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혹시 아래 글에서 늘봄님의 글들에 대해 오해했거나 오독했다면, 지적해 주세요.
1. 그동안 진화론을 알아야 된다는 늘봄님의 줄기찬 주장에도 불구하고 종교현상에 대한 늘봄님의 진화론적 바탕을 둔 글은 어디에 제대로 언급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진화론이 지동설과 마찬가지로 세계를 바라보는 혁명적인 전환을 일궈낸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늘봄님의 글은 진화론을 알아야 된다는 당위성만 주장을 했지 종교에 대한 진화론적 이해나 이론을 제대로 소개하거나 전개한 글이 제가 알고 있는 한 전무합니다
이를테면,늘봄님의 글에는 도킨스의 유전자 선택과 두명의 윌슨이 제시한 집단선택에 대한 이론이 분석적 설명없이 그냥 혼용해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없이는 종교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보다는 혼란만 초래합니다. 그렇다보니 한상 단언적이고 선언적인 늘봄님의 글은 족보없는 cherry-picking한 글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런 족보없는 글은 비평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2. 천국이나 지옥에 대한 개념은 단순히 제국이나 정치적 엘리트들이 자기들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찬 일반화입니다. 가령, 기독교사에서 천국이나 지옥, 영원한 심판 등은 로마 제국시기에 기원했다기 보다는 바빌로 포로기 때 부터 조로아스트교의 영향 때부터입니다. 유대인들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또한 이런 전통이 뿌리를 제대로 시작한 때는 알렉산더가 죽은 후의 신구약 중간시기라는 가장 혼란스런 시기라고 볼 수 있구요. 이것은 신구약 중간시기에 대한 격동의 역사이해에 대한 부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론:역사적 예수는 바로 이런 신구약 중간시기의 역사적 격동기의 산물이었습니다.현대의 이른바 진보적 이해로 과거의 역사적 예수를 투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역사적 연구는 진보적 이념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과론을 제대로 밝혀내는데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예수 세미나는 진보라는 가위질로 역사적 예수를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중국불교사에서도 지옥에 대한 석화 또는 암각화가 10만 점이 넘게 중국의 다쭈(Dazu) 지역에 형성된 것은 당나라 혼란기 때였습니다.
더우기 늘봄님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제가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바로 이것입니다. 즉 늘봄님의 주장은 UBC의 진화 심리학자 Ara Norenzayan의 [Big Gods: How Religion Transformed Cooperation and Conflict]의 주장, 즉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장하는 Big Gods은 처벌과 지옥을 통해 도덕적으로 타락한 공짜승객을 솎아내는데 필수불가결하다는 것과 배치됩니다.
늘봄님께서 왜 이런 주장을 하시는지는 짐작컨대, 진화론에 대한 정치한 이해에 앞서 늘봄님의 이른바 “목적론적”(teleological)그리고“진보적” (progressive) 열성이 종교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를 압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구요.
3. 늘봄님의 글들이 만화경처럼 보이는 것은 본인이 좋아하는 사상이나 개념을 비판적 성찰없이 마구 사용하시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가령, 뉴 에이지 사상가 Ken Wilber를 많이 차용하시는데 그의 진화에 대한 이해는 과학으로서의 진화론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늘봄님이 차용하신 Kosmos나 holon 등의 개념은 윌버의 중심사상인데 이것이 진화론이라는 과학적 이론에 기반하여 어떻게 수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습니다. 글을 쓰면서 하나의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때 그 개념에 대한 소개나 정의는 필수적입니다. 과연 이 게시판에서 Kosmos나 holon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또한 윌버가 철학계에 어떻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알려 주시면 좋겠구요. 제가 알고 있는 한 윌버는 종교학계에선 신종교라는 뉴에이지 사상가 중에서 가장 포괄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정도이지 종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돕는 이론가는 아닙니다.
4. 진화론을 알아야 한다는 당위를 주장하기 전에 본인이 진화론을 제대로 소개해야 될 줄로 압니다. 특히 종교를 논한다면 종교를 진화론적 방법론에서 어떻게 이해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또한 아래에 언급하셨던 진화심리학적 이해가 필수적이라면 도대체 진화심리학이 뭔지 간략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심지어 진화심리학 안에서도 도킨스와 스티븐 핑커냐 또는 집단선택주장자들이냐에 따라 진화의 이해가 현격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도킨스가 그의 [The selfish Gene] 마지막 장에서 소개한 유전자 전파 (generic transmission)에 상응한 문화전파(cultural transmission)에서 문화의 복제자(replicator)인 “밈”( meme) 이론 같은 것은 논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론으로 수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밈 이론은 지금은 실패한 작업이라고 간주됩니다. Bruce Edmonds, “The revealed poverty of the gene-meme analogy” 참조 http://cfpm.org/jom-emit/2005/vol9/edmonds_b.html
이러한 논박이 가능한 것은 밈 이론이 논의의 범주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즉 맥락이라는 족보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진화론은 누구를 겁주거나 윽박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나 문화현상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이론에 겁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과 함께 땅따먹기 하면서 노는 것은 즐거운 일일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