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요즘처럼 한국 기독교가 일반인들의 저聆?표적이 된 적도 드물 것 입니다. 일부 사악한 교회집단의 천박하고 경솔한 행동이 빚어낸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바꿀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꼭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제가 ‘사악한 교회집단’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펄쩍 뛸 분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어떤 분들은 이들이 ‘너무 Naïve했다’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 처음부터 사악한 것 은 없습니다. 그러나 똑 같은 사람이나 집단이 저지른 무식하고 Naïve한 행동이 때와 장소에 따라 그저 철딱서니 없는 비행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수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피멍을 들이고 문화-인종-종교간에 증오와 파국적인 갈등을 일으키는 뇌관으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태의 향배나 결과에 따라 동기를 제공한 사람이나 집단이 단순히 Naive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고 사악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 하루 하루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든 주민들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Qarabagh의 한 시골마을 재래시장에 느닷없이 57 인승 Luxury 관광버스가 들이닥쳤습니다. 일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미화 8백 불인 나라에 가서 8 백 불을 주고 빌렸다는 이런 고급 버스는 아프카니스탄 전국에 몇 대 없다고 합니다. 하긴 한국에서 2 천 만원을 줘야 빌릴 수 있는 버스가 몇 대나 되겠습니까? 가난한 주민들의 눈이 휘둥그래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 버스의 승객들은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Luxury 버스에서 한 사람이 두 자리씩 차지하고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 온 것 조차 힘들었는지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이 재래시장에 버스를 세웠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자였는데 옷차림이 희한했습니다. 남녀 모두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반소매에 슬리퍼 차림인데 개 중에는 소매 없는 셔츠차림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이스크림 가게로 몰려가 콘을 하나 씩 손에 쥐더니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로 시장 풍경을 찍으며 깔깔거리고 즐거워했습니다.
이 마을은 남녀 불문하고 공공장소에서는 터번이나 히잡으로 머리카락을 가려야 하는 것이 불문율입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지지하는 주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탈레반 유격부대의 보급기지나 다름없는 이 마을 주민들은 분노와 모욕감에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이미 주민들 사이에는 이 관광객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무슬림들이 성지로 여기는 사원이나 이슬람 모스크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독교 예배를 보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주민 중 몇몇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탈레반 유격부대에 적국의 이교도들이 나타났다고 신고를 합니다. 신고를 받은 유격부대는 즉시 무장병력을 트럭과 모터사이클에 태워 이 지역으로 출동시킵니다.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입으로는 찬송가를 부르며 은혜에 겨워 출발하는 23 명의 승객을 태운 Luxury 버스가 하이웨이에 들어서자 마자 모터사이클이 버스 옆으로 바싹 따라붙으며 한 유격대원이 AK-47 소총과 총류탄 (Rocket-propelled grenade)으로 운전기사를 위협해 버스를 길가에 세웁니다. 유격대원들은 승객들을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탈레반 부사령관의 무선지시를 받아 인질들을 다섯 개 그룹으로 나눠 모터사이클 뒤에 태우고는 각각 다른 방향으로 분산 이동 시킵니다.
이상은 마이니찌 신문과 Newsweek 최근호 관련기사를 토대로 재구성해 본 납치 당시의 상황입니다.
저는 이미 유명을 달리 한 두 분과 아직도 처참한 상황에서 억류생활을 하고 있는 나머지 21 명을 새삼스럽게 비난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현재진행형인 이번 인질사태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한국 기독교 내부의 일부 세력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입니다. 비무장 민간인들을 납치해 흥정의 조건으로 삼으려는 무장단체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사방에서 십자포화를 쏘아대는 네티즌을 원망스러워 하는 것도 약간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동기를 제공한 교회집단이나 그들에게 동조하고 비슷한 짓을 해 온 다수의 한국 기독교인들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이 사건을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설교에 앞서 교인들에게 했다는 샘믈교회 목사 박은조 씨의 발언은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지금은 반기독교 세력이 조직적으로 비방글을 올리고 있으니 인터넷에 접속하지 말라”(CBS 노컷뉴스/당당뉴스에서 발췌)고 했다는 기사를 보고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지금은 비난을 감내해야 할 때인데, 그 따위 비난 조차 받기 싫으니 인터넷에 접속하지 말라’ 그러니 사건이 종료되어 그런 비난을 감내해야 할 때가 지났다고 그들이 판단했을 때 벌일 일들을 생각하면 아찔해집니다.
박은조 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드리는 말입니다. 23 명을 순교자와 간증영웅으로 만들고 싶습니까?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기도 전에 보따리부터 챙기려는 속셈입니까? 정말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당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모릅니까? 예수를 죽인 자들이 자신들이 한 짓이 무슨 짓인지 몰랐다더니 당신들도 그렇습니까? 시실 저는 사건 직후부터 한국교회가 너무 웅크리고만 있다 싶어서, 반성도 좋지만 당장은 인질들의 생명부터 구해야 하니 당사자인 한국 기독교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일어나서 뭐든지 좀 해 보라는 뜻으로 올렸던 게 ‘미국과 직접 담판하라’ 라는 글이었습니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기만 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격려를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기독교의 천지개벽이 일어날 걸 제가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교회를 너무 몰랐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Naïve 했고 경우에 따라 사악해 질 뻔 했습니다.
다른 것은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해외동포로서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첫째, 이번 사건은 세계 곳곳의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 또는 영주 체류하시며 ‘진짜 봉사’를 하고 계신 분들에게 까지 심각한 누를 끼쳤습니다.
둘째, 이번 사건은 이슬람권에 사시는 한인교포들은 말 할 나위도 없고, 무슬림들과 함께 살아가는 전 세계 해외동포들의 명예와 안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며칠 전 카자흐스탄에 산다는 한 교민이 올린 절규에 가까운 호소와 함께 제 경험을 잠깐 소개하겠습니다.
(전략)-----------------
정부 협상은 쓸데없는
일입니다.
돈을 줘도 그 돈으로 산 무기에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될 것이고
포로와 교환한다는 것은 풀려나온 포로에 의해 얼마나 많은 아프간 국민들이 죽어갈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군사작전요?
그 개념없는 23인 때문에 군사작전을 한다고요?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거기서 죽은 군인은? 그리고 그 후에 남을 이슬람국가권에 사는 재외국민의
생명위협은?
전 솔직히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질들은 차라리 XXX XXXXX.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이 됩니다.
탈레반이 그냥 풀어주지 않는 한 그 어떤
댓가도 그 영향이 큽니다.
그리고 이미 이슬람 국가권에 국가 이미지, 국민 이미지는 실추되었습니다.
이미 테러범과 협상하는 정부라고 알려졌으니 저 역시
어지간한 이슬람 국가에는 출장가기 망서려집니다.
부디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반친구들이
그런 말 하지 않기만 바랍니다.
"너네 나라 사람들은 이슬람을 무시한다며? 우리 성전서 기도하고 아이들을 과자로 꼬여내 찬송가 따라부르게 한다며? 니네
23인의 목숨이 그 여파로 죽을 아프간인 수천명보다 더 무겁다며? 그럼 우리도
너랑 안논다."
이미 한국 개신교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럿습니다.
그리고 그 잘못을 계속할 것입니다.
계속해서 선교단을 보내고
계속해서 납치되겠지요.
그리고 정부는 계속해서 특사를 보낼 거고 우리 국민들의 세금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입니다.
(후략)-------------------
제가 사는 알버타 주는 캐나다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입니다. 특히 캐나다 판 바이블 벨트라고 불릴 만큼 정치적으로도 종교적으로도 보수적입니다. 제 직장동료 한 사람은 Canada Alliance Church 에 다니는 유럽계 Canadian인데, 일요일 마다 교회에 나가고 예수의 육체적 부활과 재림을 믿는 열성신도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It’s unimaginable insulting” 한국의 크리스찬들이 모스크에서 기독교 예배의식을 행한다는 인터넷 기사를 읽고 놀라서 내뱉은 말입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욕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They must be crazy fanatics” 이 말을 해 놓고는 그들과 같은 Korean 인 내 앞에서 너무 심한 표현을 했다 싶은지 얼굴이 빨개지며 금방 ‘미안하다’ 고 사과합니다. 참 순진하고 착한 사람입니다.
제 옆 집에 사는 남자는 파키스탄에서 오래 전에 이민 온 엔지니어입니다. 아내와 두 딸이 있는데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을 두 딸이 외출을 할 때면 꼭 그들의 전통의상을 입습니다. 나는 얼마 전에야 그가 파키스탄에서 이민 온 수니파 무슬림이라는 것, 무샤라프 정권이 붉은 사원을 진압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 정도를 알았습니다. 아침에 출근 시간이 비슷해 가끔 만나는데, 인질사건 이후에는 만날 때 마다 꼭 자기가 접한 새 소식을 내게 전해 줍니다. 오히려 그로부터는 단 한 번도 인질들에 대한 비난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들이 ‘단기봉사’라는 미명으로 전쟁터에 선교 겸 관광을 갔다는 사실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들이 알고 탈레반이 아는 사실입니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그는 ‘한국 정부가 잘 하고 있다’ ‘최소한 한 명 이상이 위중하다는데 걱정이다’ ‘절대로 여자들은 안 죽일 것이다, 내가 장담한다’ 등등 희망적인 이야기만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슬람이고 기독교고 종교이야기는 꺼내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사지로 내 몬 23 명 중 두 명은 불귀의 객이 됐고 나머지 21 명의 운명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을 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없다면 그냥 계속 웅크리고 계십시오. 그들의 보따리는 나중에 챙겨가셔도 됩니다.
종교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군요.
“어떤 형태로든 종교란 일상을 살든, 주기적 사건을 경험하든 성스러움 (초월적 경험)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성스러움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길바닥에 싸 갈리는 오줌처럼 되어 버린 현실입니다.”
왜 이렇게 됐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