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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지극한 자식증오? _ 춘추전국시대_1st
작성자 운영팀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049 작성일 2009-02-03 16:38 조회수 1835
인류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춘추전국시대는 지금으로부터 약 2800년 전인 기원전 8세기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한 기원전 3세기까지 총 550년간의 시대를 일컫는다.
서구 문학을 이해하려면 희랍 신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듯, 동양 문학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지식이 필요하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천군만마의 혼전 외에도 지용, 변설, 학술 등이 새로움을 다투고 기변백출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춘추시대는 370년간으로 주 나라를 중심으로 여러 열국들이 각축을 벌이던 시대였으며, 이후 180년간의 전국시대에는 각 열국들이 공(公) 을 버리고 모두 왕(王)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군웅할거 하던 시대를 일컫는다.
춘추전국시대에는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여 역사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가게 된다. 550년간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은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손무(손자병법)등이 나오며 관포지교(절친한 친구 사이)란 4자성어로 잘 알려진 관중과 포숙아도 주요 인물들 중 하나이다.
이외 중국과 한국의 명절로 내려오고 있는 한식(寒食)의 유래가 된 개자추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다. 이외 처절한 복수극의 주인공 오자서의 이야기도 손에 땀을 쥐게 전개된다.
끝으로 전국시대 말기, 진시황이 전국을 통일하기 직전 세상에 나왔던 4명의 변사들 (방연, 손빈, 장의, 소진)이 귀곡선생에게서 공부를 하고 하산하면서부터 벌어지는 이야기들과(이때 '합종연횡'이란 말이 처음 사용된다),  진시황의 탄생 배경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자 세상을 돈으로 산 ‘여불위’등도 춘추전국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거리다.

또한 최근까지도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고사성어들 대부분이 춘추전국시대때 만들어진 것으로 이것만 보아도 당시 흥미로운 역사적인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당시 만들어진 고사성어들중 우리에게 낮익는 것들만 몇개 열거해 보도록 하자. : 결초보은, 경국지색, 관포지교, 합종연횡, 만승지국, 만전지계, 불공대천지수, 순망치한, 오월동주, 와신상담, 토사구팽, 파죽지세등

이 장구한 세월 동안 벌어졌던 무수한 사건들 중 흥미롭고 중요한 대목만을 간추려 이곳 게시판에 연재하고자 한다. 과거의 어두웠던 과거들을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배우고 현재의 우리 위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본 내용은 김구용 선생의 저서인 민음사의 ‘동주 열국지(列國志)’에서 발췌하였음을 알려둔다.
(편집자 주 : 춘추시대에 천자로 군림하는 주나라만이 ‘왕’의 호칭을 쓰고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공’이란 호칭을 쓴다. 이후 전국시대로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나라들이 호칭을 ‘왕’으로 바꾸게 되는데, 이로 인해 중국을 사상처음 통일한 진나라 왕 ‘정’은 ‘왕’ 대신에 황제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하면서 ‘시황제’라고 불리게 되었다. )


지금으로부터 약 2,800년 전 중국, 정(鄭)나라 이야기다.
당시 정 나라 임금인 정무공과 부인 강씨 사이에는 두 아들 오생과 단을 두었다.
큰 아들의 이름 오생은 잠 깰 오(寤), 낳을 생(生)자로 지었는데 그 이유인 즉, 강씨는 오생을 낳을 때 꿈에서 아이를 해산하는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어보니 이미 아이가 뱃속에서 나와 울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었다.
강씨는 이 일을 두고두고 불쾌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둘째 아들 단은 자랄수록 영특했고 힘이 세고 활을 잘 쏘았다. 그래서 강씨는 둘째 아들 단만을 사랑했고, 둘째 아들이 임금의 자리를 잇는 다면 오생보다는 열 배는 훌륭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남편 정무공은 “장유의 질서가 있고 오생에게 허물이 없는데 어찌 장자를 폐하고 둘째를 임금으로 세울 수 있겠냐”며 부인의 말을 단번에 물리쳤다.
이후 정무공이 세상을 떠나고 오생(정장공)이 즉위했다. 단은 외벽에 있는 공성이란 작은 마을을 물려받아 그곳에서 쓸쓸히 지내고 있었는데 어머니 강씨는 아들 오생에게 공성보단 경성땅을 동생 단에게 주라고 강요하였다.  
경성은 땅이 기름지고 인구도 많아 수도인 형양과 다를 바 없다며 주위에 신하들이 극구 말렸다. 또한 평소 왕위를 빼앗으려는 흑심이 있는 것도 천하가 다 아는데 더욱더 경성땅을 내줄 수 없다는 게 신하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임금인 오생은 어머니의 말을 거역할 수 없어 동생 단에게 경성땅을 주었다.
이후 단은 경성 땅에서 밤낮없이 군사를 조련하고 무예를 가르치며, 나라를 빼앗을 기회만 호시탐탐 엿보게 된다.
오생은 이런 기미를 알고서도 겉으로는 모른 체 했으나, 동생이 반역하기를 기다렸다가 죄를 밝히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판단하고 때를 기다렸다.
마침 오생이 주 나라에 문안을 드리러 가야 하는 일이 생겼는데 동생이 반역할 줄 미리 짐작하고 오생은 경성 땅 주변에 군사를 배치하고 주 나라로 떠나는 척 하여 나라 외곽에 군사를 잠복시켰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어머니 강씨와 내통하여 정 나라 수도로 침입한 단은 복병에 걸리고 경성 땅 마저 도 오생의 군사에 의해 빼앗기게 되어, 단은 자살을 하면서 형제간의 불화는 끝을 맺는다.  
동생의 시체를 부등 켜 안고 비통해 마지 않는 오생이었지만, 일부 후세의 역사가들은 오생이 일부터 동생의 잘못을 키워 죽게 만들었다며 오생을 천고의 간웅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동감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오생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방법 외에는 동생에게 군위를 넘겨주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 강씨가 이번 반역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강씨를 영지라는 땅으로 유배를 보내고는 황천(皇天, 저승이란 뜻)에 이르기 전에는 두 번 다시 어머니를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다.
영지 땅 근처에서 지방관리로 살고 있던 영고숙은 위인이 강직하고 매사를 분명하게 처리하였다. 또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기로 유명했다. 이 영고숙이 임금 오생이 어머니를 안치시킨 것을 알고는 탄식하였다.
이후 영고숙은 올빼미를 예를 들며 오생을 감복시켜 어머니를 용서하고 다시 만나게 해주기로 했으나, 황천(黃泉)에서야 만나겠다고 맹세를 했기 때문에 어찌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겠냐며 고민을 하게 된다. 이에 영고숙은 땅을 깊게 파고 지하실에 강씨를 모신 후 그곳에서 강씨와 오생을 상봉시켜 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시켰다.
어머니를 다시 찾은 오생은 영고숙에게 대부벼슬을 주어 정 나라 병권을 맡게 해주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은 간절하고 애 닳다고 하지만, 실제 역사적으로 볼 때 자식을 원수로 삼았던 이들도 꽤 많다. 재물을 앞에놓고 형제간 싸우는 모습 또한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도 뉴스를 통해 천륜을 거스르는 사회적인 일들을 종종 보게 되지만 그런 일들은 결코 현대사회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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