신 주민들이 ‘명확한 질문(clear question)’에 대해 ‘명확한 다수(clear majority)’로 독립 의사를 표시할 경우, 연방정부는 협상에 나설 정치적 의무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이후 제정된 클래스러티 법은 연방 하원이 주민투표 문항이 충분히 명확한지, 또 찬성 결과가 실제 협상을 시작할 정도의 명확한 다수인지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문제는 ‘명확한 다수’의 기준이 숫자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 과반(50%+1)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법안을 설계한 스테판 디옹 전 연방장관은 CBC 인터뷰에서 “단순 과반만으로 국가 분리를 논의하기엔 너무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설령 주민투표에서 독립 추진 쪽이 승리하더라도 이후에는 연방정부뿐 아니라 다른 주정부들과의 협상이 필요하다. 독립이 현실화되면 연방 의석 배분, 국가 부채, 공무원 체계, 군대, 여권, 경제 시스템 등 국가 구조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한 개 주의 이탈은 나라 전체의 헌법 구조를 흔드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 원주민 권리·국제 승인도 변수…“정치적 압박 카드” 시각 우세
앨버타 분리독립 논란에서 특히 민감한 부분은 원주민 권리 문제다.
최근 앨버타 법원이 분리독립 청원 절차를 중단시킨 것도 원주민과의 협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캐나다 헌법 35조는 원주민 및 조약 권리를 보호하고 있으며, 정부에는 원주민 공동체와 협의할 의무가 있다.
전문가들은 1998년 당시보다 현재는 원주민 권리 관련 판례가 훨씬 강화됐다고 본다. 실제로 일부 원주민 조약 지역은 주 경계를 넘어 존재하기 때문에, 독립이 추진될 경우 영토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테판 디옹 전 장관은 “설령 독립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현재 주 경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앨버타가 연방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독립 선언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낮다는 평가가 많다.
캐나다 연방대법원 역시 국제법상 ‘자기결정권’을 인정받으려면 특정 집단이 시민권을 박탈당하거나 억압받는 상황이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캐나다는 그런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결국 독립 선언이 실제 국가로 인정받으려면 국제사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연방정부 반대 속에서 앨버타가 국제적 승인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스페인 카탈루냐는 2017년 독립 선언 이후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했고, 코소보 역시 지금까지 완전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따라서 이번 앨버타 주민투표를 “즉각적인 독립 절차”라기보다, 연방정부와의 권한·자원 배분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