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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코패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앞에서는 보호자처럼 다정하게 굴다가 남들 안 보는 데서 칼로 쑤시는 이중성이다. [추격자]의 지영민을 보라. 슈퍼 아줌마를 지켜줄 것처럼 선량한 표정을 짓다가 망치 받자마자 바로 휘두른다. [체인질링]의 살인마는 또 어떤가. 아이들에게 엄마 찾아준다고 차에 태운 뒤 양계장에 데려가서 슬근슬근 톱질을 한다. 앞에서 약주고 뒤에서 칼질하는 이 예측 불허의 이중성, 당하는 이가 당하는 줄도 모르고 끌려다니다 배신감에 두배의 고통을 당하며 죽어가게 만드는 잔인성, 싸이코패스의 특징이다.
오사카 태생의 일본산 싸이코패스 이 아무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무개는 최근 서울 모처에서 무고한 사람 여섯을 학살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희생자들을 '테러범'으로 몰아붙이며 싸이코패스계 본좌로 등극한 인물. 자기가 박살내 놓은 재래시장에 가서 눈물을 흘리며 상인들을 끌어안는 퍼포먼스에서는 특유의 대담함이, 자신도 한때는 철거민이었다며 과거를 짜맞추는 수법에서는 그의 분열증이 잘 드러난다(이런 수법은 자신이 어렸을 때 당한 성적 학대를 핑계삼아 여자들을 가학적으로 살해하는 살인마들에게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이 아무개가 최근 60만 관객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워낭소리] 상영관에 나타났다. 이 아무개는 모월 모일 오전 대학로 모 아트센터를 부인 및 졸개들과 함께 방문, [워낭소리]를 감상하고 영화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영화관 방문은 지난해 1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본 이후 1년여만이다(민족의 영도자 이명박 가카께서도 며칠전 이 영화를 관람하셨다는데 싸이코패스와 만나신 건 아닌지, 옥체에 위험은 없었는지 염려스럽다).
[워낭소리]는 80대 농사꾼 부부와 늙은 소의 이별을 다룬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큰 찬사를 받으며 화제가 된 저예산 독립영화다. 꽃미남 주연 배우도, 자극적인 막장 스토리도, 그 흔한 멜로 라인이나 액션 장면도 하나 없지만 잔잔함 속에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상업적으로도 1억원 남짓의 제작비에 적은 상영관에도 불구하고 100만 관객을 목표로 할 만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이런 감동적인 작품을 본 이 아무개의 소감은 어떨까. 역시 이 아무개의 관심은 돈, 돈, 돈에 집중되었다. 이 아무개는 영화가 끝난 뒤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관객이 얼마나 왔나"라고 물었다. "50만명"이라는 감독의 대답에 옆에 있던 졸개 유 아무개는 "독립영화 50만명이면 일반 영화로는 500만명"이라며 딸랑이를 흔들었다. [워낭소리] 같은 영화에서도 정서적인 감동보다 돈 냄새를 먼저 맡는 '실용파' 조직원들다운 모습이었다.
유 아무개는 한술 더 더 '어렵다고 솔직히 말하라'며 애먼 감독에게 도움을 구걸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자 감독은 당황하며 "배가 많이 고프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예술인의 자존심을 아무렇지 않게 짖뭉개는 천박한 인식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웃으며 칼로 쑤시는 방법
칼로 쑤시면서 도와주겠다고 미소짓는 싸이코패스 특유의 행동거지는 이날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이 아무개는 취재진과 영화 관계자 앞에서는 "만화영화와 독립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전용관을 확충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좋겠다. 학교 학생들도 이런 영화를 많이 보며 자랐으면 한다"며 '독립영화의 보호자'를 자처해 보였다. 하는 말만 들어보면 마치 한국 영화산업의 구세주가 나타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이 아무개가 펴는 각종 정책이 독립영화를 목졸라 죽이다 못해 칼로 난자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올해 들어 영진위 예산안에서 '다양성영화 마케팅 지원사업'이 삭제되면서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이 끊길 위기에 놓이게 됐다. [워낭소리] 제작자인 고 아무개 PD는 이날 이 아무개의 심복 유 아무개와 영화계 인사들의 간담회에서 "영진위의 독립영화 관련 정책이 제2의 '워낭소리'의 탄생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영진위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한 유 아무개의 대답은 걸작이다. 그는 자신이 연극을 한 사람임을 강조하며 "독립영화를 선택한 이상 (여러분도) 고생을 선택한 것이다. 독립영화업계의 현실이 (연극하던 시절) 나보다 힘들지는 않지 않느냐"이라고 말했다. 장관 가운데 재산총액 랭킹 최상위권에 속하는 '강부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 기막히기도 하지만, 독립영화를 문화적 다양성이나 예술성이 아닌 '돈 안되는 영화'로 바라보는 시각의 저열함이 잘 드러난 말이기도 하다.
이어 유 아무개는 "현재 25개로 흩어져 있는 독립영화 상영관을 한 곳에 집중해 '어디에 가면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영화 산업의 구조와 현실에 대해 개뿔도 모르고 멋대로 지껄이는 개소리다. 관객 숫자가 상영관 수와 비례하는 관계임은 [디워] 영구나 땡칠이도 다 아는 사실. 지금도 턱없이 부족한 독립영화 상영관이 1개로 줄어들면 독립영화는 그야말로 고사 상태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현재 지방 관객들은 독립영화를 아무리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상영관이 하나가 되면 접근성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게 당연지사. 그야말로 이 아무개의 졸개다운 병신같은 발상을 해결책이랍시고 영화인들 앞에서 지껄여댄 것이다. 겉으로는 지원책의 껍데기를 쓰고 있을 뿐, 실제로는 '너네들 다 죽여버리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는 망언이다.
망발은 계속 이어졌다. 유 아무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독립영화는 어차피 배고픔을 각오한 부문이다. 40명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것보다 될 것 같은 20명에게 확실히 지원해 주는 것이 낫다. 다만 실패했어도 가능성이 있는 작품들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도입해 지원해주라"고 주장이 아닌 주정을 거듭했다.
이 또한 개소리 오브 개소리다. 아무래도 얘네들은 영화 산업을 무슨 가전제품이나 '명텐도' 만드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독립영화는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다양성'이 우선시되어야 하는 분야다. 어차피 유 아무개의 비아냥이 아니더라도 독립영화 찍어서 한몫 잡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독립영화에서는 제작비를 두 배로 들인 작품 10편만 나오는 것보다는 제작비는 좀 적더라도 보다 많은 작품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오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다. 그 과정에서 다채로운 스타일의 감독과 배우들이 발굴되고, 한국 영화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이를 더할 수 있게 된다.
독립영화계에 특정 작품이나 감독 -정권에 빌붙어 딸랑대는 '딸랑소리' 영화인들에게 지원이 집중될 게 뻔하다- 에 대한 인큐베이터는 필요없다. 정말 필요한 것은 독립영화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만드는 독립영화 전용관의 확충. 멀티플렉스를 포함한 대형 극장에서도 일정부분 의무적으로 독립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그래서 지방 관객들도 작은 영화를 감상할 권리를 찾게 해주는- 변형 쿼터제의 도입. 그리고 [워낭소리] PD가 주장했듯이 저예산 영화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지원책 마련이다.
그런데 이날 유 아무개가 이 아무개를 대신해 떠든 소리들을 종합하면, 앞으로 독립영화계는 더 배고프고 지금까지보다 더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독립영화 상영관은 1개로 통합되서 '아무도 모르게' 개봉했다가 철수하는 테크트리를 타게 될 것이다. 대체로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경향을 띄는 독립영화계에서 일부 '출세지향적' 인사들이 만드는 -친정부적- 영화들만이 두둑한 지원금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어쩌다 [워낭소리]처럼 '뜬금없이' 성공을 거두는 영화가 등장하면, 이 아무개는 자신의 지원책 덕분에 독립영화가 성공했다며 자화자찬을 할 게 뻔하다.
2월 15일은 한국 독립영화계가 싸이코패스 집단에 의해 '올킬'당한 하루였다. 영화인들은 배고픔을 해결해주겠다는 소리에 신나서 쫓아갔다가, 갑자기 돌변한 싸이코패스의 공격에 속절없이 난자당했다. 그날 극장에는 깊고도 그윽한 '워낭소리' 대신에 개소리만이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맨 위 만평 -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
이 글은 특정 인물이나 사실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없을런지 잘 모르겠는 것 같으면서도 또 생각해보면 상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아닌 것 같기도 한 것 같으면서 뭐 한 몇년간 세수대야에 고여있는 물마냥 감각이 없어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인지도 몰라 알 수가 없어 이제는 나도 알 수가 알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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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46599
http://www.asiae.co.kr/uhtml/read.jsp?idxno=2009021216564015876
[출처] 싸이코패스, [워낭소리]를 보다|작성자 기호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