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래 남루한 내 가슴엔
까맣게 타들어 간 길이 있고,
아픔의 자갈 무성한 길이 있고
세상이 차갑게 곤두박힌 등성이 너머
내 발걸음 닿지 못하는 곳엔
꿈 같은 그대가 있어,
내 길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눈물가에 닿은 밤처럼 이어지고
그러나, 한 치 앞을 모르는
상처에 발걸음은 헝클어져
돌아서야 하는,
아픔의 왕복
비애(悲哀)로 습기찬 저녁은
오랜 어둠 속에 또 다시 파묻히고,
내 깊은 한숨에 파묻히고,
나는 뎅그런 눈만 남아
달의 유령처럼 그대를 찾는다
눈빛 캄캄한 바람이
무거운 이마를 스쳐간다
그리움 딛고, 쏜살 같이
지나가는 무심한
세월
쓸쓸하다
* 詩集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