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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찻잔이되자

작성자 박수잔나 게시물번호 -1118 작성일 2005-02-20 23:56 조회수 1854

우리 서로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각자의 빛깔과 향기는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아줄 수 있는

꾸밈없는 순수로 서로를 보는

블랙의 낭만도 좋겠지만

우리 딱 두 스푼 정도로 하자

첫 스푼엔

한 사람의 의미를 담아서

두 번째엔 한 사람의 사랑을 담아서


우리 둘 가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슬픔이

모두 녹아져 없어질 때까지

서로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젓는

소중한 몸짓이고 싶다

쉽게 잃고 마는 세월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조금씩

식어가고 있겠지만


그 때는 이렇게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

모자람없는 기쁨일 테니

우리 곁에 놓인 장미꽃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우리를 부러워할 수 있도록

언제까지나 서로를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각자의 빛깔과 향기는 인정하면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아줄 수 있는

서로에게 숨겨진 외로움을 젓는

언제까지나 서로를 마주보는 찻잔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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