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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작성자 philby 게시물번호 11821 작성일 2019-05-01 22:35 조회수 3200

양복이 딱 두 벌 있다. 결혼식장 갈 때 입는 것, 장례식장 갈 때 입는 것. 오늘은 장례식장 갈 때 입는 양복을 입었다. 장례식은 어떤 서양교회에서 있었다. 교회 입구에서 마침 처형을 만났다. 처형하고 같이 앉아 장례 예배 보는 것도 처음이다.

고인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려고 애썼고 재미나게 살려고 노력했다.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영혼이 천국으로 갈 것을 믿어 남은 사람들에게 슬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장례식이 끝나고 아는 사람들 하고 인사도 하고 했는데 처형하고 앉아 같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 중에 교회 이야기가 나왔는데 처형은 일정한 종교가 없다. 가끔씩 성당 가고 기분 내키면 교회도 가물에 콩 나기로 한번씩 가고 절에 가서 불공 드릴 때도 있다. 

처형이 내게 지금도 교회 다니냐고 묻는다. 서양 연합교회 가끔 다닌다고 했더니 "교인이 줄지요?" "네 노인들 밖에 없는데 제가 젊은 축에 속합니다." 처형 가라사대"나는 교회를 안 다녀 모르겠는데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고 하는 교회, 미친듯이 열광하며 찬송 부르는 교인도 늘고 번성하는데 연합교회 같은 교회는 교인이 줄거에요."

"원인이 뭘까요?" "나 보다 XX 아빠가 더 잘 알겠지만 세상이 반드시 논리나 이성대로 되는 것 같지 않아요. 젊었을 때는몰랐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그런 걸 느끼겠어요."
바둑 훈수 두는 게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잘 보인다고 교회 안 다니는 사람 눈에 부흥하는 교회, 몰락하는 교회가 더 잘 보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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