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주연의 '꽃피는 봄이오면' 을 쏙 빼닮은 닮은 영화
'ちびるに歌を'(입술에 노래를) 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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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지정한 주차장에 렌트-카를 주차하고 방에 올라와 보니 침대 위에 편지봉투 한 장이 놓여있었다.
편지봉투를 뜯어 읽어보았다. 하우스키퍼가 실수로 내 셔츠에 표백제를 떨어뜨렸는데 이 문제로 상의하고 싶으니 시간이 허락할 때 프론트데스크로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오키나와에 올 때 셔츠를 두 장 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다. 백팩형 카메라 가방 하나만 달랑 메고 왔기 때문이다. 한 장은 입었고 다른 한 장은 행어에 걸어놓았었다. (편지에는 하우스키퍼가 욕실에서 셔츠에 표백제를 떨어뜨렸다고 쓰여 있는데 이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입고 있는 셔츠는 땀에 절어있고, 당장 내일 입고 나갈 셔츠가 없다는 사실에 약간 짜증이 났다. 셔츠부터 한 장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손편지는 아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를 지나가는데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30 대 여성이 다가왔다. 이 호텔 부매니저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러더니 거의 울상에 가까운 표정으로 하우스키퍼의 실수를 거듭 사과했다. 아까 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보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바람에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떻게 나를 알아보았는지 모르겠지만 부매니저의 진심어려보이는 사과에 짜증이 눈녹듯 사라졌다.
카나 라는 이름의 부매니저는 '내 셔츠가 고급스러워보이던데 혹시 그 셔츠에 어떤 추억(이를테면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선물받은)같은 게 있는지'부터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그 셔츠가 얼마짜리인지' 물어보았다.
선물받은 것은 아니고 살 때 가격이 4 ~ 50 불 정도 된 것 같은데, 입은지 10 년 쯤 된 낡은 셔츠라고 말해 주었다. 셔츠 값을 물어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입은 지 10 년 된, 오늘 당장 내다 버린다해도 아쉬울 게 없는 다 낡아빠진 셔츠 값을 물어내라고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았다.
다만 내일 입을 셔츠가 없으니 셔츠나 한 장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이유는 그 호텔 로고가 새겨져 있는 셔츠가 프론트 데스크 옆 장식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셔츠를 대신 받을 수 있다면 더운 날씨에 셔츠를 사러 국제거리까지 다시 나갔다 올 필요가 없었다.
물빠진 청바지처럼 멋진 무늬가 생겼군..
지루해서 버리려고 했는데 좀 더 입기로 했다.
카나 씨는 호텔 셔츠는 당연히 기념품으로 드리겠다며 잠깐 기다리라고 말하더니 자기 사무실로 들어갔다. 1 분 쯤 후 다시 나온 카나 씨 손에 포장된 새 셔츠가 들려있었다.
그 셔츠를 받아들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카나 씨는 내내 엘리베이터 옆에 부동자세로 서서 고개를 몇 번이나 깊이 숙이며 거듭 사과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말썽이 확산되지 않게 하고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잘 아는, 유능한 관리자라는 생각을 했다.
방에 들어와서 셔츠 포장을 뜯는데, 하얀 봉투 한 장이 스테이플에 찍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5 천 엔 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아까 셔츠값을 물어보았을 때 4 ~ 50 불 쯤 줬다고 했는데, 아마 그 말을 듣고 내가 달라고 한 적도 없는 셔츠값을 따로 계산해서 봉투 안에 집어 넣은 것 같았다.
특별하진 않지만 "꽤 맛있군" 하는 느낌을 준 호텔 아침식사 팬케익
별로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호텔의 30 대 관리자도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를 숙지하고
최소의 비용과 노력으로 위기를 깔끔하게 관리할 줄 아는데,
나이를 두 배나 먹고도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여지없이 똥을 주무르고 있는 어느 아주머니를 보면
역시 사람의 자질과 능력이란 천차만별이며,
아예 타고 나야 하거나 어릴 때 어떻게 교육받았는가에 따라 좌우된다는 생각을 또 하게된다.
물론 그들도 단점은 있지만, 정직과 남에게 피혜를 주지 않는 문화는 참 배울만 합니다.
벤쿠버에 있던 일본인 와이프 친구가 생각나네요.
아주머니가 한눈 안팔고 오직 아이만 돌보던 일본인이였지요.
일본에 대한 것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정서적 감정이 인지왜곡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고 봅니다.
식민지배의 유산과 최근의 일본 내 우익의 발호로 한국에서 반일감정이 확산되는 현상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감정이 일본인 개인과 문화를 제대로 인지하는데 왜곡을 유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로인한 지적 손해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니까요.
제가 첫 두 개의 여행기에서 에어캐나다의 기장과 사무장, 그리고 일본 호텔리어들의 철저한 고객서비스 정신을 언급한 건 의도적인 것은 전혀 아니고 그들이 언급할 가치가 있을만큼 여행자인 제 눈에 띄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눈에 띄는 서비스 정신은 조직훈련의 결과이기 이전에 그 개인 한 명 한 명의 인성에 깔려있는 높은 품격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개인이 속한 민족적 인종적 문화적 집단에 관계없이 그런 인성은 인간으로서 교범을 삼을만한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떤 배려가 나중엔 권리로 오고, 또 안하면 죄인이 되더군요.
어쩌면 일본인에 비해 너무 쉽게 부탁을 하는건 사실입니다.
한인에겐 정이란 좋은 문화가 있지만, 그게 때론 무척 풀기가 어렵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독일,스페인,네덜란드 여행을 하고 돌아왔는데 문화나 습관이라는 것은 최소 수 백년이 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천천히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나 사회 단체들이 주도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배웠습니다. 특히 planning 부터 maintenance까지 탄식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완벽한 독일사람들의 생활습관은 정말 찬양받을 만 했습니다. 자본주의 마인드가 VW 사태 같은 믿을 수 없는 일을 초래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인구 50만의 중간규모 도시에 1300년도에 지은 집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느낀 독일에 대한 인상은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
상대의 마음을 얻어 비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한 저 호텔 부매니저의 신실한 태도가 ‘인간적 진심’이었는지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그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하는 것이지요. 사실 하우스키퍼의 저 정도 실수는 셔츠의 실제 가치에 관계없이 호텔측으로부터 500 달러 이상 보상을 받아낼 수 있기에 충분합니다. 저를 담당한 직원의 태도가 맘에 안들었다면 아마도 제가 일본여행의 본전을 뽑아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