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억새꽃 / 민들레 영토
291계단을 오른 거리만큼
하늘과 땅이 가까워
가을 천공(天空)이 파랗게 열려있는 길
마디바람 한 올에도
중심이 흔들리는 쓰러짐
결코 어지럼증에 눕지않는다고
가슴속 터져나온 하얀 입김 한 뭉치
울컥울컥 토해내는 포효를
바람이 대신 울어주는 곳
발밑에 묻어둔
인간의 너절한 오물을
삭히고 발효된 세월 건너
꽃길 잡아 하늘길 트며
말발굽으로 달려 오는가
억새꽃 성성한 등성이 위에
흰갈기가 날린다.
나는 아무래도
하늘에 오르기전
쉬었다 가는 공원벤취에서
내 살아온 강물 내려다 보며
먹먹한 귓불에
빈대궁을 타고 오르는
억새꽃 숨소리에
가슴을 베어야 하리.
*어느 가을 상암 하늘공원에서
저는 상암에 있는 공원 이름이 "하늘 공원"이라는 것을 첨 알았습니다. 일산에 살아서 항상 난지도를 지나갔었는데 그 땐 공원이 없었습니다. 일산이란 곳은 고대 유적지로 알고 있는데, 모든 곳을 파헤치고 그곳에 아파트가 대신 들어 섰습니다. 그래도 10년 전만 해도 남아 있는 공터가 좀 있었던 것같은데 서울이나 다름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 억새풀 숨소리가 오염을 안은 아픈 소리인지 아니면 가을을 머금은 결실의 소린인지... 어쩐지 전자일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당산동 강마을에서 창문을 열면
난지도쓰레기하치장에서 불어오는
역한 냄새에 머리가 아프곤 했습니다.
서울시민의 생활 쓰레기를 수년간 실어날러
오물 집합체를 묘하게 덮어씌어
거대한 인공공원을 조성해 놓았더군요.
생태계의 바꿈현상은 인공이던 자연이던
그나름의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뿌리를 내리는 동안 얼마만큼의
주위에 상처와 아픔의 세월을 안겨주어야 하는지요?
강물의 흐름을 바꿔놓고
어족의 생태계를 파괴함은
인간의 잘못된 잔인한 욕심의 발상이겠지요.
하늘공원의 설계에도 외형의 아름다운 꽃길과
인위적으로 꾸며진 갖가지 구조물에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상업적인 조성에서는
성공적이라 생각 되지만 아직도 썩지않는 철골물과
콘크리트며 전자제품들을 그대로 묻어놓아
나무들의 발끝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많이 아프다 쓰러지는 현상을 TV에서 보았습니다.
내면의 고통을 지나
바람처럼 흐른 세월을
억세꽃의 숨소리를 통해 듣습니다.
머물러주신마음 헤아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