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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梵魚寺), 새벽에 가는 길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864 작성일 2004-11-18 12:06 조회수 1364
 
범어사(梵魚寺), 새벽에 가는 길


새벽길 뚫고 달려온 걸음,
꿈길처럼 아스라한 피안(彼岸)은
금정산(金井山) 산자락

사바세계 타오르는 아침의 시린 태양,
그 눈부심...

하늘로 솟구친 외길 한 줄기
이마에 송글 맺힌 힘겨운 땀방울

산 위에 걸터앉은 천년의 침묵,
백팔번뇌 잠재우는 금.강.계.단.(金.剛.戒.壇.)

그 단단한 촉감은 불변의 금강지(金剛智)

호출되는 산문(山門)의 아지못할 암부호
눈 부라리는 사천왕(四天王)
숨죽이는 빛바랜 얼

도망치듯 뜨락 지나 가로 지르면,
영원의 미소 앞에 탄식하는 염원들

다가서는 미지의 음성
실존으로 웅변하는 업장(業藏)의 두께

아득히 울리는 오성(悟性)의 목탁음
그것은 생명줄 가냘픈 맥박의 고동
불타오른 갈증에 던져진 물 한 모금

그래, 이 한 모금의 물은 정화(淨化)의 의식
지친 영혼 달래주는 금빛의 천수(千手)

스쳐가는 장삼가사(長衫袈裟)
흩날리는 향(香) 내음

길 위에 떨구었던 살점같은 욕망들
어느덧 점점이 잡초되어 피어 올랐다


증거하는 아픔의 흔적이 되어






s13915400001.jpg

* 범어사(梵魚寺) : 부산광역시 금정구 청룡동 금정산에 있는 절.대한불교조계종 제14교구 본사이다. 《동국여지승람》에 의면, <동국의 남산에 명산이 있어서 그 산정에 높이 50여 척의 거암이 있고, 그 바위 한가운데 샘이 있으며 그 물빛은 금색에다 물속에 범천의 고기가 놀았다. 그래서 산명을 금정산이라 하고, 절을 범어사라 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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