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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동포로서는 하기 어려운 결단을 내리며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0907 작성일 2018-05-21 14:45 조회수 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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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르니아의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2016 년 6 월 경, 미국 대선관계 글에 올린 다음과 같은 문장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국제금융자본의 세계지배보다 더 위험하고 나쁜 현상이 있다. 지력과 보편적 윤리관념이 떨어지는 하류대중들이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에 휘둘려 정치권력화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쓴 글이다. 이제는 내가 2 년 전에 했던 이 말을 반대로 뒤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북미화해와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전통적 기득권 커넥션 대신 도널드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명확하다.

코리아반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그가 국제자본과 미국의 군산복합체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사고하고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증거가 점점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기득권 커넥션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가 선택한 방법이 코리아반도 평화정착에 유리하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지난 3 월 8 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복미회담을 수락하는 것을 보고 미국의 주류 정치세력은 경악했다.

미국언론들은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목적으로 전문가집단과 논의도 거치지 않고 무모한 결정을 했다고 비난했었다.

나는 그에게 노벨평화상 수상과 같은 구체적인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미국의 돈과 권력을 틀어쥐고 있는 세력에 휘둘려 온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다고 본다.

생각지도 않게 굴러 온 대통령 자리에 앉아 1 년이 넘게 천방지축 헤메다가 발견한 현실자신의 주변에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이 없다는 것과 자신이 결국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백악관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뿐이었을 것이다.


대북문제를 둘러싸고 현재 백악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골적인 내부논쟁은 도널드 트럼프와 미국의 전통적인 기득권 커넥션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필사적인 권력투쟁의 양상을 띄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는 좋은 경찰역을 맡은 사람이고 존 볼턴은 나쁜경찰역을 맡은 사람이라는 뚱딴지같은 헛소리나 늘어놓고 있는 한국언론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중인지 전혀 파악할 수가 없게 된다.

잘못된 정보와 낮은 통찰력이 빚어낸 잘못된 관점을 토대로 내린 해석은 사건의 본질에 대한 엉뚱한 오해를 낳는다.


마이크 폼페이오는 도널드 트럼프와 죽이 맞는 몇 안 되는 비주류 정보통 출신 관료다.

존 볼튼은 트럼프의 사람이 아니라 네오콘 인맥이 백악관에 박아넣은 전형적인 기득권 커넥션 멤버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전문가집단에 아무런 인맥도 정보도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골라서 임명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유엔대사 출신의 전형적인 워싱턴DC 엘리트 존 볼턴과는 사전에 일면식조차 없었을 것이다.


존 볼튼은 백악관에서 업무를 시작한 처음 얼마동안 마치 유순하고 얌전한 사람이라도 된 척 잠자코 있었다.

그가 갑자기 미친놈처럼 날뛰기 시작한 것은 지난 3 월 31 일과 5 월 9 일 두 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극비리에 합의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의제를 눈치채고부터 였다.

마이크 폼페이오와 김정은이 합의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의제란 두 말할 것도 없이 '조선이 앞으로 영구히 전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약속과 함께 양국간의 상호적대관계를 완전하게 청산한다'는 내용이었다.


America’s interest here is preventing the risk that North Korea will launch a nuclear weapon into LA or Denver or to the very place we’re sitting here this morning,” Pompeo said, from Washington. (평양에서 워싱턴 DC 로 돌아온 직후 Fox News 와의 회견 중 마이크 폼페이오가 한 이 한 마디에서도 평양에서 극비리에 합의한 의제가 무엇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합의를 하고 미국에 돌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복잡한 개념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런 개념들을 논리정연하게 이야기를 할 때 노트를 읽지 않았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가 한 말 중 뒷 부분의 말, 즉 김 위원장이 노트를 읽지 않았다는 언급을 한 배경은 조금 미묘했는데, 이것은 마치 자신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노트를 읽으면서 이야기한 문재인 대통령을 야유하기 위해 한 말처럼 들리기도 했다.


어쨌든 김정은과 폼페이오가 합의했다는 싱가포르 정상회담 의제에 관한 정보를 접수한 미국의 기득권 커넥션은 혼비백산했다.

그들은 조선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기술적으로도 실천이 불가능한 CVID 를 밀고나가 코리아반도 정세를 교착상태로 몰고가면서 그 긴장상태의 지속을 통해 자신들의 이익도 챙기고, 회담결렬로 CVID 가 실패하면 그 정치적 책임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집어 씌워 그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빌미 중 하나로 사용할 계산이었는데 일이 엉뚱하게 틀어져버린 것이다.


존 볼튼의 항명사건은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가 bad cop 이어서가 아니고)


5 월 16 일과 17 일 양일간에 걸쳐 벌어진 백악관 헤프닝 (싸라 샌더스 허깨비 대변인의 존 볼튼 엿먹이기 사건과 도널드 트럼프의 조선 부자나라 만들어주기 사건)은 미국 내 두 세력의 이런 갈등사태가 표면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보다 먼저 두 세력의 갈등이 표출된 사건은 5 월 10 일 일어났다.

싸르니아가 지난 번 글에서 언급했지만, 조선에서 석방한 세 명의 수감자들이 의료전용기편으로 미국으로 돌아오던 그 날, 미국 하원은 도널드 트럼프의 대북협상의제 중 하나인 주한미국군의 대규모 감축 또는 철수를 조건부 봉쇄하는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기득권 커넥션의 이해와 관련해서는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단결하여 자신의 손발을 묶어버리는 조치의 신속함에 트럼프는 아마도 모골이 송연했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북문제에 대해 비교적 올바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똑똑해서가 절대 아니다.

첫째, 그 자신이 존 볼튼 같은 군산복합체 장학생들이 뻔한 의도를 가지고 떠드는 사기꾼같은 소리에 끌려가야 할 이유가 없는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이고

둘째, 이념가들이 아닌 정보전문가들에게 판단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통령으로서 매우 좋은 행동이다.

마이크 폼페이오도 정보통이고, 그에게 가장 결정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KMC 책임자 앤드류 김은 조선문제에 있어서 타의 주종을 불허하는 첩보전문가다.

손가락과 입만 가지고 나불거리는 종자들하고는 그 궤를 달리하는 사람들이다. (싸르니아 역시 이들과 궤를 달리하는데, 손가락과 입 외에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인 수퍼센스같은 것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들과 다르다) 


트럼프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당장 해야 할 일 두 가지가 있는데,

우선 존 볼튼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자리에서 보란듯이 내쫓는 일이고,

그 다음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지명을 철회하는 일이다.

기득권 커넥션의 로드맵 줄기에 해당하는 이 두 사람을 제거하지 않으면 트럼프 그 자신의 구상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


트럼프가 극도로 싫어하는 인물로 유명한 제임스 클래퍼 전 국가정보국장이 매우 적절한 시기에 지난 주말판 뉴욕타임스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의 합리적인 주장이 앞으로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단 한 개의 로드맵이라는 점은 트럼프에게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그 자신의 정보전문가들의 의견과 전혀 다르지 않다.

사실 트럼프도 이 점을 예전부터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제임스 클래퍼의 주장이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조선이 CVID 는 커녕 핵탄두에 끼워진 볼트 하나도 포기하지 않을거라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능청스럽게도 마치 이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듯이 주말에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곧 만나게 될 문재인 대통령을 죄인다루듯 닥달했다.

너희가 정보를 잘못 전달해주는 바람에 우리가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싸르니아의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은 지난 3 월 5 일 올린 글에 담긴 이 내용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한국 일부 매체 기사들을 보면 현재의 국면, 즉 한국정부가 북미대화를 주선하고 있는듯한 형국이 미국과 사전협의없이 한국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를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정부가 화해국면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미국이 허용한 이유는 미국이 앞으로 북측에 양보해야 할 포기대상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사전에 덜어보기 위해 고안해 낸 정치-외교적 모양내기 중 하나일 뿐이다.


백악관은 지금 북측에 양보해야 할 포기대상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사전에 덜어보기 위해 고안해 낸 정치-외교적 모양내기' 수순을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

포기대상이란 CVID 를 싱가포르 회담의제에서 제외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북미화해 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에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하기 위해 현재 위싱턴DC 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어쨌든 '북미회담 의제에 핵폐기는 없다'고 선언한 제임스 클래퍼가 한 이야기 중 의미심장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독일, 일본, 베트남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과 조선도 좋은 우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클래퍼의 힌트에 계속 격앙되어 있던 조선의 관리들이 조용해지며 몇 분 간 잠자코 포크와 나이프만 놀려댔다는 회고담이 그것이다.


I told him, “The United States has no permanent enemies.” I cited Germany, Japan as examples of how bitter adversaries can become allies.

I described a recent trip to Vietnam and pointed out that the United States has developed productive diplomatic, economic and even military relations with its government. I suggested the same could happen with North Korea.

We ate in silence for a few minutes before he remarked that I could foster that transformation by negotiating the normalization of relations. 


어쨌든


이 글의 제목과 리드에서 말한 주제로 돌아와서,


코리아반도 출신으로서 북미에 사는 동포들은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다소 난감할 수 있겠다.


2016 년 미국 대선 당시에는 미국의 한인들은 1 억 3 천 만 명에 달하는 미국 내 소수민족 중 하나로서,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는 시민으로서

이번만큼은 월가와 정치권력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엘리트들과 '노골적인' 전략적 연대를 해서라도 '하류대중의 정치권력화'를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는데.


아울러 백인분리주의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일부 보수 한인들은 '쪼다' (내가 한 말이 아니라 LA 라디오 서울의 어느 한국계 여성앵커가 한 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었는데, (싸르니아는 그들을 '쪼다'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저 '등신'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다)


코리아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 온 지금은 거꾸로 도널드 트럼프를 지원해서라도 코리아반도의 평화정착을 방해하는 전통적인 기득권 커넥션, 즉 월가와 군산복합체의 전쟁책동을 폭로비난해야 한다는 반대의 주장을 해야 할 판국이 도래했다.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 가치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선택은 전적으로 동포 여러분 각자의 몫이다.


싸르니아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서는 일단 6 월 12 일까지 파트타임-조건부-비판적 지지를 하고,

이후 지지를 연장할 것인지 여부는 그 날 이후 일이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고나서 다시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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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al  |  2018-05-2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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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살다 보니 미국 대통령 찬양가를 부를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는 날이 다 오네요.

clipboard  |  2018-05-21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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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 지지는 대북문제에 한하며 2018 년 6 월 12 일 까지만 유효합니다.

예전부터 트럼프를 무작정 지지했던 동포들에 대해서는 Consideration of Deferred Action for the Jerky hard-core Supporters 즉, 오는 6 월 12 일까지 쪼다 유예프로그램이 적용됩니다.

westforest  |  2018-05-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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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싱가포르에서의 만남이 물건너가버렸군요. 양쪽의 내부 사정이 위태위태했었는데.

이것으로 김정은은 북한 내부의 입지가 아직도 공고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 내 꼴통 관료 고립주의자들과 강경 군벌 세력들이 호시탐탐 김정은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죠.

트럼프도 마찬가지여서 공화당의 행동으로 재선은 커녕 임기내 탄핵으로 실각하거나 조기 레임덕을 겪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기에 나홀로 추진이 어렵다는 것. 미국내 유대 이너써클이나 주류 정치에 대한 싸움은 목숨 걸어야하는 싸움이죠.

사실 이런 일은 속전속결로 가야하는 것이었는데 제 개인적인 바램은 남북 판문점 선언 직후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기전에 트럼프가 평양으로 날라가는 거였습니다. 일본은 이미 패싱되었고
중국이 간당간당했었는데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는 바람에 일이 꼬인 듯 합니다.

그러나 내부는 언제나 외부를 끌어들여 치면 되는 것이기에 김정은이나 트럼프나 내부 세력에 대해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겁니다. 그들은 어차피 스스로의 운명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해야하는 동업자니까요.

"친애하는..." "편지써. 전화를 하든지." 트럼프는 김정은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에서 둘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대통령의 물밑 작업은 계속되겠죠. 북핵폐기에 대한 정의, 김정은 체제 보장의 구체적 방법론, 주한미군의 위치 이동에 대한 것들(저는 북미수교후 소규모의 주한미군이 원산이나 개성, 심지어 평양에도 주둔하는 것을 예상해보기도 했었는데요)이 핵심아닐까요? 경제문제는 남북 사이에 대략적인 그림이 그려져 있을테니.

한가지 김정은과 시진핑의 전격회담결과에 대한 것인데.. 둘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을까... 매우 궁금합니다. 짚이는 것은 과거 중국이 김정은을 제거하려했던 부분에 대한 완전한 해소와 함께 핵무기 중국이전으로 북핵문제 해결, 엄청난 정치 경제적 댓가. 대략 이런 것들이 예상이 되는데요.

아무튼 조금더 두고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음악이 제 favorite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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