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이 되거나 남북통일 비슷한거라도 되면
대륙횡단철도가 기차여행 애호가들의 관심사로 떠 오를 것이다.
대륙횡단철도란 일본-코리아반도-중국-러시아-유럽대륙-영국을 연결하는 육상 및 해저운송로를 말한다.
머지않아 비행기와 속도가 같거나 빠른, 즉 시속 1 천 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가 등장하는 세상이 온다.
수퍼탄환열차를 위한 실크로드 수퍼고속철도가 건설되면 동아시아와 유럽이 육상여행권으로 연결된다.
서울시내 지도를 펴 놓고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대륙횡단 철도가 한국으로 연결되었을 때 서울에서 여객과 물류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지점을 가늠할 수 있다.
물류는 몰라도 여객은 가좌 또는 홍대부근이 hub 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홍대입구역은 공항철도와 경의선, 서울 순환 지하철 2호선 등 기능이 다른 철도라인 세 개가 교차하는 Traffic Golden Triangle, 즉 황금의 교통삼각지다. 예전부터 이 동네를 볼 때마다, 마치 먼 미래를 담보로 치밀하게 준비라도 해 온 지역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곤 한다.
아래 글은 이 동네 빌라 팬트하우스를 임대해 거주하다 귀국한 프랑스 대사관 영상교류담당관들 (이들은 업무인수인계하듯 임대유닛도 인수인계했다) 과 나눈 대화에서 받은 어떤 느낌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an Elegant Town of Living Diversity'
지금도 이곳은 한국에서 명동과 북촌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합정동-서교동-경의선 책거리-연남동 숲길-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신촌 오거리-서강대학교 라인 선상에 형성된 다채로운 문화타운과,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의 SoHo' 홍대거리가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중요한 이유임은 부인할 수 없다.
자기나라에서는 미술관에 코빼기도 비춘적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맨해튼에 가면 SoHo는 꼭 들른다.
건성건성 둘러보다가도 갤러리에서 유명화가들이 그린 그림 복사본 몇 장 씩은 구입해서 귀국한다.
옆집 아줌마 '알리스'의 리빙룸에 거꾸로 걸린 피카소 그림도 그런 여행지에서 구입한 것이다.
여행자들이 홍대거리에 몰리는 이유도 여행자들이 소호에 가는 이유와 비슷하다.
다만, 그저 들렀다가 떠나는 소호 와는 달리
서울의 소호 에서는 여행자들이 장기숙박을 하며 로컬라이프를 즐긴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이 동네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외국 여행자들이 왜 이 곳에서 로컬라이프를 즐기려 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문화타운 주변에 형성되어 있는 로컬 주거지역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지역에는 우선 외부인들의 접근을 쌀쌀맞게 거부하는 아파트단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편안한 분위기의 빌라형 주택촌이 형성되어 있는 게 눈에 띈다.
디자인이 제각각인 그 빌라촌은 운치가 있으면서도 배타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 정도만큼만 덜 고급스럽다.
유행이나 집단정서에 휩쓸리는 것을 싫어하고 개인의 취향과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문화권에서 온 여행자들이라면
아파트단지 보다는 개성이 돋보이는 빌라촌에 훨씬 매력을 느낀다.
이곳은 원래 1990 년대 초반까지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던 고급주택가였다.
어느 날 갑자기 집주인들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듯 일제히 단독주택을 헐고 빌라를 지었다.
원래 고급주택가였던 지역이라 그런지 몰라도, 다른 지역 빌라들과는 달리 슬럼화되지 않고 안정감을 제공하는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하고 있는 점이 이 동네들 빌라의 특징이다.
한국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규모 공동주택 빌라가 외국 여행자들에게는 마치 북촌의 한옥처럼 한국 특유의 주거문화 중 하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여행자들은 문화타운에 근접한, 빌라촌 안에 자리잡고 있는 조용하면서도 풍경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호한다.
현지인들의 생활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로컬라이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교동 연남동 창천동 동교동 일대 주택가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들의 트립어드바이저 평점이 높은데는 그런 이유들이 작용한다.
게다가 이곳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공항철도로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서울도심이기도 하다.
무슬림들을 위한 식당과 기도실까지 갖춘 게스트하우스들 (홍대부근 서대문구 창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