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선생님의 답글 감사 드립니다. 우선 초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하게 캘거리에 갈 기회가 거의 없어(밴쿠버는 뻔질나게 가면서도) 옛 친구들 조차 만나 본지가 참 오래입니다. 10 년 만에 나타나서 한 인사치고는 너무 거칠고 무례했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이 답글 이후 어떤 대꾸에도 반응 안 하시겠다니 저도 이만 접겠습니다. 상식인들이라면 상대방의 비난과 악플만을 준거 삼아 그 대상을 평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떤 사람들이 그런 것을 가지고 누구를 평가한다 한 들 그 평가에 대한 자신 있는 반론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면 대수로울 것도 없구요. 반론이든 악플이든 설교든 그 글에 대한 평가는 내놓은 사람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몫이지 받은 상대에게 돌아가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나 저같이 실명으로 무슨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런 것에 일일이 신경쓰고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아무 일도 못하게 되지요.
저도 얼마 전에 가명을 쓸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는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글의 책임성 같은 고상한 이유 때문이 아니라, 이름을 바꾸려면 문체도 바꾸어야 하는 데, 선생님께서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문체를 바꾼다는 것은 지문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정독하면 아무리 이름을 바꾼다 해도 그 사람이 쓴 글이라는 걸 금방 알아채게 되지요. 그리고 저는 잘됐든 못됐든 내가 만든 그 무엇에 대한 소유욕이 아주 강한 ‘이기주의자’여서 그런지 저를 대표하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과 그 소유를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구요. 선생님이 제 반론을 가리켜 ‘격조와 예의’가 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제가 격조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실명을 쓰다 보니 할 수 없이 예의와 격조를 최소한 이나마 갖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겠지요.
아, 참 저도 재미있는 악플을 하나 받았습니다. 열린마당에서였는데 “실명으로 귀하게 처신하는 당신 같은 사람은 천한 것들이 사는 아랫마을(대한민국)에서 살지 말고 윗동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가서 놀라는 이야기였지요. 아직 광화문 네거리에서 스트립쇼하듯이 이런 사고방식을 만인에게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분들이 있는 사회에 우리는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접겠다 해놓고 말이 길어져 죄송합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