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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작성자 Cabling     게시물번호 12415 작성일 2019-10-23 18:18 조회수 2337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안톤 슈낙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庭園)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 양광(陽光) 떨어질 ,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날 비는 처량히 내리고 

사랑하는 이의 인적(人跡) 끊겨 
 
거의 일주일 간이나 혼자 있게  
 
 
아무도 살지 않는  궁성(宮城), 

벽에서는  뭉치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

 '아이세여 나는 너를 사랑하노라'라는 
 
거의 판독(判讀)하기 어려운 글귀를  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곳에 씌었으되 
"
나의 사랑하는 아들아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하였던가..."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나의 연애 사건, 혹은 하나의 허언(虛言), 혹은 하나의 치희(稚戱
),
 
이제는 벌써  숱한 허물들도 기억 속에서 찾을 수가 없는데
,
 
그 때 아버지는 그로 인해 가슴을 태우셨던 것이다.

 

동물원에 잡힌 범의 불안 초조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언제 보아도 철책가를 왔다 갔다 하는 

범의  빛나는 ,
 
 무서운 분노

 괴로운 부르짖음

 앞발의 한없는 절망

 미친 듯한 순환,
 
 모든 것이 우리를 더 없이 슬프게 한다
.
 
 

'휠델린' 시장,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친구를 만났을 

 학창 시절의 친구 집을 방문했을 
 
그리하여 그가 이제는 우러러 만한 고관 대작

혹은  많은 기업주의 몸이 되어,
 
우리가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낱 시인 밖에  되었다는 이유에서 
 
우리에게 손을 주기는 하나 

벌써 우리를 알아보려 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같이 보일 때, 
 
포수의 총부리 앞에 죽어 가는 사슴의 눈초리

 자스민 향기 
 
이것은 항상 나에게  앞에  그루 고목이  

 고향을 생각하게 한다.
 

 

공원에서 흘러 오는 고요한 음악 
 
그것은 꿈같이 아름다운 여름밤에
 
 
누구인가 모래 자갈을 밟고 지나는 발소리가 들리고

 
 가닥 즐거운 웃음 소리는 귀를 간질이는데,
 
당신은 벌써  열흘이나 침울한 병실에 누워 있는 몸이 되었을 
,
 

 

달리는 기차가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스름 황혼이 밤이 되려고  즈음에
 
 
불을 밝힌 창들이 유령의 무리같이 시끄럽게 지나가고
 
 
어떤 어여쁜 여자의 얼굴이 창가에서 은은히 웃고 있을 
 
 
화려하고도 성대한 가면 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대의원 제씨의 강연집을 읽을 
 
 
부드러운 아침 공기가 가늘고 소리 없는 비를 희롱할 
 
 
사랑하는 이가 배우와 인사할 

 공동 묘지를 지나갈  
 
그리하여 문득
 
'
여기 열다섯의 어린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녀 클라라 잠들다
'
 
라고  묘비명(墓碑銘) 읽을  

, 그는 어렸을  나의 단짝 친구였지

 

  하고한 날을 도회의 집과 메마른 등걸만 바라보며 흐르는 시커먼 냇물,
 
숱한 선생님에 대한 추억, 수학 교과서,

 
오랫동안 사랑하는 이로부터 편지가 오지 않을 
 
 
그녀는 병석에 있는 것이 아닐까
?
 
아니면 그녀의 편지가 다른 남자의 손에 잘못 들어가
 
 
애정과 동정에 넘치는 웃음으로 읽혀지는 것은 아닐까
?
 
아니면 그녀의 마음이 돌처럼 차게 굳어버린  아닐까
?
 
아니면 이런 봄날 

그녀는 어느 다른 남자와 산책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초행의 낯선 어느 시골 주막에서의 하룻밤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곁방문이 열리고 소근거리는 음성과 함께
 
 
낡아빠진  시계가 새벽  시를 둔탁하게 치는 소리가 들릴 때,
 
 
그 때 당신은 불현듯 일말의 애수를 느끼게 되리라
.
 
 

날아가는  마리의 백로. 추수 후의 텅빈 논과  
 
술에 취한 여인의 모습

 어렸을 적에 살던 조그만 마을에 
 
많은 세월이 지나 다시 들렀을 
 
 
그곳에는 이미 아무도 당신을 알아보는  없고
 
 
일찍이 뛰놀던 자리에는 붉고 거만한 주택들이 들어서 있고
 
 
당신이 살던 집에서는 낯선 이의 얼굴이 내다보고

 
왕자처럼 경이롭던 아카시아 숲도 이미 베어져 없어지고 말았을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그러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들뿐이랴.

 

 오뉴월의 장례 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 색과 흑색과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리는 종소리, 징소리, 바이올린의 G
 
 

 

가을 밭에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져 있는 비둘기의  
 
자동차에 앉은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유랑극단의 여배우들 

 번째 줄에서 떨어진 광대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사무실에서 때묻은 서류를 뒤적이는 처녀의 가느다란 
 
보름밤의  짖는 소리
 
<
크누트 함순> 두세 구절

 굶주린 어린 아이의 모습 
 
철창 안에 보이는 죄인의 창백한 얼굴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는 하얀 눈송이ㅡ

 
 모든 것이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03110204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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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ta  |  2019-10-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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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계시판에 한국 사람 조심하세요! 하는 글들을 봅니다.
한국 교민 이나, 특히 비즈니스에 분노와 악의에 찬 글들을 봅니다.

건축업체에게 당했다. 또는 이민업체에게 속았다. 이런 글들이지요.
물론 사실일수도 있지만,

한인이기 때문에 억울한게 아니라,
살던 한국하고 다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시간을 현지인들과 부딛 치면서 살아본 느낌은...
현지인들도 무척 무섭습니다.

특히 첨으로 동양인이 가게를 인수하면
참 해코지를 많이 합니다.

심지어, 판 사람이 루머로 가게를 힘들게 만들고,
다시 자기가 다시 사게 또 되팔려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동포에 나쁜 선입감을 가지고 계시고, 싫어 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 갑습니다.

살다 보니 절대로 현지인들이 더 좋은건 아닙니다.
차이는 있어도 비슷합니다.

어떤 경우는 바로 렌트 계약해지 되는걸 뻔히 알면서,
어떻한던 팔려는 비즈니스 현지 오너도 있습니다.

또, 오래전 코스코가 들어온다는 정보를 듣고,
큰 가스스테이션을 코스코 에정지 바로 옆에 걸 팔아서,

사신 현지분은 한 4년을 버티고, 역시
자기가 당항것을 그걸 이민자 (한인)에게 팔려는 사람도 있었지요.

다행히 한인들이 안사게 주위 분들이 말려서,
현지인분은 그냥 뱅크럽시 하더군요.

정보에 어두운 이민자들은 무척 조심해야죠
business is business 하면서
어리벙벙한

"이민자들을 슬프게" 하지요.

현지인에게 많은 아픔을 느껴본 경험입니다.

좋은 현지인도 있고, 또한 훌륭한 한인도 많습니다.

이민을 사기 당햇단 어떤분의 글을 읽고
꼭 사실이 아니란 생각에 써봅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9-10-23 23:22         
0     0    

Cabling님께서 안톤 슈낙의 글을 퍼 오신 것이 이 게시판에 세번째 같은데 우리가 그만큼 한국에서 학생 때 교과서로 접한 기억에 그만큼 깊이 박혔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Cabling님과 거의 비슷한 글을 올리셨던 해리님이 떠오르는군요. 또 일전에 라고님이라는 분이 있었는데 좋은 음악도 소개해 주셨는데 지금은 어디에 계시는지 궁금하군요.

아래 링크는 라고님이 퍼오신 슈낙의 글에 올렸던 댓글도 있습니다. 안톤 슈낙이 나찌 전범이기도 하고 히틀러 충성을 맹세한 인물인듯 합니다.
https://cndreams.com/cnboard/board_read.php?bIdx=1&idx=5858&category=&searchWord=%EC%95%88%ED%86%A4&page=1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가 나찌의 필독서로 읽혔다는 것을 보면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것은 이성보다는 감성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됩니다. 무엇인가 원형 (archetype) 같은 것, 또는 정수(essence)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심금도 울리죠. 또는 정치와 결합하여 민족주의도 형성되기도 합니다. 이른바 낭만주의 또는 로맨티시즘의 발로겠죠. 낭만주의는 참 좋은데 말이죠.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이후 민족주의 바람이 불어 일본 선불교가 불교의 "정수"라고 하면서 일본제국의 불교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옛날이 생각나서 댓글을 조심스럽게 답니다.

내사랑아프리카  |  2019-10-24 22:21         
0     0    

오, 반갑습니다. 음악과 관련해서는 해리님을 잊을 수 없죠. 앞으로도 좋은 음악 부탁드립니다.

안톤 슈낙의 과거는 케이블링님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의 에세이에 추억에 젖는 사람들은 헤르만 헤세나 앙드레 지드를 잊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슈낙은 위의 링크의 댓글처럼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인터넷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고, 나찌즘에 대해서 좀 배우고 읽다 보니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일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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