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공동묘지 이야기(2)
작성자 philby     게시물번호 11172 작성일 2018-09-01 11:59 조회수 1857

공동묘지 앞에 꽃집은 만국공통이다. 꽃집에 들러 흰 장미 세 송이를 샀다. 꽃집 주인이 묘지 가냐고 묻는다. “우이 무슈” 시원찮은 불어로 대답했다. 정문 수위실에는 정복 입는 여자직원이 앉아 있다 차가 들어오면 차단기 올려주고 용건을 묻는다.  

정문에서 왼쪽 보도를 따라 걸었다. 공동묘지가 분명한데 묘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음산하고 기괴하고 머리털이 쭈뼛 곤두서는 처절하고 공포스러운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비라도 부슬부슬 내려준다면 몰라도 그날은 날씨마저 청명했다. 걷다 보니 이정표가 나온다. 묘지가 워낙 넓고 크다 보니 곳곳에 이정표가 붙어 있다. Allee du mur des Federes 이 부근 어딘가에 있겠구나, 

내가 걷는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 깊은 정적에 빠져 있다. 이따금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와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려온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보도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데 담벼락에 장방형 석판이 눈에 들어온다. 저 석판이 걸려있는 벽 앞에서 마지막 꾜뮈나르 147명이 총살 당했다. 총살 당한 시신은 미리 파놓은 구덩이로 떨어졌으니 흙으로 덮기만 하면 되었다. 담쟁이 넝쿨만이 꼬뮤나르의 넋을 만져주고 있는 초라하고 볼품없는 꼬뮈나르 벽은 프랑스가 혁명좌파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장미 세 송이를 벽 앞에 놓고 미리 써온 메모지를 붙였다. 자유와 평등, 인간다운 삶을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 보내는 영어 독일어 중국어로 쓰여진 메모에 한국어도 보태졌다. 사진 찍어줄 미지의 은인을 기다리며 주위의 무덤 구경을 했다. 나는 사진 찍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가끔은 찍고 싶을 때가 있다.

1           0
 
다음글 공동묘지 이야기(3)
이전글 공동묘지 이야기(1)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AIMCO 논란, 앨버타 연금 ..
  주정부, AIMCO 대표 및 이..
  주정부 공지) 알버타의 회복적 ..
  웨스트젯 인천행 직항, 내년 주..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