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인터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NCCK)에서 교단장들이 모일 때 유독 눈에 띄는 이방인이 있다. 정교회의 암브로시오스 아리스토텔레스 조그라포스(53) 대주교다. 그리스 에게해 에기나섬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외대에서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산타클로스처럼 긴 수염을 늘어뜨려 ‘뿌리 깊은 나무’ 처럼 점잖은 모습의 그가 최근 모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10월 말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앞두고 교회협 김영주 총무와 준비위원장 김삼환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전·현회장 길자연·홍재철 목사가 △‘개종 전도 금지주의’ 반대 △종교다원주의 배격 등 4개항을 내세워 한 ‘공동선언’을 “쓰레기”라고 질타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 ‘공동선언’은 교회협 소속 다수 교단들과 에큐메니컬 진영의 반발에 부딪혀 파기돼 버려졌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교회의 성격을 보여준 그를 지난 7일 만났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성니콜라스 주교좌대성당에서였다. 그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개종을 겨냥한 전도’의 문제점부터 조목조목 짚었다.
“한 학생의 아버지가 (개신교) 목사인데,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썼던 파트모스섬(그리스 에게해)에 선교를 하기 위해 갔다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그곳 주민들이 사도 요한 당시부터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다는 것을 네 아버지는 모르느냐’고”
그는 “개신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는 사람들조차 전도의 대상으로 삼고, 가톨릭이 정교회국가들에 정교회수도자 같은 복장을 하고 들어가 개종 전도를 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다. 강압적으로 개종을 재촉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정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신자수를 늘이기 위해 남의 집 문을 두드리는 식의 전도를 금하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스스로 원치 않는 이를 강압하지 않고 자유의지를 존중하며 기다리시는 분이다.”
그는 개신교인들이 불상이나 단군상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그런 짓은 그리스도를 거스르는 행위다. 그런 선전포고가 그리스도의 참모습이라면 나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민주적이면서도 일치를 이루는 정교회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가톨릭이 교황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개신교는 분열해 교단이나 개인이 성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짙은 데 반해 정교회는 자율권을 가진 각 나라의 정교회 지도자들이 모인 시노드(공의회)를 통해 민주적으로 일치를 도모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의 경우 50년 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모든 성당에서 라틴어로 미사가 집전된 것과 달리 정교회의 경우 이미 10세기 말에 슬라브지역에 전파된 초기부터 슬라브어 성서를 쓰고 슬라브어로 성찬예배를 드리도록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초기 성서인 ‘70인역성서’가 그리스어로 번역되고, 사도 바울과 교부들의 글이 대부분 그리스어로 쓸 만큼 초대교회부터 그리스어가 보편언어였는데도 정교회는 다른 나라에서 그리스어와 그리스문화를 강요하지 않고 현지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전통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아테네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예술의 역사’를 공부한 그는 석굴암 불상에서 그리스 조각을 보고, 한국의 무속에서 그리스 신탁을 엿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교수 초청을 마다하고 지난 1998년 한국에서 뼈를 묻겠다고 한국행을 결행한 그는 “일본인이 독일인 같다면 한국인은 그리스인처럼 정이 넘친다”면서 남다른 유대감을 내보였다.
그는 서양문화의 원류인 그리스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지만, ‘그리스철학이 기독교에 미친 영향이 크지 않느냐’는 물음엔 동의하지 않았다. ‘하느님이 인간의 몸으로 오신 기독교는 유일한 것이며, 그리스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그리스철학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예수께서 다른 지역으로 오지 않고, 이미 세계화한 그리스문화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중해권으로 출현한 것은 그리스가 기독교를 받을 준비된 땅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대주교는 초기 교부 그레고리우스의 말을 빌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사람들이 신이 되게 하기 위함이며, 하늘에 올라가 하느님과 함께 하게 하기 위함”이라며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작별인사를 대신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정교회는=정교회 신자는 그리스와 러시아 등 전세계에 3억명이 있지만 한국엔 서울 인천 부산 등 7개교회와 2개 수도원에 12명의 사제와 3500여명의 신자가 있다.
1900년 러시아 선교사가 왔지만 러일전쟁, 일제, 한국전쟁 등으로 선교사들이 추방되거나 납북되는 수난을 겪었다. 1968년 니콜라스대성당이 건립되고 2004년 대교구로 승격됐다.
* 운영팀.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3-09-17 02:59)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서양사를 읽다보면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이 다원주의쪽으로 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큰 맥락에서 그게 추세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종교가 무당처럼 죽은 자의 혼을 불러온다거나 돌이나 바위에도 영이 있다는 믿는 그런 것도 있을테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그런 신들처럼 인간보다는 뛰어나지만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 행동, 생각을 갖고 있는 신들도 있었고 우주만물을 창조한 절대주도 있을테고 전지전능 무소불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떤 정신영역, 물질영역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는 신도 있고...
하여튼 인류는 다양한 종류의 신을 믿어 왔는데 중세 천년동안 기독교의 절대성만 믿게 되었지만 근대에 들어서면서 기독교 절대주의가 무너졌다고 생각합니다. 근대가 낳은 합리주의와 과학적 논리는 천둥번개=신의 분노라는 등식이 개어졌다는 의미 아닐까요?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며 신 중심의 세계에서 인간중심의 세계로 나아간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절대신의 개념도 달라질테고 그런것이 다원주의화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하긴 넘 개괄적이라 잘 모르겠지만...
정교회 대해 좀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나저나 한기총은 언제나 쓰레기더미에서 일어날까요?
"쓰레기"운운하는 기사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는....
언제나처럼 좋은 가사와 평
잘 읽고 갑니다.
모처럼 댓글 달았네요.
자꿈님 안녕하세요. 한번 뵌다 했는데 잘 안되네요. 언제 산에 가실 생각있으시면 연락주세요. 평일에도 가능합니다. 서로 조율하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