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력 속에서
렌즈를 조였다 푼다
내 안의 사각과 내 밖의 둥근 원이 만나
그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때 두
눈 속에 걸렸던 그림이
틀 속에서 길을 낸다
모눈종이 같은 시절
기다림은 늘 황금분할 선상에 있었지
한점을 향해 수평선을
그으면
바다 위에 무수히 출렁거리는 섬
반환점에서 셔터를 밀었다 당기면
숨죽이던 발광 앞에 어둠을
거뜬히 빠져나오는
초점
번쩍!
반사거울이 구부려준 통로를 따라
빛이 파장을 일으킬 때
내 안에 감겨드는 모두는 그리움이다
계간 시세계 시부문 신인상 수상
사진작가 (KAL PHOTO 회원)
시마을 동인
현재 (주) 대한항공 근무
안희선
* 시인에게 있어,
신선한 인식의 시야視野 속에서 사물과 실재實在에의
고요한 접근과 성찰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복받은 일인가.
문학, 특히 시에 있어 시인의 상상력은 모든 존재에 관한 새로운 의미의
출발이며 시를 쓰는 사람에게 그것은 삶에 관한 한 척도尺度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그같은 척도는 우리가 흔히 간과看過해 온 사물과 현상의
이면裏面에 자리하는, 그 어떤 근원적 모습이
자아내는 감동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조현수님의 시편들에선, 언제나 그같은 잔잔한 감동이 감지된다.
세상의 중력 속에서/
렌즈를 조였다 푼다/
내 안의 사각과 내 밖의 둥근 원이
만나/
그리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때 두 눈 속에 걸렸던 그림이/
틀 속에서 길을
낸다/
시의 모두冒頭에서 전개하는 바와 같이,
그가 사진작가라는 경험에서 체득한 삶에 관한 척도는
카메라의 렌즈를 빌어, 고스란히 그 자신의 마음의 렌즈로
이양移讓되고 있으며 육신의 렌즈가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사물과 현상의 또 다른 모습과 그로부터 비롯되어
깨달아지는 새로운 의미를 화자話者의
내면적 관조觀照를 통해 재정립하고 있다.
모눈종이 같은 시절/
기다림은 늘 황금분할 선상에 있었지/
한점을 향해 수평선을
그으면/
바다 위에 무수히 출렁거리는 섬/
반환점에서 셔터를 밀었다 당기면/
숨죽이던 발광 앞에
어둠을/
거뜬히 빠져나오는 초점/
여기서의 '초점'은 시인에게 새롭게 인식된
내면적 자아의 '핵核'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그 핵의 성립의 과정에 있어서 교감交感되는 시인 특유의
정서의 물결이 시로 치환되며 엮어지는
직조織組의 미美가
탄력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번쩍!/
반사거울이 구부려준 통로를 따라/
빛이 파장을 일으킬 때/
내
안에 감겨드는 모두는 그리움이다/
시의 결구結句에서 진술되는 바와 같이,
마음의 렌즈를 통해 새롭게 인식된 빛의 파장에서
생生의 근원적 향수(특히,
그리움에 관한)를 깨닫고,
현실의 삶에서 잊고 있었던 본연本然의 자아를 환기喚起하여
진정한 삶의 모습을 도모圖謀하는 시인의 조용한
의지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즉, 현실의 삶이 빚어낸 스스로의 고뇌와 욕망을
영혼의 렌즈를 통해 정화淨化시키는 담백한 진술이
개인적 감상感傷을 배제한
채, 주지적主知的으로 형상화되어
이 시의 신선한 매력이 되고 있다고 보여진다.
너무 부족한 안목으로, 시를 읽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앞으로도, 시인에게 있어 삶에 대한 소박한 신뢰와 애정愛情이
이 시대의 모든 아픈 영혼들을 위한 '무한한 사랑'으로
꽃 피우리라 기대하면서,
조현수님의 정련한 건필을 기원해 본다.
-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