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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년 음력 3월12일

작성자 Beeho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4319 작성일 2011-07-13 22:47 조회수 2730

                   1623년 음력 3월 12일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자리,
              권력을 잃고 누운 자는 말이 없다.
              왕릉엔 태극 문양 달린 홍살문,
              우뚝 선 정자각(丁字閣)과  힘찬 석인상(石人像)도
              보이지 않는다.
              무덤속 잠든  숨소리는
              짙푸른 숲과
              애끊는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수채화도 선사하지 못한다.

              어디서 날아온 호랑나비
              님의 혼령이  눈앞에 펄럭였지만
              숨겨놓은 님의 뜻 알 수 없어
              눈동자는 죽고 입술은 굳어져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무덤가 소나무에 조용히 어둠이 내려오니
              그 옛날 절망의 목소리를
              밤부엉이가 대신 울어준다.

              1623년 음력 3월 12일!
              통곡에 통곡을 더해 칼로 저민 바다에서
              역사의 뱃머리  되돌릴 수 없음을  한탄한다.
              그의 목소리 들려온다
              입술에 꿀을 바르고 더러운 뱃속에 칼을 숨긴
              쪽발이와 되놈을 항상 경계하라!    



               -----------------------------------------------------------------              광해군은 역사에 패륜아로 기록되어있지만 역사는 승자        
             의 기록! 정치외교에 달인이었던 그가 패위되지만 않았다면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화냥년(환향녀:還鄕      
             女)이나 호로자식(胡虜子息)이란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
             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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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ho  |  2011-07-13 22:53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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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아프리카님이 올려 달라고 한, 광해군을 추모하며 쓴 제 詩입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1-07-14 01:58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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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을 두고 시까지 쓰시다니 대단합니다. 조선사회가 효를 중심으로 한 군주제였기 때문에 왕권은 기실 유학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정도의 힘밖에 없었다고 저는 봅니다. 광해군은 이러한 유교 엘리트의 전반적 지지를 얻지 못했던 불행한 왕이었을 수도 있구요. 역사는 어떤 형태든 승자의 기록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사를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면, 새로운 역사적 구성은 불가능합니다. 고조선에 대한 역사적 구성도 같은 맥락이고 이승만 박정희도 같은 맥락이겠죠. 함께 나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올림
Beeho  |  2011-07-14 23:08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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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아프리카님! 제 詩를 읽어주고, 덧글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시만 올리면, 독자분들이 짜증을 낼 것 같아, 세조대왕에 관한
시는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thenatos  |  2011-07-15 11:00    지역 Cal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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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비호님 대단하세요.0)0* 역사 속의 인물로 시를 쓴다는 건 정말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를 접하니 정말 대단하시다는 감탄 밖에 안 나오네요. 이러다 저 비호님의 왕팬 될꺼 같아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