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2 - 휴업 / 허영숙
대형 상가가 새로 생긴 후 만나분식집이 셔터를 내려놓고 잠이 들었다 
그 옆 비디오가게는 몇 번 깨었다가 업종을 바꾸더니 다시 잠들고 
셔터 위에는 담쟁이처럼 포개 진 전단지가 펄럭거린다
그 위에 누가 푸른 잎 한 장 또 부치고 간다 
새로 개업한 집 화환에서 꽃을 뽑아 온 아이들이 꽃잎을 뿌리며 꿈길로 온다 
그건 꽃꿈인지 슬픈 꿈인지 생각하다가 
당신과 나 누구도 먼저 흔들어 깨우려고 하지 않는 우리의 긴 잠에 대해 
생각하다가 
당신의 꿈길로 간다 
짧은 한낮이 느리게 흘러가고 있다 

경북 포항 출생
釜山女大 졸 
2006년 <시안> 詩부문으로 등단 
詩集으로, <바코드> (2010)
시마을 작품선집 <섬 속의 산>, <가을이 있는 풍경>
 
<꽃 피어야 하는 이유> 
同人詩集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等 
<감상 & 생각>
실상, 요즈음의 서민 경제는 그야말로 극심한 어려움의 
도度를 넘어 거의 파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가뜩이나 어려운 삶에 메르스까지 그 난리를 치고...
이러다가, 결국 한국경제는 디플레이션을 거쳐 
장기적인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 불황不況 중의 
물가 오름세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란 생각마저 들고
각설하고.
시에서 말해지듯이, 서민들의 꿈(所望)은 그야말로 꿈(夢)이
되어 갑니다.  동시에 긴 잠에 들어있는 우리 글쟁이들의 나태한 
(휴업 같은) 무감각도 부끄러워집니다.
오늘에 있어 그 누가, 
詩를 일컬어 시대를 이끌어 가는 붓이라 할까요.
오히려, 그 언제 부터인가 
시대의 조류潮流에 끌려 다니는 한심한 처지가 
된 것은 아닌지.
시를 감상하며, 느끼게 되는 것은...
문학적 의식意識으로서의 횡선橫線과 사회 현실에 대한 
각성으로서의 종선縱線이 만나지는 교차점交叉點에서 
시가 발언을 할 때,
시는 보다 명백한 메세지로서 독자의 가슴에 전달된다는 걸 
새삼 다시 느끼게 되네요.
                                                                                 
- 희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