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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보도에 대한 수정보도
작성자 clipboard     게시물번호 15224 작성일 2021-09-06 18:36 조회수 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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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5 일 오후, 카타르 수도 도하 교외의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검은색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SUV 한대가 들어섰다. 이 차량은 마치 모르는 집을 찾기라도 하듯 시속 20 km 정도의 느린 속도로 골목 안을 천천히 움직이더니 잔디대신 나무톱밥이 마당에 깔린 어느 듀플렉스 앞에 정차했다. 

 

잠시후 그 SUV 뒷자리에서 60 대 중반으로 보이는 백인사내 한 명이 하차했다. 감색정장 차림의 이 백인 노신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저고리를 벗어 어깨에 걸쳤다. 더운 모양이었다.  

 

그때 듀플렉스 한 쪽 유닛의 출입문이 열리며 건장한 체격을 지닌 두 명의 중동계 사내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한 눈에 보기에도 요인을 경호하는 무술경호원들 처럼 보였다.

 

그들 중 한 명이 잠자코 백인 노신사를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자세를 취하자 백인 노신사는 그의 제스처를 따라 두 팔을 벌렸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다가오더니 능숙한 솜씨로 노신사의 몸을 더듬어 내려갔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들은 노신사를 듀플렉스의 다른 쪽 유닛으로 안내했다.       

 

유닛 안에서는 둘둘 만 헝겊떼기를 머리위에 얹고 있는 하얀색 원피스 차림의 초로의 중동계 사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소파에 앉은 채 집안에 들어서는 백인 노신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중동계 사내가 턱짓으로 맞은 편 소파를 가리켰다. 중동계 사내가 거만해 보이는 표정과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백인 노신사 방문자는 뭔가 초조하고 비굴해 보였다.

 

이 듀플렉스는 탈레반 고위인사 중 한 명인 Abdul Ghani Baradar 가 머물고 있는 안가였다. 탈레반 고위인사가 머물고 있는 이 안가에 황급하게 찾아온 백인 노신사는 카불에서 철수작전을 지휘하고 있던 미국군 해병대 사령관  Kenneth F. McKenzie Jr. 였다.

 

미국군 해병대 사령관 메켄지 주니어는 적군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Baradar 에게 아직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는 미국인들과 현지인 조력자들이 무사히 탈출할 수 있도록 선처해달라는 구걸을 하기 위해 몸소 비행기를 타고 카불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날아온 것이었다. 

 

그는 1956 년 생으로 올해가 은퇴하는 해인데, 그의 군경력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작전을 수행하면서 굴욕적 항복문서를 적장에게 전달하고 선처를 부탁하는 것으로 군생활을 마감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잘 알다시피 76 년 전 이 날 8 15 일은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이 일본을 상대로 벌인 동아시아-태평양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제 2 차 세계대전을 끝낸 승전기념일이다. 말이 연합국 승전기념일이지 사실 이 날은 미국의 단독 승전기념일이나 다름없다.

 

하필이면 미국의 역사적인 승전기념일에 미국이 적군, 그것도 지금까지 미국이 상대해 온 적군 중 가장 빈약한 무장을 갖춘 부랑자집단 비슷한 거지부대에게 이토록 완벽한 참패를 당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초 미국은 비전투원 및 민간인 철수 매뉴얼에 따라 4 주 정도에 걸쳐 여유있는 철수작전을 수행할 계획이었다. 철수작전의 마지막 날은 8 15 일 그 주말로부터 정확히 4 주차 토요일이 되는 9 11 일로 한다는 낭만적인 플랜을 짜고 있었다.

 

철수 마지막 날이 될 9 11 일에 방송을 통해 들려줄 암호노래까지 내정했다는 설도 있었다. 사이공 철수작전 때는 4 월에 개뚱딴지같이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틀어대는 바람에 암호노래를 못알아들은 사람들이 많았던만큼 이번에는 아마도 9 월을 상징하는 노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미국의 이런 낭만적이고도 여유있는 철수작전계획을 모조리 수포로 돌리고 그 날 현지 작전사령관이 적장이 있는 곳까지 황망하게 날아가 카불진입을 늦추고 공항안전을 보장해 달라는 부탁을 할만큼 상황을 급작스럽게 악화시킨 주범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당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었던 아슈라프 가니였다. 그가 행선지도 알리지 않은채 갑자기 도주하는 바람에 카불외곽을 방어하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정부군과 카불시내 경찰지휘체계가 순식간에 붕괴했다. 이런 예기치 않은 돌발사태가 벌어지자 미국은 혼비백산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탈레반 측에 의해 미국의 도하구걸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미국은 카불에서 자기들의 비전투원 및 민간인 철수작전 교범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미국의 철수작전교범이란 민간인소개훈련 매뉴얼을 의미하는데, 현지에서 계약한 대형버스들을 렌트하여 탈출비행기들이 대기하고 있는 비행장까지 철수대상인원을 육상교통수단으로 수송하는 작전이 그것이다.

 

사실 이런 형식의 철수작전은 미국군이 아직 철수공항이 있는 도시전체를 도시외곽방어를 통해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이지만, 카불에서와 같이 이미 적군이 공항소재도시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탈레반 지도부의 최종결단에 따라 미국이 원했던 방식의 카불시내-공항간 버스수송작전이 비교적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일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이 공항으로 향하는 철수인원들이 탄 버스를 에스코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것은 혹시나 탈레반 지도부의 결정이 하부단위에서 지켜지지 않고 불상사가 날 것에 대비하기 위해 지휘부가 버스수송루트에 경비병력을 파견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탈레반 지도부가 미국측의 요청을 최종수락하고 그들이 결정을 공식실행하기 전 까지는 철수대상인원들이 난민들과 뒤엉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공항까지 제발로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과 탈레반의 철수형식에 대한 최종합의를 지난 달 22 일 아프간 관련국 차관회의를 통해 연합국 정부에 전달한 사람이 국무부 부장관 웬디 셔먼이다.   

 

오늘 한국 주요매체 보도를 보면 사태의 전말이 어떻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도 웬디 셔먼의 기지와 아이디어로 (한국으로 데려온 아프간 조력자들이) 카불시내에서 공항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느니, “셔먼 장관 (장관이 아니라 부장관인데 한국의 어느 주요매체는 셔먼 장관이라는 호칭을 반복해서 쓰고 있다)이 자신이 힘들었을 때 한국정부로 부터 받았던 특별선물에 대한 답례를 톡톡이 돌려 준 것이라느니 하는 괴상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다.     

 

, 웬디 셔먼 부장관은 그의 흰머리카락으로 인해 백발마녀(grey haired witch)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한국정부가 수행한 미라클 작전이 어떤 배경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지 정확하고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보도를 해야 하는데, 밑도끝도 없는 엉뚱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는 한국의 일부 주요매체들을 대신해서 조금 수정보도를 해 보았다.  

      

2021. 9. 6 18:00 (MST) sarnia (clip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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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pboard  |  2021-09-0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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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작자들이 정장입고 정치권에나 기웃거리는 것을 즐길 뿐, 분쟁지역에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카불현장에는 한국매체 직접파견기자 제로라는 어처구니없는 기록이나 남기고 있으니 저런 엉터리 소설기사가 나오는 것 입니다.

제가 지난 번 글에서 밝혔듯이 미라클 작전을 결단한 한국정부와 관련 공무원들의 노고에 대해서는 격찬을 아껴서 안 될 일이나,

혹시 정부관계자가 만의 하나 한국정부와 미국 국무부의 친화관계를 강조하기위해 저 게으른 기자들에게 웬디 셔먼 부장관 관련 스토리를 의도적으로 각색해서 전달한 것이라면 실망을 금치 못할 일일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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