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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든 캐러밴 이야기
작성자 캐러밴     게시물번호 -9794 작성일 2007-09-16 18:36 조회수 804

이제 잠시 이민와서 지금껏 제 충실한 발이 되어준 애마,
99년식 다지 캐러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 차는 비록 이름은 그랜드 캐러밴으로 그랜드 하지만 사실은
기본모델로 럭셔리한 멋은 전혀 없구요 따라서슬라이딩 도어도 손으로 힘주어서 직접 열고 닫고 두 번 째 좌석이 하나의 몸체로 되어 있어 늘 바른 자세, 즉 꼿꼿하게 앉은 자세로 타야하죠.
 
즉 왠만한 미니밴은 죄다 자동 도어인데 우리는 완존 구식, 수동도어이고  좌석이 따로 하나씩 되어 있어야 뒤로도 넘어가고 할텐데 우리는 그냥 일체로 되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말입니다. 좋은 점도 있습니다. 우선 문을 수동으로 닫는 것은 가뜩이나 운동부족인 우리 식구들  팔운동에 좋습니다. 특히 우리 작은 딸 팔힘 무척 쎄졌습니다. ^^ (지나친 뻥..)
 
그리고 일체로 된 두번 째 좌석은 때론 장거리 운전시 식구들의 훌륭한 침대가 되어 줍니다. 두번 째는 작은 딸이 세번 째는 큰 딸이 앞에는 아내가 좌석을 뒤로 제치고 모두 누워 자는데 저는 쎄가 빠지게 운전 하고... ^^
 
또 구린 것은 cd 가 아니고 카셑이라는 것이죠. 뭐 이거야 99년식이니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제가 언젠가 구입한 차량용 소니  cd player 를 사용하고 있는데 별 불편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말입니다. 카셑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아직 우리집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카셑 테잎에 좋은 노래가 많이 있거든요.
 
나훈아, 변진섭, 이광조 등 7080 가요와 팝송들이 죄다 카셑에 담겨 있어서 요즘 차보다는 저는 이런 구식 차가 더 좋더라 이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차를 뭐 카셑 때문에 살 수는 없지만..
 
그런데 '그랜드'가 좋은 것은 뒷자석을 모두 떼면 왠만한 트럭이 필요없을 정도로 넓은 카고 공간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이 차로 이사를 두 번이나 하고요 소파, 세탁기, 이런 저런 가구 등 왠만한 것들은 전부 이 차로 다 옮겨 그동안 우리집 머슴 노릇을 톡톡히 하였지요.
 
그러니까 이사할 때 약 1주일전부터 퇴근 후에 제가 이 차로 조금씩 물건들을 옮겨서는 당일 이사시에는 작은 트럭 하나로 무겁고 큰 짐들(피아노같은 것)을 옮겨 시간과 돈을 엄청 세이브 했죠.
 
물론 제가 직접한 노력과 시간이 역시 돈이기에 그게 그거다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 정서상 내 주머니에서 직접 돈이 안나갔으니 아꼈다고 생각하고 그리 믿고 좋아하는 거죠 뭐.
 
그동안 이차로 밴쿠버도 다녀 오고 밴프는 말할 것도 없구요 자스퍼 에드먼턴 미국 등 천지 사방을 잘도 다녔습니다. 덕분에 마일리지가 지금 185000정도 뛰었는데 그동안 3-4000km 마다 오일갈고 필터 교환 착착 잘하고 이 차 그런대로 호강했죠?
 
그리고 10만 키로에 타이밍 벨트 갈았는데 이게 뭐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 갈아야 한다니까 갈았죠. 근데 좀있다 엔진 오일이
새서 그게 다 오염되었다 해서 14만키로에 타이밍 벨트를 다시 갈았죠. 이게 잘못되면 차 버려야 한다기에..
 
 
오늘 날씨가 무척 더웠는데요 에어컨은 마치 새 차처럼 잘 돌아갑니다. 에어컨 개스도 충분하고요..사실 에어컨을 그리 쓸일이 없다보니 에어컨은 뭐 쌔거 같아요..
 
그리고 기본 모델 차량이지만 틸트 스티어링 핸들이라 재 아내가 운전할 때는 핸들이 많이 내려가 있지요. 그리고 크루즈 컨트롤기능 말인데요 고속도로 다닐때 좋죠. 저같은 경우는 운전하다 딴 생각을 잘하는데 그러다 무심코 속도위반에 걸릴때가 많지요. 그래서 저는 차가 출발하면 그냥 제한속도에다 크루즈드라이빙 설정을 해놓고 딴생각을 시작합니다. ^^

이제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사실 저는 이 차를 팔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교차로에 광고를 하려고 했는데 뜻밖에 곳곳에서 저항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집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는데 이렇게 헌신 내버리듯 한다고 말입니다. 사실 제 작은 딸이 차를 절대로 팔지말라고
울고 불고 난리입니다. 정이 들었다며.. 차가 불쌍하데요.
 
아니 차가 무슨 살아있는 애완동물도 아니고... 그런데 실제 차한테 엄청 미안해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도 괜히 미안한 감정이 들고.. 차한테요..
 
그래서 차를 팔긴 팔되 차를 위해 이렇게 글을 하나 남기기로 하였죠. 그러면 지도 섭섭한 마음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요.. 이 차에 대한 자세하고 충분한 설명은
교차로에다 올리겠으니 관심있는 분은 그 쪽으로 가셔서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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