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1000 인 시국성명서가 발표됐습니다. 초 중 고 교사 1 만 7000 명의 시국성명서에 뒤 이은 것으로 보기 드문 명품 시국선언서입니다.. 요점도 정확하고 문장도 군더더기없이 간결하고.
지금 한국사태의 본질이 단순히 보수정권 등장으로 말미암은 정책적 제도적 우경화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기본가치를 훼손하는데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한 것은 정확한 시국인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20 년 전 군사독재정권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반 인권-반 민주 집단이라는 인식을 하는데 1 년이 넘게 걸린 것은 그들이 헌법을 유린하고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집권했고, 무엇보다 한국국민들이 1987 이후 진전을 거듭해 온 민주적 가치와 문화의 힘을 너무 믿었기 때문일 것 입니다.
이하 전문 퍼옴
한국 교회 목회자 1000인 시국 선언
그가 찔림 것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고
그가 상처를 받은 것은 우리의 악함 때문이라 - 이사야 53:5 -
국민의 피땀으로 세워진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온 겨레의 여망과 전 세계 양심의 기대와 축복 속에 어렵게 정착되어가던 한반도의 평화가 파탄 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세계가 처참하게 이지러지고 있습니다. 착하고 선한 이웃들이 억울하게 죽어가며 신음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의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이명박 정권 2년이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기간, 우리 사회와 역사는 너무 심하게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현 정권이 그 태생적 한계로 인해 그전 정부보다는 조금 더 보수적이고, 시장과 자본의 논리에 순응적이며, 민주주의와 인권에 소극적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생태적 감수성에 무능할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면 국민에 의한 선거로 선임된 정부가 자신의 정치철학을 펼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마땅한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 점에서 우리는 현 정부가 자신의 통치 철학과 이념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 한 점 이의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에 동의하기 때문에 오늘 우리는 떨리는 심정으로 현 시국을 진정으로 위기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이 선택한 정부가 입만 열면 거짓말하고, 폭력적 공권력을 당연시하고,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는 후안무치한 정치세력이라는 것이 자명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총칼로 수립된 정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군화발과 방패로 국민을 짓밟고 그것도 모자라 경찰력으로 처참하게 살해하면서도 아무런 반성이나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방치하는 잔인한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낡은 이념에 갇혀 칠천만 겨레의 생명과 재산을 한줌의 재로 만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사고의 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찌 국민들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오늘의 이 참담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진정으로 국민에 의해 선택된 정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현실인지에 심각한 혼란 속에 고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위기의 본질은 현 정권이 단지 보수적이라거나 덜 개혁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사회와 국가가 존립할 수 있는 기본적 사람됨의 도리, 최소한의 양식조차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 목회자들은 웬만하면 국가의 먼 미래를 보고 현 정부가 바른 길을 갈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그런 소박한 충정은 점점 어리석은 것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과 함께 기독교는 참으로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너무 부끄럽고 통탄스럽습니다.
누구를 탓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와 평화의 현실에서 우리의 죄악을 봅니다. 우리는 시커멓게 타버린 용산의 주검 앞에서 우리 스스로 최소한의 공생의 원칙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스스로의 타버린 양심을 목도합니다. 부엉이 바위에 묻어 있는 핏자국에서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진 예수의 죽음을 봅니다. 하나님의 양떼를 돌보라는 하늘의 명령 앞에서 한없이 게으르고 무능했던 우리의 죄악이 너무 큽니다. 정권의 잘못 때문에 억울하게 찔리고 상처 입은 모든 이들에게 대신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
정권은 유한하고 역사와 교회는 영속합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 놀랜 눈으로 다시 기도의 자리를 잡고자 합니다. 역사 앞에, 민족의 미래 앞에 속죄의 기도를 올립니다. 불의한 정권에 의해서 억울하게 고통당한 이들에 대한 중보의 기도를 올립니다.
그리하여 우리 목회자들은 다시 이 역사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기도의 행진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독재의 망령이 넘실대는 이 땅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회복되는 새 역사를 주시도록, 국민의 소리, 하늘의 음성에 귀 막는 정권으로 인해 더 이상 역사 전체가 더 깊은 불행의 늪에 빠지지 않는 길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는 평화의 왕이신 주님께서 대결과 전쟁으로 결코 평화는 만들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어리석은 통치자들에게 주시기를 기도하되, 정녕 깨닫지 못하는 이들은 그 위험한 자리에서 내치시는 하늘의 뜻을 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권력의 도구로 길들여진 국가 기관들,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국민을 배신해 버린 타락한 기관들이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저들을 조정하는 더러운 손들이 멈추어지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또한 온갖 요설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썩은 언론들의 회개를 위해 성령님의 인도를 기원할 것입니다.
우리는 허황된 개발의 논리로 생명세상을 파괴하고 죽음의 길로 내닫는 모든 이들이 생명의 길로 돌아설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이며 용산에서 죽어간 이들의 억울함이 풀리고 진실이 밝혀 질 수 있도록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든 정파, 사회 세력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소한의 민주적 원칙 위에서 정의 평화 창조세계의 보존을 위해 함께 일하는 그런 나라를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주여, 이 나라와 민족을 긍휼히 여기셔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소서
2009년 6월 18일
한국교회 목회자 1000인 선언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