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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학당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1166 작성일 2018-08-30 20:06 조회수 2053
 

이 노래, 석 달 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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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6.12 조미정상회담의 극비핵심합의사항들이 연달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VOX 나 AXIOS 같이 특화된 엘리트 매체들이 획득한 이 회담과 관련한 특급정보들은 왜 지금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추론하는데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 VOX 나 AXIOS 같은 매체들을 보고 그건 또 웬 '듣보잡 찌라시'인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 매체들이 '듣보잡'임을 탓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무지를 한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조미관계건 남북관계건 제대로 훈련받은 저널리스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백악관과 국무부 핵심인맥으로부터 직접 채굴한 정보들을 다룬 기사를 접하지 않는다면 코리아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현재정세의 흐름을 파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특급정보를 누설할 준비가 되어있는 백악관과 KMC의 핵심관료들, 그들이 누설한 정보들 중 보석을 발굴할 줄 아는 훈련받은 저널리스트들, 그런 엘리트들이 활동하는 매체를 찾아서 선택할 줄 아는 깨어있는 독자, 이 세 요소가 만나면 진실의 나신은 세상에 비로소 그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곤 한다.  


오늘 NYT 나 WSJ 같은 주류언론들도 일제히 인용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김-트럼프 극비합의는 백악관도 마지못해 인정했는데,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그 극비합의의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교착상태의 본질이 도널드 트럼프라는 어처구니없는 인물의 협상무능에서 비롯된 외교참사였다는 게 만천하에 폭로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는 기본적으로 코리아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조선의 핵보유를 인정하고 조미수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내가 바라는 미래의 정세를 희망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세를 보이는대로 가감없이 정직하게 진술하는 것은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수건 진보건 한국 국내 논객들이 떠드는 소리를 우습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 사람들이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편이 갈린 채 희망과 현실을 마구 뒤섞어 아전인수에 불과한, 당파적 구호같은 소리들을 제각기 지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트럼프에게 무슨 숨겨진 비범한 대조선(그들의 표현으로는 대북)협상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무턱대고 신봉하는 이춘근 류의 보수진영 학자들이나,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 코리아반도의 운전자역할을 할 때'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자유주의진영의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같은 사람들이나 별 차이가 없어보인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춘근 씨는 텍사스주립대학에서 국제정치학으로 박사과정을 공부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에 대해 아직도 그런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도대체 국제정치학자라는 사람이 미국신문은 고사하고 트럼프가 허구헌날 새벽마다 개발새발 써서 날리는 트윗조차 제대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조선일보에서는 이런 이춘근 씨를 조미관계를 전담하는 필진으로 등장시키고 있고, 자유주의진영 매체 중 가장 청취율이 높다고 알려진 뉴스공장에서는 정세현 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여 '정세'에 대한 '현명'한 분석이나 평가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각자 자기들의 희망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양 진영에서 이 두 사람을 각각 코리아반도문제에 혜안을 가진 현인으로 추앙하고 있다는 글이 등장할 때 파안폭소가 저절로 뿜어져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양 논객 지지자들께서는 기분나쁘시더라도 용서하시기 바란다.    


6 월 12 일 센토사섬 카펠라호텔 진실의 방에서 두 사람이 배석자들을 모두 내쫓은 뒤 극비리에 구두합의한 내용이 코리아반도 비핵화와 주한미국군철수였다는 정보가 흘러나온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종전선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하지도 읺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는 정보도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극비합의사항들이 외교정보전문매체가 공개하고 백악관이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사실로 확정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을 당시에 거부했던 이유는 전쟁당사자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하는것은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격식에도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1953 년 7 월 27 일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는 유엔군사령관과 중국인민의용군 사령관, 그리고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이다. 중국의 경우 당의 군대인 인민해방군이 아닌 인민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유는 참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소거하기 위해서였다. 


어쨌든 김정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을 하려면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 며 정중하게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 참여대상에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닌 한국을 끼워넣은 이유는 조미회담 한 달 반 전에 있었던 판문점 회담에서 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한-조-미-중 4자회담을 합의했기 때문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평화협정체결을 통해 조미대결관계를 명실상부하게 종식시키고 싶었으나,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의회의 비준이 필수불가결하므로 의회비준 성사가능성이 없는 평화협정대신 의회비준이 필요없는 종전선언으로 대신 준비해 간 것인데 미국으로서는 의외로 조선이 종전선언을 정중하게 거절했던 것이다.     


사실 종전선언보다 더 중요한 조미간 합의사항은 코리아반도 비핵화에 대한 상호개념정립이었다. 


현재 조미협상교착은 바로 이 개념에 대한 혼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대조선협상팀은 이미 정상간 합의는 물론이고 실무진간 합의에서도 코리아반도비핵화의 내용이 조선인민군 전략군과 주한미국군 상급부대의 상호 핵감축 또는 코리아반도로의 전략자산 전개금지였는데 미국의 반북극우집단의 선전선동공작에 계속 떠밀려 코리아반도 '비핵화는 북이 일방적으로 전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라는 엉뚱한 소리에 트럼프 진영조차 부화뇌동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대혼란이 초래된 것이다. 


내가 앞에서 한국의 어느 진보진영논객의 오류에 대해 '애정어린 비판'을 가한 이유는 그들이 미국이 조선의 체제를 보장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길로 가면 조선이 역내에 있는 모든 전략무기들을 포기할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소리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역설적인 현상이지만 오히려 보수진영논객들은 이런 예측이 잘못이라는 점을 깨닫고 있는데 거꾸로 진보진영 활동가들이 이 잘못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조선의 입장에서 전략무기체계는 기술적으로 폐기할 수도 없고, 폐기해서도 안되며, 폐기할 필요도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조선의 전략무기쳬계는 협상의 동기이자 추진력이지 그 자체가 협상대상이 될 수 없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를 가르치는 선생들은 코리아반도평화정착에 유용한 시대적 도구들임에는 틀림없지만, 미국 국내에서 그 집단의 힘없음과 무대 주인공인 트럼프 대통령의 천형에 가까운 무지와 방정맞음으로 인해 전체적인 꼬라지가 볼쌍사납고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일을 함께 벌이기로  했으면 주변의 방해가 얼마나 집요하건 밀고나가야지,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한 채 똥싼 자세로 엉거주춤하다가 방해자들의 선전구호를 따라 외치며 딴소리를 하고 있으니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한 조선이 화를 내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국무위원장 명의도 아닌 통전부장 겸 중앙당 부위원장 명의로 된 '너 그럴거면 올 필요없다'는 모욕적인 내용의 작은 봉투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게 당황한 것은 당연하다. 


어제부터 트럼프가 올린 '중국이 어쩌고', '김정은과는 계속 좋은 관계 어쩌고', '한미합동훈련에 돈 쓸 필요없다'고 했다가, '하면 가장 크게 할 것'이라고 했다가, 도대체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중구난방 지껄인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괴상한 대통령 어록을 보고 공화당과 정보기관, 대부분의 미국언론들은 국가적 수모감과 어처구니없음을 참지못하고 있는데, 

한국의 보수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드디어 잘못을 께닫고 우회전하고 있다'느니, '저 혼란스런 트윗이야말로 바로 협상의 기술'이라느니 하는 소리가 난무하는 걸 보면 내가 가끔 사용하는 '봉숭아학당'이라는 말의 현실감을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8 8 30 19:30 (MST) sarnia (clip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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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board  |  2018-09-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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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과는 별 상관없지만, 지난 번 올렸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 장례식 이야기 후속편입니다. 관련글이 많이 아래로 내려가 그냥 여기에 올립니다.

싸르니아는 기본적으로 국가주의자가 아니지만, 동부시간 오늘 오전 National Cathedral에서 열린 ‘국가주의자’ 존 메케인의 장례식을 보면서 그가 자신의 죽음을 도구로 사전에 기획했던 저 장례식이 혼돈의 미국을 원상복구시키는 앞으로의 대장정에 작은 디딤돌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은 부족주의 같은 조무라기 이념 따위로 유지되는 나라가 아니며 인류의 이상과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나라라는 그의 마지막 유언같은 선언은 그가 죽음을 앞두고 어떤 생각으로 스스로의 장례식을 기획했는지 엿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의료진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직후, 그는 자신의 과거 경쟁자이기도 했던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그리고 빌 클린턴, 헨리 키신저에게 특별히 조사를 부탁하고, 마이크 펜스를 비롯한 현 정부의 각료들에게도 일일이 직접 전화를 걸어 초청하면서 정작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참석을 공개적으로 불허한 것은 자신의 장례식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사전에 선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례식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은 가족 eulogy를 맡은 그의 딸 매간 매케인이었습니다.

"America does not boast because she does not have need to. The America of John McCain has no need to be made great again, because America was always great,"

이 장례식은 어느 개인의 장례식이라기보다는 마치 트럼프현상이라는 이름의 악령이 맴돌고 있는 미국에 대한 엑소시즘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기묘하고 비장한 분위기였습니다.

진중한 농담으로 좌중에게 폭소를 유도한 버락 오바마의 재치도 돋보였고 ,

이제는 무척 늙어보였지만 “He(매케인) respected the dignity inherent in every life…a dignity that does not stop at borders…detested abuse of power,” 라는 표현 등으로 트럼프를 공격한 조시 W 부시의 율러지도 장례식 분위기를 잡는데 한 몫 했습니다.

싸르니아는 매케인 개인에 대한 여러가지 인격적 칭송이나 비판에는 큰 관심도 없고 별로 귀를 기울이지도 않지만, 지금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내란적 분열국면에서, 그가 다른 것도 아닌 자신의 죽음을 활용하여 직접 연출한 이 극적인 드라마는 기록에 남을만한 장면이라고 생각하여 약간의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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