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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노무현대통령-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다.
작성자 완전한작가    지역 Calgary 게시물번호 1432 작성일 2009-05-23 21:53 조회수 1486

친족이 아닌 자의 죽음이 이토록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경우는 처음이다. 허무하고 또 허무하며 슬프고 또 슬프다. 노무현 대통령(이하 모든 인물의 존칭을 생략합니다.)은 무엇을 전하려 했던 것일까. 언제나 그렇듯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다. 또한 들으려 하지 않고, 들리는 것으로 판단한다. 무차별적으로 진화한 정보시스템에 대한 맹신 탓인지 사람들은 무수한 정보 속에 반드시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인간의 허약한 이성은 한 두 사람이 거짓을 말할 때는 믿지 않다가도 그 규모가 언론쯤 되면 자연적으로 마음이 쏠리게 된다.

노무현은 일생을 승부 속에서 살았다. 그것도 보통 승부가 아닌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승부 속에서 살았다. 이것은 그를 미화하는 것도 폄하하는 것도 아닌, 그의 삶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중학생에 불과한 노무현은 이승만의 생일을 기념하는 글짓기에서 더러운 대통령을 미화할 수 없다며 백지동맹을 이끌었다. 지금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학교가 발칵 뒤집힐 텐데 서슬 퍼렇던 50년 전에는 어땠을까. 그는 마지막까지 강요된 반성문을 쓰지 않았고 정학처분을 택했다. 중학교 1학년의 꼬맹이가 말이다.


그 이후로 75년도 고시에서 유일한 고졸출신(그것도 상고출신)합격자로 언론에 화자 되었다. 누군가는 노무현이 말한 ‘대통령이 되려고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를 기막힌 정치적인 승부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인생을 알아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모두 쓸 수는 없지만 사상을 넘고, 종교를 넘고, 집안의 반대를 무릎 쓰고라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를 보자면 너무나, 정말 너무나 인간적이다. 고시 공부를 하면서 때때로 아들의 기저귀를 갈고, 삶의 가장 큰 정신적 지주를 잃은 상황에서 공부에 매진했을 그를 생각하면 적어도 노무현이라는 인간의 한 부분에서 어떤 절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4수’ 를 거치며 합격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떤 꿈을 꾸었으며 무엇을 보았을까.


그 이후, 모든 사람이 알다시피 ‘바보의 길’을 걸었다. 그는 정말로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흔히 힘들고 고생하며 살았던 사람일수록 성공한 후에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베풀며 살 거라고 하지만 나는 그런 어설픈 생각이 벗어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머리 속으로 생각하는 무엇과 현실적으로 닥쳐오는 어떤 것의 괴리랄까.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배고파 울고 있는 가족과 타인에 의한 육체적 고통, 그리고 극심한 정신적 압박 속에서 신념을 지킬 수 없다. 하지만 노무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그렇게 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이 한 일 가운데 가장 멍청한 일은 3당 합당 반대, 그리고 조선일보와 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 중 하나만 하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은 10배, 아니 20배는 편했을 것이다. 둘 다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대신, 그의 가족을 비롯하여 온 일가 친척이 대대손손 부귀영화를 누렸을 것이다.


비록 어린 나이에 불과했지만 3당 합당을 반대할 때 노무현을 쳐다보던 한 거대 정치인의 눈빛은 잊을 수 없다. 정말 저런 것 따위야 언제든지 죽여 버릴 수 있다는 그 눈빛.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도 그렇게 소름이 끼쳤는데 노무현 자신은 왜 그것을 몰랐을까. 아니, 왜 그 사람만은 유독 알면서도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버리지 않았을까.


조선일보와 싸운 것은 그것보다 더 바보짓이었다. 누구보다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보다 더 큰 무엇을 필요로 했다. 그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인생과, 그 주위 사람의 인생마저.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모든 일이 옳든 그르든 폄하 당하고 짓밟힐 각오를 해야 했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이 부분만은 평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지만, 두려운 나머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을 대신 했으니까. 그것도 최선봉에서.


다시 현재로 돌아오자. 앞서 말했듯 인간은 정보가 많을 수록 거꾸로 생각을 멈추고 정보에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사회에서 흑인이 범죄를 저지르고 언론에서 그것을 떠들어 대면, 흑인은 추악하고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족속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선입견은 세계로 퍼져 들어갔고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인종편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백인이 과거에 흑인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도대체 그들을 얼마나 잔인하고 혹독하게 다뤘는지 떠올리는 사람은 사라지고, 언론에 의해 점점 그 순간의 ‘사실’만을 바라보게 된다. 진실이 아닌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사실’은 자연히 ‘진실’이 된다. 모든 것이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으니까. 모든 것이.


아직도 진실은 수 많은 권력과 거짓언론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 그가 만약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죄를 저질렀다면 정치인으로서는 최초로 ‘정확한 죄값’을 치르길 바랬다. 해운대에 가면 널려있는 요트를 호화유람선을 가진 것 마냥 과장하는 거 말고, 어떤 관계인지도 알 수 없는 20촌의 비리를 최 측근 비리인 마냥 떠들어 대는 그런 거 말고 말이다. 만약 죄가 있다면 그는 정말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자신이 저지른 만큼, 딱 그만큼만 죄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이었다.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고 그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정치사의 악순환을 끊는 시발점이 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일관성을 보여오던 그 지긋지긋한 가중 처벌을 끝내 피하지 못했다.


노무현은 언제나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왔기에 더 이상 던질 그 무엇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목숨을 던진 건지도 모른다.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된 다고 생각하지만 그 심정을 이해해 버릴 수 밖에 없는 이 마음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를 바로 볼 수 있었을까. 어쩌면 언젠가 우리 손으로 그를 죽이지 않았을까.  


진심에 진심을 담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동자의 편에 서서 트레이너 위에서 폈던 그 담배 한 개비.
대통령으로서 모범이 되지 못할 까봐 숨겨 가며 폈다던 그 담배 한 개비.
마지막 순간에 차마 못 피고간 그 담배 한 개비.
이제 편하게 피십시요.


by 죽지 않는 돌고래

출처) http://kimchangkyu.tistory.com/553


*********************************************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아직도 멀고 험난하기만 합니다.
모든 것은 역사가 심판해 줄까요?
참으로, 오만한 자들은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법이 없습니다.
권력과 부를 위한 것이 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진실은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을 대중들이 알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무고한 목숨을 잃게 되겠습니까?

절망과 비통함에 참담한 심정입니다.
우리에겐 너무 과분한 대통령이었다는
어느 분의 글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노대통령님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부디 평안하게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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