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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작성자 내사랑아프리카 게시물번호 4424 작성일 2011-08-18 16:15 조회수 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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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내사랑아프리카

 

몸을 뒤척이다가
잠들어
깨어나
살아있다는 안도에도
죽음에
이르는
병.

다시는
못볼 그대
되돌릴 수 없는
운명의 눈물 머금어
쓸어내린
여윈
가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듯
한여름밤의 불꽃 시들고
풍상으로 헤진 처마위
홀로
떠도는
조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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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영토  |  2011-08-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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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界의 한 부분을 살라버린 듯한
한 여름밤의 불꽃은 그렇게 사그러 들고
서늘한 바람과 공허한 하늘에 떠도는 달그림자에
어느새 가을밤도 서서히 내려앉습니다.

우리의 생이 수시로 살아있슴을 확인하며
끝없는 고뇌의 연속속에 영글어 가는 열매를 얻 듯
자연을 이어가는 시간(가을밤)도
풍상으로 조각달을 밀어내며
세월을 엮어내고 있군요.

이 가을밤 내사랑 아프리카님의 시혼도
깊고 푸르러짐을 느끼며
감상에 깊게 머물다 갑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1-08-20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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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영토님,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댓글 감사합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시를 쓸 줄 모릅니다. 요즈음에 이런 엉성한 글이라도 가끔 써보고 싶어지더군요. 뭐랄까, 꽉찬 산문에 숨이 막힐 때 비워두고 싶은 여백처럼요.

제 1연은 키엘케골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원용\"해서 저의 경험적 해석으로 삶의 허망함을 정리한 것이고, 제 2연은 삶의 불가역성, 즉 되돌이킬 수 없슴의 회한, 마지막 연은 허무를 사는 solitude를 조각달로 형상화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는군요. 하지만 이렇게 용기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마지막 여름, 잘 보내십시오. 아프리카 올림
0525  |  2011-08-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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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싱싱하게 살아 있어도 가을이 오면 낙엽으로 병들어야 하는 몸
아무리 통곡해도 다시는 해후할수 없는 삶속의 너와 나
그래도 변함없이 초가지붕에 걸린 가을 조각달은
가을밤에 인생의 적요로움을 보느듯 애상에 젖어 들게 합니다.
말씀대로 꽉찬 책 무덤속에서 살아있는 지혜와 지식을 찾아 내기에
몰두 하시다숨이 막힐 때 바람부는 시어가 있는 들판으로 자주 나오시기
바랍니다. 좋은 시에 깊이 머물다 갑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1-08-2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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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엘케골은 절망이 죽음에 이르는 병 (the sickness unto death)이라고 했는데, 저는 늘 병들어 삽니다. 신이 있는지도 회의하며, 그래서 삶의 의미도 회의합니다. 키엘케골은 \"순수한 마음은 순일하다\" (purity of heart is to will one thing)고 했는데, 제 마음은 늘 분열을 경험합니다 (double-mindedness). 자기를 비우고 순전히 신을 모실 수 있으면 좋으려만, 저는 늘 제 자신속에만 머뭅니다.

0525님 아름다운 댓글 감사합니다.
민들레 영토  |  2011-08-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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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solitude, 진리에의 회유와 갈등은
존재한다는 의식속에서 맞이하는 낯익은 바람이 아닐까요?
자기실존의 회의가 없다면 절망도 희망도 없겠지요.

현대사회의 병폐속에 자신을 함께 희석시킬 수 없는 고뇌, 갈등, 절망은
죽음으로 이르는 병까지도 앓게하겠죠.

그 병의 그늘 속에서도 절망과 회의를 느낀다는 일에
詩作을 통하여 자기실존을 확인한다는 것은
병의 치유의 또 다른 통로가 될 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듭니다.

종교학 박사인 아프리카님의 강인한 의지속에
키엘케코르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어쩌면 저도 이 일에 자유롭지 못한 자이면서 늘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갑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