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기억 / 조윤하
내 집과 옆 집 사이 담이 없는 대신
키 큰 미루나무 몇 그루
키 재기로 몇 해 하늘을 오른다
하늘 사다리 오르는 길목
바람이 한 솔 스칠 적 마다
잎들의 반짝이는 아우성에
나는 때때로 그 꼭대기에 올라 앉아
동구 밖 푸른 물살 무연히 발 담근 채
고향의 강물 소리를 듣는다
압록강일까 낙동강일까
강물은 여전히 흘러 흐르겠지.
나를 이 먼 곳까지 떠 메고 흘러 온 강물
그 강가 미루나무 파란 기억이
오늘도 푸른 물을 내리며
이따금씩 살아가는 날들을 적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