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책을 말한다에서 <정감록, 예언인가, 반역인가>를 보았습니다. 지난 1월에 방영된 것인데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신종 비결서라고 하는 격암유록 광풍이 일고 있습니다. 저한테도 이 비결서에 대한 해설서들이 10여종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간략한 글도 썼습니다. 이 번에 소개되는 백승종 교수의 두 책은 참 흥미가 있을 것같군요.
1. 한국의 예언문화사
2)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
도참설이나, 예언설, 비결 등은 사람들이 새로운 영적 또는 새로운 세상을 꿈꿀 때 나타나는데, 이것이 개인을 넘어 시대적 관심을 형성할 때, 종교 사회학적 개념으로 "Cultic Milieu"라고 부릅니다. 이 개념은 사회학자 콜린 캠벨의 용어입니다.
Campbell, Colin. 1972. “The Cult, the Cultic Milieu and Secularization.” A Sociological Year Book of Religion in Britain 5: 119-136.
이 milieu라는 단어에 형용사가 붙으면 문화적 의미를 형성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Gothic style를 따서 어느 학자는 Gothic milieu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문화적 환경을 cultural milieu라는 말을 쓰는데 이러한 환경이 형성되기 위해서느는 이러한 새로운 문화적 실재를 추구하는 사람들 seekers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다음까페에 들어가서 비결학회니 비결서를 치면 참 많은 사람들이 요상한데 관심을 다 갖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신종교 단체인 라엘리언 모임에 갔을 때 만난 사람이 저한테 대뜸 묻는 것이 격암유록에 대해서 아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종류를 갖고 있다고 하니 반갑다고 하더군요. 이 분은 라에리언에 참여하면서도 한국의 비결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더군요. 이런 seekers가 많을 수록 이런 컬틱 환경은 활발히 조성되는 것같습니다.
이 격암유록은 어느 글쓴이에 의하면 1970년대에 쓴 가짜 비결서라고 하지만, 김하원, 격암유록은 가짜 정감록은 엉터리 송하비결은?
많은 사람들이 조선초기 학자인 남사고 격암선생이 쓴 진짜 비결서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의 교보나 영풍문고에 가 보면 격암유록과 정감록에 대한 많은 책이 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순전히 과학적 검증에 의해서 형성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상상력을 형성하게 하는 문화적 환경이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런 비결서를 전혀 믿지 않습니다. 비결서의 예언 성취의 진위는 신이 없느냐 있느냐 하는 형이상학적 질문과 별차이가 나질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순진하게 아프카니스탄에 선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나 비결서에 미친 사람들이나 다 자기가 형성한 세계관이나 이데올리가 마련해 준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코드를 따라 움직이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누구를 멍청하다고 비난하기 전에 우리 모두는 이런 문화가 조성하는 영향권에 있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아량도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합리적 이성에 따라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논리적 정합성이나 과학적 검증 이전에 우리는 성찰 이전의 단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끼니 걱정을 해야 하고 공연한 일에 마음을 쓰고, 사소한 일에 집착을 하지요.
허나, 우리가 사는 생활환경에 대해 늘 비판적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교양인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http://www.kbs.co.kr/1tv/sisa/book/vod/1435805_16507.html
정감록, 예언인가 반역인가
- <한국의 예언문화사><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
▶ 방송일시 : 2007년 1월 22일 월요일 밤 12시 30분(1TV, 60분)
▶ 담당프로듀서 : 설상환 PD
▶ 담당작가 : 최희주, 김지영
[테마북]
<한국의 예언문화사><정감록역모사건의 진실게임> / 백승종 저
[패널소개]
백승종 / <한국의 예언문화사><정감록...> 저자
김갑수 / 문화평론가, 방송인
강영희 / 문화평론가
진중권 / 중앙대 독문과 교수
[기획의도]
사회 엘리트들이 보는 유력 일간지에 버젓이 오늘의 운세가 버티고 있고 대선, 총선 등 나라의 중요한 결정사항이 있을 때마다 ‘나라님은 하늘이 낸다’는 말과 함께 ‘관상’ 운운하는 한국의 현실에서 과연 예언이란 어떤 것이고, 조선시대를 풍미했던 정감록이 지금 한국인의 의식구조에는 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한국의 예언문화사><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 게임>을 통해 살펴본다.
[주요내용]
Ⅰ. 역모사건을 보면 시대가 보인다!
-정감록은 성리학의 대항이데올로기였는가?
영조 9년 남원 괘서사건, 정조 7년, 9년의 역모사건.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불리던 영·정조시대. 그러나 끊임없이 일어났던 역모사건, 그 배후에는 정감록이 있었다! 성리학적 지배체제에 꽉 짜여져 있던 조선시대에 불만을 품었던 평민지식인들은 <정감록> 예언에 기대어 사회 변혁을 꿈꾸었다.
백승종 / 저자
“ 정감록이 등장을 했을 때는 상당히 조잡한 형태의 비결서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고,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운동으로 발전되어 19세기 후반이 되면 동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종교형태가 되죠. 그 전의 조선사회와는 뭔가 구별이 되는 새로운 철학, 새로운 비전을 좀 더 명확한 형태로 제시하게 된 겁니다.
지금도 어떠한 요건만 갖춘 예언서가 나오면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킵니다. 그것은 예언이 단순한 불만이 아닌, 사람들의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피어나는 것이 그런 꽃과 같은 것이죠, “
진중권 / 중앙대 독문과 교수
“ 저는 '대항 이데올로기' 라는 말이 그저 왕조, 특히 이조의 어떤 특정한 왕조에 반대했다, 이 정도의 의미를 넘어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을 담고 있어야 되는데, 예언서의 형태로 나타났을 때는 지금 이 왕조를 멸망시킨 뒤 새로 구축할 경제,정치질서라던지 아니면 신분질서에 대한 프로젝트 같은 것들이 거의 없었구요. 또 성리학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 그리고 논리적인 토대. 이런 것들이 사실 없거든요 ”
Ⅱ. 현대판 정감록의 비밀을 찾아서!
“난세에 계룡산에 영웅이 뜰지니, 그의 이름은 정도령이다?”
과연 하늘이 내린 지도자는 누구인가를 놓고 대선 때 마다 되풀이되는 ‘정도령’논란. 그러나 <정감록>에는 계룡산 정도령은 없다!
현재 전해지는 정감록은 1923년, 일본인 아유가이 후사노신이 펴낸 감결 외 비결모음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정감록’을 찾아 현재 전해지는 정감록의 기원을 추적한다.
Ⅲ. 팩션, 역사적 진실을 찾아내는 상상게임?
한국에서 역사학자로서 처음으로 ‘팩션’(fact/사실 + fiction/소설)에 도전한 저자 백승종.
조선 후기사를 미시적 관점으로 들여다본 저자는 사료를 중심으로 200년 전 인물들을 불러내어 ‘가상 인터뷰’ ‘역모사건 주역들의 대담’ 등을 펼쳐 보인다.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하되 철저히 사료와 진실에 충실한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을 통해 하나의 트렌드가 된 ‘팩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김갑수 / 문화평론가
“ 구성자체가 소설적 구조로 되어있지만 이건 사실 그대로란 얘기죠. 사실을 벗어나서 저자가 마음대로 자기 상상을 발휘한 부분이 없다, 이게 팩션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팩션소설에 대한 오해, 픽션이 왜 팩션이 되냐 하면 팩트라는 것을 위배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는 거거든요 ”
강영희 / 문화평론가
“ 그야말로 거시사 전체의 큰 물줄기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정도의 새로운 인문학적 상상력의 힘이 느껴졌어요. 미시사적인 기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