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입니다.
올해 성탄절은 어느때보다 세계곳곳에서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슬프고 위험한 성탄절이 될 전망입니다.
지난 주 USA TODAY 에 이어, 오늘은 또 하나의 차분한 언론 NEWSWEEK 가 트럼프 정권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미합중국 헌법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자격이 없는 작자라고 선언했습니다.
칼럼의 제목은 Is Trump Unfit for Office? The Constitution Says Yes 입니다.
수정헌법 제 25 조에 규정되어 있는 대통령 권한박탈요건을 들어 트럼프를 그 자리에서 축출하는 것이 합법적이고 합헌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정헌법 제 25 조는 탄핵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대통령을 직무에서 축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정신상태와 윤리의식이 국가안보와 사회안전을 위협할 때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대통령 직무정지를 선언하고 상하원에 그 결정문과 이유를 서면으로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미국은 격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들은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정치적 격동에 대한 정보를 거의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정치적 변동이 코리아반도정세에 예측이 불가능한 파장을 던질 수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들의 관심은 중국에 국빈으로 갔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빈초청을 해 놓고는 아무도 밥 사주는 놈이 없어 한국수행원들만 데리고 베이징 시장통에서 아침식사로 꽈배기에 콩죽을 찍어먹었다는 처량한 가십같은 것들에만 온통 집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격동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이상 몰이성, 무식, 분열적 사고 같은 열등한 가치들이 나라공동체의 근간을 유린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격동시키고 있는 계기는 좀 더 구체적 입니다.
몰이성과 무식을 종합적으로 드러낸 대표적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알 쿠드스(Al-Quds)의 이스라엘 수도인정이 바로 그 것입니다.
제삼자가 이 도시 이름을 부를때는 주의해야 하는데, 그 도시를 무력으로 강탈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부르는대로 히브리어 이름 예루살렘이라고 불러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12 월 6 일, 트럼프가 이 뚱딴지같은 선언을 한 이후, 전 세계 저널리스트들과 중동문제를 공부해 온 사람들은 도대체 그가 왜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선언을 한 것일까에 대하여 지난 열흘동안 골머리를 싸매고 연구해 왔습니다.
그들의 결론은 대체로 한 가지 지점에서 일치했습니다.
지난 12 월 1 일,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이 특검에서 털어놓은 폭탄선언으로 트럼프 본인이 '러시아간첩단사건'의 수괴임이 폭로되어 정권의 숨통이 끊어지게 생긴 최악의 위기가 바로 그 선언의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동기였을 거라는 점 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결론은 맞았습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알 쿠드스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발언은 이때로부터 불과 5 일 후에 나온 것 입니다.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강박감이 이런 빠른 결정을 유도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보궐선거를 (본인은 아닌 척 하고 있지만) 앞두고 있는만큼 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타이밍이어야한다는 계산도 했을 것 입니다.
누가 조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트럼프는 그의 목숨을 살려줄 수 있는 두 개의 그룹, 즉 유대계 미국인들과 기독교 복음주의집단을 상대로 SOS 를 보낸 것으로 판단합니다. 유대계 미국인들은 미국의 금융과 관료조직을 지배하고 있는 파워집단이고, 기독교 복음주의 집단은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었습니다.
약 8 백 만 명으로 추산되는 유대계 미국인들과 미국내 전체 기독교인들 중 약 7 퍼센트로 파악되는 복음주의집단은 사실상 서로 원수같은 사이입니다. 기독교복음주의의 핵심인자들은 거의 반유대주의자라고 해도 별로 오류가 없을 것 입니다.
이 원수같은 두 집단사이에 묘하게도 이해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부분이 있는데, 다름아닌 이스라엘 영토로서의 알 쿠드스 (예루살렘)회복이 그것입니다. Zionism 과 반유대주의가 이 지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이루는 이유는 기독교복음주의의 교리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영토로서의 알 쿠드스 회복이 기독교 복음주의 교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요 손가락 낭비라 생략하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신분은 '기독교 세대주의종말론' 같은 검색어로 검색해 대충 읽어보시고 그걸 읽으신 후 히브리경전의 다니엘서나 기독교경전의 요한계시록 해당 쳅터를 참고로 읽어보시면, 아하~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나와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는지 짐작이 가시면서, 이 세상에는 참 벼라별 사람들이 다 많구나 하는 점을 실감하게 되실 것 입니다.
근데 문제는 지금 'X주고 X 맞는다'는 욕설속담처럼 도널드 트럼프가 이 선언을 하고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 입니다.
우선 이런 결정을 조언한 놈이나 트럼프나 둘 다,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과 미국에 살고 있으면서 미국의 금융자본과 관료조직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유대계 미국인들 사이에 공통점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알 쿠드스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에 미국내 유대인들이 환영보다는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실제 트럼프의 목숨줄에 영향을 발휘해 줄 수 있는 유대계 엘리트 파워플레이어들은 속으로 "저 붕신이 드디어 대형사고를 쳤군"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멋도 모르는 일부 언론들은 초기에 매우 단순하게도 사위 재럿 쿠슈너가 이런 결정을 조언했을거라는 추측보도를 했습니다. 쿠슈너가 우크라이나 출신 유대인의 자손이라는 점만을 근거로 삼아 이런 바보같은 추측을 한 것인데, 사실 쿠슈너는 트럼프의 이 선언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음주의자들이 자기를 다시 자기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구원해 줄거라는 기대는 그것대로 앨러바마 보궐선거에서 보기좋게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공화당원들만 천국 간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민의 태반을 차지하는 앨러바마같은 주에서 상원의원 자리를 민주당에 내주는 쌩날벼락을 맞고 말았습니다.
복음주의집단과 관련해서도 트럼프나 그에게 조언해 준 놈이나 역시 간과한 점이 있습니다. 복음주의집단 안의 '지적 격차'가 미국의 '빈부격차'만큼이나 심하다는 점이 그것 입니다.
알 쿠드스의 이스라엘 영토회복에 열광할만한 사람들은 세대주의 종말론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그 집단 내부의 소수 광신도들 뿐 입니다. 나머지 복음주의자들은 알 쿠드스가 이스라엘의 수도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탐구심보다, 왜 내가 열 네 살 짜리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것이 분명한 저 거짓말장이에게 투표해야 하는가에 대한 거부감이 더 많았다는 게 판명난 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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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성탄절 입니다.
성탄절에 알 쿠드스 부근에 있는 베들레헴으로 여행가시는 분들께 올해는 여행을 삼가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올해 그곳에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베들레헴은 예수선생이 태어난 곳이 아닙니다. 예수선생이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이라해도, 그가 태어났을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는 베들레헴이 아니라 나자렛 어느 시골마을일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니 가뜩이나 위험한 베들레헴으로 여행할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종군기자가 아니라면 말이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돌아가신 분의 생일보다는 기일에 가족 친지들끼리 모여 고인을 추도하거나 추모하는 것이 상례이기도 한만큼.
지금부터라도 성탄절은 그냥 넘어가고 그 분의 기일 (Good Friday) 만을 기념일로 정해 기독교인 여러분들끼리 조촐하면서도 경건하게 추도식을 했으면 합니다.
트럼프 시대가 인류에게 공헌한 점이 하나 있다면,
'종교의 비이성성이 환경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인류의 재앙으로,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애물단지로 둔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깨닫게 한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역사상 가장 슬프고 위험한 성탄절 D-9 (MST) sarnia (clipbo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