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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작성자 박병철     게시물번호 -2891 작성일 2006-03-20 10:48 조회수 1194
고국에서 일선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예화 한 가지를 곁들여 올려보면서
그로서리 스토어 새내기 주인이
비록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수요일이면 3주가 됩니다.)
입술 언저리가 살짝 부르틀 정도의 나름대로
숨가쁘게 보냈던 그간의 단상을 올려보고자 합니다.
 
열 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를 하여 스무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무명 선사를 찾아가 묻기를
"스님이 생각하기에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무명선사가 대답하기를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 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하며 맹사성은 거만하게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 하자
무명 선사가 녹차나 한 잔 하고 가라며 붙잡았습니다.
맹사성은 무릇 못 이기는 척 자리에 다시 앉았습니다.
무명선사는 잔에 녹차를 붓기 시작하였고
잔에 녹차가 넘치는 데도 자꾸만 차를 따랐습니다.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하며 맹사성은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쳐나는 데도 차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말하기를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스님의 이 한마디에 맹사성은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황급히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다가 문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하기를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이제 조그만 그로서리 가게를 연 지도 수요일이면 3주가 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른, 아이에 이르기까지
고개를 숙이면서 웃는 얼굴로 맞이합니다.
제자들에게 들려주었던 예화를
이 곳 캘거리에서 제가 늦게나마 몸소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들어오는 손님이나, 나가는 손님이나, 돈을 받거나, 거스름돈을
줄때나, 길을 물어보거나, 장애인이거나
그 어떤 손님에게도 항상 두 손을 모으고
머리 숙여 인사를 전합니다.
내 손님에 대한 마음속깊이 우러나오는
진심의 표현입니다.
 
그러다보니 어떤 손님은 저보다 먼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손님은 꼬깃꼬깃한 지폐를 손바닥으로 쭉 펴면서
건네주기도 합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부모님앞에서, 형님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말하면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결국엔
한국인의 예절에 경탄과 찬사를 보내주기도 합니다.
 
저 보다 훨씬 이전부터 그렇게 캐너디언들에게
한국인의 어른에 대한 존경심과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예절을
일깨워 주신 선배님들이 많겠지요.
 
그러다보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서는
자그만 논쟁거리 조차도 있을 수 없고
주인이나 손님이나 모두가 즐거운 표정으로 매매과정이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다는 저의 믿음을 오늘도 시작하기 전
마음속에 다시 새겨보면서
가게를 그만 두는 그 날까지도
처음마음처럼 변함없이
고개를 숙이면서
운영 해 보렵니다.
그리고 우리 동포들을 대할때도
같은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겸손하게 살아보렵니다.
 
제 가게에 오는 손님을 제 손님으로 만들기 위해
제가 이용하는 방법중 한 가지만 소개 드릴께요.
할아버지의 경우 피부가 많이 건조하여
손 등에 하얗게 낀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 보이는 경우가 많이 있는 데 그럴때 저는 할아버지들께 로션을 발라드린 후
손가락과 손등 맛사지를 해 드립니다.
그러면 실력없는 솜씨이지만 아주 시원해 하면서
thanks 병철을 연발해서 말씀하면서
다음부터는 제 가게 단골손님이 되어줍니다.
(물론 손님이 줄 서있지 않고 한가한 경우에)
어떻게 좋은 방법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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