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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강추위 속에서
작성자 유장원     게시물번호 -5876 작성일 2006-11-28 11:33 조회수 703
삶의 바닥을 보았던 사람들은 흔히 인생의 어려운 시절을 추위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 시절 참 추웠어."
라고....
그리곤 이렇게 다시 말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도 그 추위가 감사하지"
 
추위를 견뎌낸 사람들은
그 추위를 고마워한다.
너무 추워서 눈물,콧물이 다 나왔고 
견딜 수 없을 만큼 아렸던 가슴과 몸뚱이었지만
 
또 그 때 누군가가의 따스했던 손길이 있었고
등을 비비며 견뎠던 가족이 있었기에
이젠 그 시절을 떠올리며
나를 꼭 안아주었던 그 고마웠던 손길과, 같이 손을 맞잡고 호호불던 추억들로 인해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추위란 것이 한 번 가고 다시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가오는 놈이기에 걱정되는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무지 추웠던 그 해 겨울에 비하면 이까짓 것쯤이야할 수 있기에
이젠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삶이란 것이 여전히 고단하고 매일 몸을 움직여야 유지되는 그런 것이지만
이젠 두려움이나 몸을 사리는 건 없다고.
 
어제와 오늘의 기온이 영하 25도를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체감온도로 따지면 어제 저녁은 영하 40도를 기록하였다.
밖에 딱 1분만 서 있어도 입김이 얼고 손끝이 시려오고
방한신발을 신었어도 발을 동동거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추위가 연 삼일을 내리 캘거리 바닥을 꽁꽁 얼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추위의 한 가운데에서
잠시 몸을 녹이자니
옛날 생각이 나고
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라지 입구의 눈을 치워서
눈이 수북히 쌓인 하얀 잔디밭을 보고있으면
추위와 동 떨어진 따뜻한 동화 나라의 모습같기도 하다.
 
강추위에 덜덜 떨며 잠을 지새운 홈리스들에게
지금의 추위는 말 못할 고생이겠지만
그들도 후에는 또 이렇게 말하게 되리라.
2006년도 11월 말에 참 추웠지.
그렇지만 그 때 그 눈이 참 고왔었어....
꼭 동화나라 같았거든.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추위도
하루종일 차들의 발을 묶는 눈도
그 의미는 다를것이다.
 
난 지금 영하에 벌벌 떠는 캘거리에 있고
도로는 하루 종일 얼어 있지만
오늘은 내 삶의 한 복판이고
그 오늘은 추웠던 과거와
그 추위를 이겨낸 어제와 맞물려 있기에
그리고
싹을 피우는 봄과도 연결되어 있기에
방한모와 두꺼운 파커를 걸치고 방한 신발을 힘겹게 신고
이 강추위를 온 몸으로 맞으러 나간다.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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