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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첩(수정)
작성자 캘거리언     게시물번호 -2798 작성일 2006-03-05 08:56 조회수 891
일본의 심장이라고 하는 도쿄돔 야구장에
흰옷이 물결치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이역만리 조국을 떠나
이래저래 기를 펴지 못하고 사는 이방인이라는 점에서는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지라
그들이 4만 5천의 일본 관중들 속의 200명의 한국인으로서 누린
승리의 기쁨을, 그것도 아시아 최강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가운데
`앞으로 30년간 한국이 일본 야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겠다'며 무참히 자존심을 짓밟던 그 일본 야구를 이진영 선수의 그림같은 다이빙 캐취와
 이승엽 선수의 통쾌한 역전 홈런 한방으로 무너뜨리며 만끽했던  통쾌, 장쾌, 상쾌한 기분을
 이곳에서도 똑같이 느끼며 흘린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쿄돔의 우리 동포, 그들은 모두 흰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한이 서린 그 흰옷을...
40년도 더 늦게 프로 야구를 시작하여 일본에 대해 언제나
한수아래로 취급당하며 얕보이고 조롱 당했던 것을
일거에 뒤집어 엎으며 일구어낸 승리의 벅찬 감동과 기쁨을
우리 동포들은 우리 민족의 억압과 수탈의 상징이었던
그 흰옷을 입고 만끽하였습니다.
도쿄대첩이라고 불리는 이날의 승리는 이민자로, 이방인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재일동포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한민족
공동체에도 뿌듯한 자부심과 통쾌한 기쁨을 안겨주기에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인 ESPN에서도 이 경기를 생중계로
미 전역에 방송하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를 대표하여
미국 및 다른 한 팀과  2라운드에서 한조가 되어 맞붙을 것이고
여기서 두팀이 가려져 4강에 진출하기 때문에 이경기는미국의
입장으로서도 매우 관심을 가질만한 경기이지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메이저리그의 톱스타이자 일본 야구의 상징인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대회 전에 했던 발언 때문에
상업적으로도 이경기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치로는 한국과 대만을 놓고 향후 30년간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노라 공언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ESPN에서도 경기중계 내내 다섯차례 이상이나 이치로가 나올 때마다  이 말을 자막으로 처리해 내보내면서 결과적으로는이치로와 일본 야구가 대망신을 당하는 꼴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이승엽 선수는 역시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대선수임에 틀림이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로 거의 모든 일본인이 지켜보는 그 순간에, 아시아 홈런 신기록은 물론이요 세계 비공인 홈런 신기록 보유자이며 일본야구의 메카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대타자인 왕정치가 일본팀 감독으로 임하는 가운데 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 일본의 심장부라 일걸어지며 대일본제국의 자존심인 도쿄돔에서
왕정치의 아시아 홈런신기록을 경신했으나 여전히 한수 아래 한국 선수에 불과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긴 했으나 여전히 자기들 발아래라 여겨졌던 이승엽 선수가 역전승을, 그것도 홈런으로 장식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지난 주에는 삼일절이 있는 주간이었습니다.
마침 일본과의 경기가 삼일절 주간에 벌어졌다는 것이 제게는 남다른 감회로 다가왔습니다. 모두가 잊고 사는 기념일이며 더군다나 이민자로서 우리들은 더욱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기에 말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한인회에서 잊지 않고 삼일절 기념행사를 주관하여 기념식도 하고 음악제도 하여서 우리로 조국을 되새기고 한 민족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잊지 않도록 하여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그러나 일반 가정에서나, 특히 한인 컴뮤니티의 가장 핵심 중 하나인 일반 교회에서는 그 것을 기념하고 되새기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매우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던 차였는데 이렇게 야구에서 일본을 이기는 경기를 보던 중 관중석의 우리동포들이 모두 흰옷을 입고 나와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는 다소 엉뚱하지만 삼일절과 연관지어 단상이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저도 기독인이지만 우리와 별 상관도 의미도 없는 유월절, 초막절 등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모양으로 언급하면서도 정작 우리 민족 최대의 자주, 자존의 정신이 깃든 자랑스런 삼일운동의 정신을 기리지 않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태도라는 생각을 지난 주에는 했었기 때문입니다.
(유월절, 초막절이 우리와 관계가 없다는 것은 단지 민족이 다르기 때문이다는 것에서가 아니라 이미 구약의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산제사로 말미암아 폐지되었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저는 오늘 아침 가장 귀한 선물을 받고 기쁨에 차서 어쩔줄 몰라하다가 졸고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교회를 가기 전에 급하게 쓰느라 문체와 내용이 거칠고
비약이 심하다 사료되어 약간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교회가는 차 안에서 모두 말해 줬는데 다들 흐뭇해하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특히 작은 아이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끈질김에 대해 큰 감명을 받았다하면서 고마와 하더군요.
 
오늘의 게임이 단지 야구를 이긴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자존과 자부심을 일깨운 한판 승부였다고 여기며
삼일운동 역시 우리 민족이 가진 자존과 민족적 자부심을 일깨운
역사적 운동이었음과 결부시키는 것이 지나친 비약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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