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합니다.
봄에 갔을때는 다른 업무가 바빠 오랜만의 방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여행을 못했습니다. KTX 타고
당일치기로 부산을 다녀온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번에도 촉박한 일정이긴하지만 1 박 2 일 잡아 정동진과 속초를 다녀올 예정입니다.
청량리에서 아침 8 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면 정동진에 오후 2 시 좀 넘어 도착하는군요. 장시간 여행인 점을
감안, 입석승객이 없고 자리가 좀 편한 특실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도착해서 동해바다와 '그 때 그 소나무' 를 보며 잠시 시간을 보낸 후 삼척을 왕복하는 '바다열차'를 타려고 합니다.
정동진 부근 부터 묵호 삼척 울진 으로 이어지는 강원 남부와 경북 북부 해안의 바다를 끼고 달리는 경치 정말 죽입니다. 1979
년 여름 어느 날 어린 나이에 처음 본 해안 절경과 이를 배경한 어촌마을들은 30 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삼척 죽서루는 군사정권 시절 무슨 일로 잠시 서울을 떠나 여기 저기 돌아 다닐 때 들른 적이 있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울 것 같습니다.
삼척에서 돌아오면 아마 저녁 때가 되겠죠. 혼자이니 청승맞게 모텔에 가는 것 보다는 해변가에 있는 찜질방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괜찮을 듯 하군요. 다음날 새벽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도 이게 나을것 같고.
해돋이 보자 마자 가장 일찍 출발하는 첫 차를 타고 속초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못봤던 것들을
찾아 볼 겁니다. 가령 지금은 고인이된 윤은서 양 생모가 운영하던 순대국밥집 겸 구멍가게 같은 곳 말이지요.
설악산이야 왕년에 대충 코스들을 섭렵했고, 언젠가는 대청봉에서 일몰 두 시간 전에 랜턴도 없이 오색 쪽으로 하산하다 죽을
고비도 겪은 인연 깊은 곳이라 별 미련은 없지만 그래도 섭섭하니 운동삼아 울산바위 는 올라 갔다 와야 겠죠.
옛날에는 8 백 몇 계단인가를 오르고 나면 웬 아저씨들이 "수고하셨습니다" 는 인사와 함께 찬 물에 담궈놨던 맥콜을 불쑥
내밀며 천 원 씩을 받아 챙겼던 기억이 나는데, 그 아저씨들 아직 있을라나... 아마 지금은 만 원 정도 받겠군요.
서울로 돌아 올 때는 우등고속이라는 걸 타보려구요. 아마 캘거리 에드먼튼 포트 맥머리를 왕복하는 Red Arrow 같은 버스인 모양인데
이것도 제가 한국 살 땐 없던 것이니 한 번......
조언을 구하려고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말이 길어졌군요. 죄송합니다.
혹시 제가 여행할 지역 (삼척에서 속초까지)에 새로 생겼거나 들를만한 곳, 추천할만 한 맛집, 찜질방이 있으면 귀한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