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무신론자인데 (즉 유물론자) 도무지납득이 되지 않는 종교인들의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오늘 와인 세잔을 걸치고 쓰는 이글은 이런 주장을 오늘 직접 듣고 다시한번 짜증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신은 믿는 신이 없고, 종교가 없다면 당신의 도덕성은 과연 어디서 오느냐”는 겁니다. 저는 아무리 아무리 힘차게 생각해도 종교가 없고 신의 존재를 거의 완벽히 부정하는 제가 도덕성을 완전히 상실한 인간말종은 아닐거라는 생각을 굳히고 되었고, 그러므로 자신의 도덕성의 근본은 자신이 믿는 종교에서 나온다는 분들에게 그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무신(유물) 론자도 도덕과 예절을 압니다” 라고요.
(예전에 김정일 위원장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이런 비슷한 말을 한걸로 기억을 합니다만…)
만일 종교인들이 자꾸 이런 말로 우리 건전한 무신론자들을 자극하면 저는 “공격적인” 무신론자 샘 해리스의 말로 돌려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이사람의 아래에 인용된 *거의* 모든 포인트에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번역인용) “캐톨릭 교회를 생각해보세요. 이조직은 성직자가 되려는 여자는 쫓아낼려고 하고, 아이들을 강간한 남자성직자들은 쫓아내는걸 주저합니다. 이조직은 인종청소를 막아내려는 노력보다는 피임사용을 막아내려는 캠페인을 더 중시합니다. 이조직은 핵확산보다는 게이들이 결혼하는것에 대해 더 우려를 나타냅니다. “도덕성”이라는건 인간과 동물의 wellbeing 과 관련되어야만 한다는 걸 생각해보면, 이 조직은 그들이 우주천체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것 만큼 도덕성에 대해서도 거의 같은 정도로 아는게 없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종류의 도덕성을 제공하고 있는것이 아닙니다. 어떨땐 아주 “잘못된” 도덕성을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도덕은 인류의 복지에 기초한 보편적 가치에서 나오는거지 누구들만의종교에서 나오는것이 아닙니다. 하물며, 어떤 종교적 가치는 명명백백히 보편적 도덕가치에 반할 수 있다는걸 알아 주셨음합니다.
도덕성이 종교에서 나온다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잘못된) 생각을 하시는분들께 무신론자가 올립니다. – 토마 올림

저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네러티브라고 보고 있습니다. 네러티브란 과학적 내용까지도 자신의 의미체계로 끌어들이는 힘으로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지 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도구니까요. 기독교인들이 무신론자가 도덕성이 낮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이 분들은 성서라는 텍스트가 만들어 내는 규범적 삶의 가치를 절대화시키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반대로 규범적 도덕적 기준이나 가치판단을 가급적으로 보류하고 보다 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과학적 무신론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에게 나의 희생에 보상적 위안을 주는 규범적 가치가 없다면 과연 나를 버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월남에서 스님들이 분신공양을 한다든가 일본의 가미가제처럼 목숨을 거는 애국심은 나름대로의 절대적 규범에서 나오니까요. 이런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민중과 더불어 민중적 삶을 살기 위해 이른바 현장으로 가게 하는 삶의 가치 역시 규범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전태일 열사의 삶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자기를 희생하고 타자를 위한 삶의 동기 유발은 자기가 경험한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져서 나를 그 속에 투신하게 하니까요. 혁명운동을 하는 전사들도 이러한 규점적 가치의 모방 또는 전염을 통해서 자기 보상이나 의미체계를 갖는다고 저는 봅니다. 모방 또는 미메시스라고 할까요. 문예비평가 르네 지라르도 그런 것을 이야기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이러한 생각은 칼 포퍼같은 과학자의 견해라기 보다는 칼 만하임이나 피터 버거같은 지식사회학적 구성주의자로 한 것인데 저의 이러한 입장은 얼마든지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전에 언급한 크리스챤 스미쓰의 책 [Moral, Believing Animals]라는 하는 책에서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타지에 넷북을 가져와서 여관에서 자판을 두드리는데 느려 터져서 이정도로 마쳐야겠습니다. 저의 아이가 맥북을 빌려 준다고 했는데 서둘러 오는 바람에...네일은 좀 바쁠 것같습니다.
타지가 어딘지 모르지만 약간 부러워집니다. (놀러가신건 아닌거 같은 느낌이지만요.) 재밌게 지내다 돌아오셔요.
참, 글고 그 카톨릭 선생이 말씀하시기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스스로 자기를 종교적으로 음치 (tone-deaf)라고 하면서도 종교에 대해서 잘 알고, 쌤 해리스는 스스로 종교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면서 실은 종교적으로 음치라고 농담을 하시더군요. 80이 다 되어가는 분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 보면 늘 감동받습니다. 이 분은 벌써 해리스의 신간인 그 책을 다 읽으셨더군요. 저야 그런 책이 중고 시장에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정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