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오전 회의가 끝나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나는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써 경악을 금치 못할 촌극을 보았습니다. 한인회는 종교단체가 아닌 데 어떻게 기독교인이 장황한 식사기도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인사회에 기독교인의 숫자는 약 30% 정도됩니다. 설상 한인회 회원의 다수가 기독교인이라해도 한인회는 기독교를 위한 단체가 아닙니다. 기독교식으로 한인회를 운영하려면 기독교인들만 회원으로 받아들였서야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인회가 아니라 교회이름을 내걸어야 할 것입니다.
한인회 회원의 100%가 기독교인이라해도 한인회는 기독교 단체가 될 수 없습니다. 한인회는 종교와 정치와 사상을 넘어서는 민주적이고 포월적인 단체입니다.
앞으로 한인회에서 반드시 기도를 하고 싶으면, 불교인, 회교도인, 기독교인, 무종교인, 무신론자, 유신론자...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궁금한 점이 있는데, 혹시 비빔밥과 다과를 주로 교회 사람들이 준비한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했더라도 일반 비종교적인 모임에 기도를 한 것은 매우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또 한가지 더 궁금한 점이 있는데 식사 자원 봉사하신 분들 거의 여성님들 아니었나요? 서양인 교회든 한인 교회든 다과를 다 여성 어르신들께서 준비하시더군요. 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쑥스럽지만 페미니즘에 상당히 공감하는 사람으로서 식사준비 같은 것, 남성 여성 성비가 50대 50으로 정도 되면 참 좋을 것 같군요. 앞으로 식사 등등 여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모임은 사절해야 할 것 같아요. 한인회 회장도 여성이 많이 나오면 좋겠군여!
* 필비님의 언급이 있어서 그런데요. 기독교적 고통의 메조키스트적 특성에 대한 비판적 글은 독일 여성 신학자 도로테 죌레의 [Suffering](1975)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The Religious Brain: A Default Setting?"
https://www.psychologytoday.com/ca/blog/your-brain-politics/201210/the-religious-brain-default-setting
위의 글에서 "teleological fallacies"란 말이 와닿는군요. 좌든 우든 목적론적 신념(teleological or purpose-oriented thinking)이 강한/분명한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