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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몰까나'님에게 드리는 공개답글입니다.
작성자 강현     게시물번호 -9559 작성일 2007-08-26 22:22 조회수 784

몰까나님에게 드리는 공개 답글입니다. 

 

내용이야 어찌됐건 답글을 달아주셨으니 저도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아 또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 동안 다른 글들이 많이 올라와 새 창을 연 것이니 다른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지난 번에 올린 글이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불필요하게 강도 높은 표현이 많았는지라 그 때문에 마음 아파하실 분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 것은 제 불찰입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그러나 제 불찰과는 별도로 토론장에서 서로에게 지켜주어야 할 기본적인 예의와 관련해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설득력 있는 반론은 우선 상대방의 글 요지와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반박할 논리적인 무기를 발견한 뒤 상대의 주장의 근거를 하나 하나 해체시켜 나갈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지지자건 반대자건 독자들은 이런 역동적인 교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상이나 이념의 차이에 관계없이 사회의 어느 분야나 서로간의 이런 자극과 논쟁에 의해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의 과정 없이 아무나 개념없이말 할 수 있는 결론만을 그것도 감정까지 곁들여 툭 내던지고 간다는 것은 크게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령 10 분 이상 포뮬라를 이용해 장고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를 옆 사람의 시험지에서 답만 베껴다가 써 낸다고 해서 교수가 점수를 줄 리 없는 이치와 비슷합니다. 인터넷 토론을 하는데 익명이건 실명이건 저는 상관하지 않지만 만의 하나 익명이라는 은폐물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유혹하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실명으로 님의 의견을 개진해 보시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선 몰까나님은 같은 한국 사람들끼리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것과 사화적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제기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구별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님은 아마 제가 석기현 목사의 실명을 거론해서 도마에 올린 것을 두고 개인 비난차원으로 오해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몰까나라는 분이 難讀症 환자이거나, 제 글의 제목만 보고 답글을 올린 게 아니라면 그 글이 인질사태와 관련해서 한국의 개신교라는 공공기능을 가진 추상집단을 사회비판적 차원에서 거론한 것이지 어느 개인을 표적으로 인격이나 명예를 손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파악하셨을 것입니다.

 

석기현 목사라는 분을 거론한 것은 그 분이 한국의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비교적 유명한 목회자로써 8 12 일 설교를 통해 개신교 내부의 자성 움직임에 대해 사탄의 세력에게 머리를 숙이는 저자세' 운운하며 갑자기 강도 높은 공격성 발언을 했기에, 여기에 대해 저 나름대로의 반론을 편 것뿐 입니다.

 

아직 억류돼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국군수도병원 침상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두 분의 눈을 보고 참 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동료를 위해 석방을 양보한 것으로 알려진 이지영 씨의 용기 있는 행동에는 누구나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남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들을 겪으며 피눈물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그들 부모의 마음을 누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복잡하기 짝이 없는 국제적인 사건에 얽혀 들게 한 구조 자체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 있는 것이고, 그 구조의 중심에 공격적인 전도행위를 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잘못된 철학이 있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잘못된 철학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를 틈 타 적반하장으로 국민을 상대로 사탄의 영을 받은 자들이라고 호통을 쳐 대는데 듣고만 있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귀중한 답글을 주신데 대해서는 감사드리고 앞으로는 서로 생각의 다름에 관계없이 의미 있고 진지한 토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희망입니다.

 

상관없는 다른 교민분들의 시간을 잠시나마 빼앗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내일 월요일 일찍 출근해야 하므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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