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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감상] 唐人里 近處 / 朴木月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322 작성일 2005-05-05 16:12 조회수 2454

     
    唐人里  근처..
 
 

 당인리(唐人里) 변두리에
 터를 마련할가보아.
 나이는 들고.....

 한 四 . 五百坪 (돈이 얼만데)
 집이야 움막인들.
 그야 그렇지.  집이 뭐 대순가.
 아쉬운 것은 흙.

 오곡(五穀)이 여름하는.
 보리. 수수. 감자
 때로는 몇그루 꽃나무.
 나이는 들고.....

 아쉬운 것은 自然.
 너그러운 呼吸, 가락이 긴
 삶과 生活.

 흙을 終日,
 흙하고 親하고
( 아아 그 푸근한 微笑 )

 등어리를 햇볕에 끄슬리고
 말하자면
 精神의 건강이 필요한,
 唐人里 변두리에
 터를 마련할가보아.
( 괜한 소리. 자식들은 어떡하고,
  게가 먹여살리는 )

 참, 그렇군.
 한쪽 날개는 죽지 채 부러지고
 가련한 꿈.

 그래도 四 . 五百坪
 땅을 가지고 ( 돈이 얼만데)
 수수. 보리 푸성귀 (어림없는 꿈을)

 지친 삶,  피로한 人生
 두발(頭髮)은 희끗한 눈이 덮히는데.
 마음은 비었고
 너무나 허술한
( 누구나 허술하게 떠나기야 하지만)
 길떠날 차비를.
 
 기도(祈禱) 한 句節 올바르게
 못드리고
 아 아 땅버들 한가지만 못하게
( 괜찮아, 괜찮아)
 아냐, 진정으로 까치새끼 한마리만 못하게
 어이 떠날까 보냐.
 
 나이는 들고.....
 
 아쉬운 것은 自然.
 그 품 안에 쉴.
 한 四 . 五百坪 (돈이 얼만데)
 바라보는 당인리(唐人里) 近處를
( 자식들은 많고)
 
 잔잔한 것은 아지랑이 인가,  이 겨울에
 나이는 들고.....
 
 

                                        --- 朴木月의  '唐人里 近處'

 
 
 
 
 
 
 
* 늘상 입버릇처럼 되뇌어 온 소망 하나... 
  눈비 피할 수 있는 조그만 집에서 자연과 벗하며, 그저
  읽고 싶은 책들이나 마음껏 읽고, 
  그러다 혹여 마음에 차오르는 시가 있으면,
  정겨운 달빛 아래서 茶香처럼 풀어 내고픈...
 

  지금은 서울 당인리 근처가 열병합발전소에
  강변북로 (아마도 고가다리가 흘러가는)의
  회색빛 도시풍경이 되어 있지만,
  박목월 시인이 이 詩를 쓰시던 때가 1955년度 자유문학상을
  수상하시던 때이니..  아마도 그때엔, 서울 변두리의 논과 밭이
  어우러진 한가로운 농촌풍경이었음직 하다.

  戰後의 척박한 생활의 질곡 속에서..  꿈으로나 품어보는,
  시인의 쓸쓸한 소망이 내 마음을 아리게 한다.
 
 
  나 역시, 나이 들었음일까..
  이루어 놓은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혼이 깃든 시 한편 써내지 못한 채
  머리만 희끗해졌다.
 
  그래도, 아직은 지우기 싫은 소망...
  정말, 그런 날이 나의 삶에 있을 수 있기나 한건지.

  그러기엔  남아있는 나의 시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서
  그냥 쓸쓸히 웃어보는 날...
 
 
  그리운 서쪽 하늘엔 무심한 구름만 말없이 흘러간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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