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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죽이는 한국의 국어교육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2710 작성일 2020-01-18 22:37 조회수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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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에서 詩 '앨버트로스'는 시인의 자화상이다.

'앨버트로스'는 뱃사람이 항해 도중 재미 삼아 잡는 거대한 바닷새다.
'갑판 위에 일단 잡아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서툴고 수줍어…' 라는
시에서 그 새는 세속 도시에 떨어진 시인의 슬픈 영혼이다.

한국에선 문학청년의 영원한 상징 같은 작품이지만,
프랑스 학교에선 초등학교 2학년이 외운다.

교사는 "시인이란 순수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조롱받기 쉽다"고만 가르친다.
객관식 시험은 없다.
명시(名詩) 읊기의 즐거움은 프랑스 문학교육의 오랜 전통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는 우리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어느날 시인을 만난 어느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낸 문제 10개를
풀어보라고 내밀었다.
"일곱 문제나 틀렸지 뭐야"라며 시인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이라고 시작하는
최승호의 '아마존 수족관'도 2004년 수능 모의고사에 세 문제가 출제됐다.
최승호가 풀어봤더니 빵점이었다.
그는 "나도 생각하지 못한 정답이 어떻게 나오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가 "국어교과서에 내 글이 실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그의 산문 일부가 검인정 중등교과서에 멋대로 실렸기 때문이다.
'교과서 수록 작품은 저작권자 허가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게 현행 저작권법 25조다.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한 김영하는 자기 글이 국가에 '징발'돼
'입시교육 도구'가 되기를 거부했다.
그는 "제목이 틀린 채 다른 교과서에 실린 내 소설로 만든 문제 5개를 풀어봤더니
2개 맞았다"며 어처구니없어 했다.

문단에선 '국어교과서가 문학을 죽인다'고 비판한 지 오래됐다.
"시에서 '밤'이 나오면 으레 시대의 어둠이 연결되고, '별'이 나오면
이상(理想)세계에 대한 동경으로 풀이된다"(평론가 이숭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문학을 국어과목에서 빼내 전문교사가 가르치자는 의견도 있다.

문학교육의 목적은 문학애호가 양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겨운 국어시간이 즐거운 문학을 '붕어빵' 지식으로 도배하고,
미래 독자들을 쫓아낸다는 게 문단 여론이다.


                                                                       - 박해현 (조선일보 논설위원)

 

<덧붙여, 희서니의 한 생각>

한 나라의 국어를 維持시키고 發展시키는데 있어,
文學만큼 절실한 기제機制도 없다.

현하現下의 우리나라 국어교육이란 게...

교육이란 말이 실로 무색할 정도로,
입시 위주의 형식적 기능학습이 된지 오래다.

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커녕,
문학의 공동묘지 같은 우리나라의 국어교과서.

위에서 소개된, 웃기는 짬뽕 같은 현실은
우리 국어와 문학의 미래를 암담하게 한다.

문득,
일찌기 '윌러스 스티븐즈 Wallace Stevens(美 시인)'가
말했던 것도 떠오른다.

" 문학은 生의 소리이며, 색채色彩이다.
그것을 (추상적으로) 형식形式으로만 생각할 때에는
문학은 더 이상 생명체生命體라 볼 수 없다 "

먼 훗날, 대략 50년쯤 후에
내 시가 국어교과서에 텍스트 Text로 오를 확률은
지구가 갑자기 폭발하는 확률보다 낮겠지만.

그래도 뭔가 잘못되어, 만약에 오른다면...
(그같은 불상사가 없길 바라지만)

나는 내 시에 대한 수능시험 문제에서
과연 몇 개나 맟출지 나 또한 궁금해 진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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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
 
화이트팽  |  2020-01-18 23:54         
0     0    

영어, 수학 교육에 대해서는 그렇게 갑론을박들을 하면서 정작 국어교육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독서율이 점점 하락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학'을 '문학'으로 대하지 않고 '지문'으로 대하게 시키는 대한민국의 국어 교육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교에서 '작가가 이 작품을 쓴 이유를 말하라'는 문제를 받은 작가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작품을 쓴 동기를 물었다고 합니다. 작가는 "먹고 살려고." 라고 답했다고 하고, 이 대답을 그대로 전한 아들은 오답처리를 받았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작품에 쏟은 작가의 마음조차도 교육부와 교사의 입맛대로 왜곡하고 재단하며 정의하고, 그것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주입하고 외우게 하는 그것조차도 일종의 폭력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윤동주의 '별헤는 밤'을 참 좋아하는데 처음 이 작품을 전집에서 읽었을 때, 술마시고 몽롱한 눈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며 나즈막히 고향과 과거를 되뇌이는 소년의 솔직한 감성을 읽었는데, 학교에서 이 작품을 배울땐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의 정신'으로 가르치더군요. 그 가르침의 주입에 대해 느꼈던 강한 거부감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누구의 해석이 옳은지, 아니면 둘 다 틀린지는 고 윤동주를 강신이라도 해서 물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지만, 하나의 문학을 백사람의 독자가 백가지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문학의 즐거움일진대, 이러한 즐거움을 거세당한 채 자라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안희선  |  2020-01-1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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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모 간병 차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한국의 현하 교육시스템은 완전히 망가져 있단 느낌

그저, 입시와 취업을 위한 기능학습의 場이 되었다고 할까요

공교육은 유명무실화된지 오래고,
인성 참교육의 본질과는 먼 사교육이 모든 걸 담당하고 있는데
그러한 사교육도 있는 자와 없는 자로 양분되어 (흙수저와 금수저)
심하게 차별화 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요즈음은 한국 학생들이 참, 불쌍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학원가를 배회하며 그 모두 하나 같이 핏기를 잃고 누렇게 뜬 모습을 보자면요

주신 귀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화이트 팽님,

Nature  |  2020-01-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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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선님,

항상 꾸준히 올려주시는 글 감사드립니다.

제가 좀 문학쪽으로는 단순한 면이 있어서, 올리시는 글을 읽기는 해도 댓글을 달 실력이 안되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중.고등및 대학교 때도 이 문학 수업이(literature) 제일 힘들었습니다. ㅠㅠㅠ

시는 좀 그래도 괜챦은데, 이 긴 장편문학쪽에는 더 약합니다.- 작은 아씨들,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등등의 이런 장르는 좀 좋아해도요..

제가 그래도 그나마 좋아하는 시인'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를 안희선님의 예술적 영향과 본을 받아 한번 저도 이곳에 올려볼까 생각중입니다.

저도 나중에 한번 간단하게 제 시를 한편 지어볼까도 생각하는 중입니다.

대학교 문학 수업시간에는 필수로 요구되는 문학 수업 졸업 학점은 땨야겠는데, 너무 힘들어서 교수님께 좀 무례했던 기억이 나서, 참 돌이켜보니 너무 죄송하고도 참 철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노모 간병 하시느라고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 참 효녀이신것 같습니다...

한국 교육 시스템이 정말 아니더라도, 저는 한국이 발전한 것을 보고 정말로 놀랄 따름입니다.

나중에 알버타로 돌아오실런지요?.. 안희선님 덕분에 저도 문학과 시에 좀더 관심을 가질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Nature  |  2020-01-19 21:00         
0     0    

참, 전 그래도 역사책과 전쟁사는 읽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ㅎㅎ :)

화이트팽  |  2020-01-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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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선 님//
학생들은 언제나 피곤합니다. 그들은 너무 일찌기 삶에 찌들었고 찌들어있고 찌들어 가겠지요. 그것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제가 보낸 학창 시절에서도, 아마 안희선 님의 학창시절에도 그랬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매우 높은 확률로, 앞으로의 학생들도 그러하겠지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사교육의 굴레에서, 하늘이 아닌 SKY를 바라보는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그것이 대한민국인 것이지요. (저는 대한민국의 엘리트교육 자체가 그릇되었다 생각지는 않습니다. 단지 캐나다나 미국과 다를 뿐이지요)

어른들은 입맛대로 내키는대로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정시 수시 전형 학적 내신 논술 따위들을 만들어내지만 그 무엇도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교육장사꾼들만 환호하게 할 뿐 70년대의 거꾸리와 장다리나 2020년의 원더키디 들이나 근본적인 부부은 매한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학생들은 장하게도 잘 살아오고 있습니다. 불민한 어른들에게 휘둘리면서도 꿋꿋하고 강하게 그걸 이겨내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특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들은 학원가를 배회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군것질하고 밝게 노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그래도 어른들보다 니들이 낫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그들도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의 때가 묻게되어 이윽고 기성세대가 되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꿋꿋하게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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