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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천지 원수를 일등공신으로 삼은 제나라 임금_ 춘추전국시대 3rd
작성자 운영팀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128 작성일 2009-02-17 13:12 조회수 1626
지난 두 편은 악한 인물들의 가증스런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엔 영웅들의 호걸담이 되겠다.  

지금으로부터 약 2700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 당시 제齊나라 이야기다.

제나라에는 관이오란 사람이 있었다. 후세 삼국시대 때 제갈공명이 자신을 관이오에 비교했을 만큼 역사적인 인물이다. 관이오는 나면서부터 용모가 출중하고 총명이 남달랐다. 고금 서적에 통달하고 세상을 바로잡을 천하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관이오의 자는 중 仲이니 앞으로는 지금부터는 후세에게 잘 알려진 이름 관중管仲으로 부르겠다. 지금도 우리들이 잘 사용하고 있는 사자성어 ‘관포지교’는 관중과 포숙아鮑叔牙가 서로 생사를 함께 하자는 친구의 의를 맺은 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들의 뜨거웠던 우정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관중과 포숙아가 모두 제나라 재상으로 있을 당시 임금 제양공은 두 아들 규와 소백에게 장차 나라를 넘겨줄 생각을 하고 두 아들에게 스승을 세워 지도를 받게끔 했다. 이에 관중이 포숙아에게 조용히 말한다. “나중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임금이 되거든 서로를 천거하도록 해 서로 같은 임금 밑에서 일하자” 포숙아는 그 말에 동의를 하고는 관중이 공자 규의 스승이 되고 포숙아는 공자 소백의 스승이 되었다.
임금은 제양공도 심히 음탕한 인물이라 노나라로 시집간 여동생 문강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어 국제적인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이에 아들 소백이 이를 간하다가 제양공에게 꾸지 꾸지람을 듣고는 스승 포숙아와 상의했다.
“음탕한 자에게 반드시 재앙이 있는 바, 일단 몸을 피하도록 하되 소백의 외가인 거나라로 가 있는 게 좋겠다”고 포수아가 제안하여 그들은 거나라로 떠났다.  이러던 중 왕손 중 한명인 무지가 음탕하고 죄가 많았던 제양공을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관중은 새 임금인 무지도 왕위에 오래 있지 못하고 궁궐에 재앙이 한번 더 올 것을 예측하곤 제양공의 큰 아들 규를 데리고 규의 외가인 노나라로 피신했다.
관중의 예측대로 제나라에는 또 다시 변이 발생해 신하들의 손에 공손 무지가 살해를 당하고 나머지 신하들은 새로운 임금을 구하게 되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임금을 죽이는 일이 이처럼 너무 허다하였다.)

그럼 장차 누가 제나라의 임금이 될 것인지….
소백과 규는 모국서 변란이 일어나 임금자리가 비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본국으로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이에 각각 거와 노나라는 세자들에게 병거를 주어 안전하고 신속하게 모국으로 갈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주었다.
그런데 소백이 있던 거나라가 제나라와 좀더 가까이 있었는데, 세자 규는 가는 길목마다 이미 소백 일행이 앞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더욱 급하게 말을 몰았다. 10여 킬로를 달려가니 마침 소백 일행이 쉬면서 밥을 짓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관중은 소백에게 다가가 “규가 맏형이므로 왕위를 이어받는 게 맞다”고 주장하며 소백에게 본국으로 가는 것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친한 친구였던 포숙아는 관중에게 눈을 부릅뜨며 강경한 자세로 나와 관중은 할 수 없이 뒤로 물러서던 중 급히 돌아서 화살을 쏴 소백을 맞추었다. 화살을 맞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소백을 붙잡고 포숙은 울부짓었다. 소백이 죽은 것을 알고는 관중은 말을 타고 급히 달아났다.
이후 소백이 죽었으므로 급할 게 없어진 규 일행은 가는 길목마다 읍장들이 바치는 푸짐한 접대와 선물들을 받으며 유유히 제나라로 향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리요, 관중이 쏜 화살은 소백의 혁띠 갈고리에 맞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소백은 전부터 관중이 활을 잘 쏜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한번 더 쏠까 두려워 한대를 맞고 입술을 깨물려 피를 흘리고 죽은 척 했던 것이다. 이에 소백은 옷을 바꾸어 입고 마차에 누웠고 일행들은 죽은 송장을 운반하듯이 위장하여 급히 본국으로 향해 달려갔다.

소백은 모국에 먼저 도착했으나 차남이라는 이유로 궁중에서는 임금추대에 대해 의견들이 분분했다. 그러나 포숙아는 여러 가지 논리 정연한 이유를 내세워 소백을 임금으로 추대하게 된다. 그가 바로 춘추전국시대에 가장 영웅으로 추앙 받는 인물 중 한명인 제환공(齊桓公)인 것이다. 화살이 혁대 갈고리를 맞춘 것은 운도 매우 좋았지만, 그처럼 다급한 상황에서도 죽은 체를 할 정도였기에 그가 장차 모든 나라를 통합할 만한 지혜를 이미 지니고 있었다고 역사가 염옹은 시로써 밝힌바 있다.
제환공이 제위에 올랐지만 나라밖에서는 관중과 장남 규 그리고 그들을 호위한 노나라의 군대가 에워싸게 되고 양국간에 큰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우여곡절끝에 제환공은 전쟁에 승리하게 되고 이로 인해 형인 규는 목숨을 잃게 되고 이를 보좌하던 관중은 잡혀서 제나라로 호송되어 가게 되면서 그의 목숨은 바람 앞에 등불 격이 되었다.

이후 제환공은 자신을 화살로 쏜 관중을 죽이려 들었으나, 포숙아는 “관중은 천하의 기재요, 나라를 크게 발전시킬 인재이므로 등용해 써 달라고”고 임금에게 강력히 요청한다.
이에 승낙한 제환공은 관중을 불러 몇날몇일 국정에 대해 논의한 결과 관중을 제나라의 재상으로 추대하게 된다. 이에 제나라는 관중으로 인해 더욱 부강해 지고 제환공은 역사에 길이 남는 영웅으로 이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열국지 책에는 제환공이 관중을 철천지 원수에서 재상으로 등용하기까지 10여 페이지에 걸쳐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으나 모두 옮기지 못함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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