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 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은 몸 속을 휘 돌더니
다시 차 밖으로 빠져나가고
들판에 눕는다.
검정 소가 드러누운 넓은 알버타 벌판 한 켠에
푸드럭거리며 눕는다.
가장 살찐 소가
가장 먹기 좋은 소
빨리 자라면 빨리 죽는다.
검정 소는 알고 있을까?
바람이 소 위로 심드렁하게 자빠지고 있다.
아름다운 건 가지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
차를 세우니
바람이 서고 햇빛이 서고
풀을 뜯던 사슴도 멀뚱히 선다.
내가 보는 건 사슴이 아니라
태양이고 바람인데
사슴은 나를 보고 있다.
매일 매일 들판을 돌고 바람을 돌고 태양을 돌아야
입에 풀칠을 하는 나를
사슴이 지켜준다.
살찐 소를 내일 볼 수 없을지라도
내 몸 안을 휘돌아 나간 바람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니
사슴의 눈망울을 뒤로 하고
집에 간다.
침대 위에 벌렁 눕는다.

갈래 갈래 흩어진 은유들이
댕기처럼 엮였다가 바람에 확퍼져 날리는 느낌이 드는군요.
이 시를 보니 2, 22, 533 번 도로의 정경들이
가슴으로 들어 옵니다.
잘 읽었습니다. 땀이 배인 참 멋진 십니다~
눈을 돌리면 지구촌 어느 곳에는
큰 바람이 휘몰아쳐 물결을 사납게 다스리고
그 물결을 다스릴 수 없는 진실들이
아픈 육신들을 묻어버리는 세상,
그리하여도
매일 매일 들판을 돌고 바람을 돌고 하루를 돌아야 하는
자유를 꿈꾸는 자여!
그대의 고단한 삶은
비열한 부자들의 웃음보다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