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3년 음력 3월 12일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자리,
권력을 잃고 누운 자는 말이 없다.
왕릉엔 태극 문양 달린 홍살문,
우뚝 선 정자각(丁字閣)과 힘찬 석인상(石人像)도
보이지 않는다.
무덤속 잠든 숨소리는
짙푸른 숲과
애끊는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수채화도 선사하지 못한다.
어디서 날아온 호랑나비
님의 혼령이 눈앞에 펄럭였지만
숨겨놓은 님의 뜻 알 수 없어
눈동자는 죽고 입술은 굳어져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무덤가 소나무에 조용히 어둠이 내려오니
그 옛날 절망의 목소리를
밤부엉이가 대신 울어준다.
1623년 음력 3월 12일!
통곡에 통곡을 더해 칼로 저민 바다에서
역사의 뱃머리 되돌릴 수 없음을 한탄한다.
그의 목소리 들려온다
입술에 꿀을 바르고 더러운 뱃속에 칼을 숨긴
쪽발이와 되놈을 항상 경계하라!
----------------------------------------------------------------- 광해군은 역사에 패륜아로 기록되어있지만 역사는 승자
의 기록! 정치외교에 달인이었던 그가 패위되지만 않았다면
병자호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화냥년(환향녀:還鄕
女)이나 호로자식(胡虜子息)이란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
란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시만 올리면, 독자분들이 짜증을 낼 것 같아, 세조대왕에 관한
시는 다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