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과 이명박
1. 사물을 분류 (classification) 한다는 것
사물을 인식하고 분류하는 작업은 학문의 영역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일상 생활에서 한시도 쉬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보며, 촌스럽다, 못생겼다, 무식하다, 가난하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분류 (classification)에서 자신을 잘났다, 자상하다, 멋지다라는 자아도취적인 분류를 끊임없이 합니다. 좌빨이니, 좌파니, 친북주의자니 하는 것도 이러한 분류의 한 방법이며, 이러한 분류를 통해서 사람들은 사물을 인식하며 이해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런 분류는 사물인식과 이해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타자를 공격하고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종이기도 합니다. pioneer님을 제가 또 거론하게 되었는데, 이 분의 발언들은 이런 이데올로기를 표상하는 예를 참 많이 가지셨기 때문입니다. 가령, 아래 댓글에서 이 분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김정일에게 비난할 힘을 없어도 내 나라의 대통령을 향한 저주의 말은 힘차게 할 수 있는 그 용기가 참으로 가상합니다. 아무리 말의 기교를 부린다 하여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읽노라면 얼마나 저질스러운지 상상이 됩니다. <중략> 독재에 항거하고 자유를 외치고 민주주의 위해 항거하던 그 시대에 휴교령에 학교 정문에는 전차와 군인이 가로막고 경찰이 교내에 진입해 있던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은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아니지요. 그들에겐 김정일은 민주주의 수호자요 이명박은 독재자이지요. 좀 이상하지 않나요?”
pioneer님의 댓글을 보면, 한국의 극우 이데올로기 생산자들인 조갑제, 김동길, 지만원, 그리고 “변듣보” (좌빨인척 하다가 다시 깝죽대며 우빨 행세를 하다가 엄청 쪽 팔리고 찌그러든 자)의 이념적 세계관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아군과 적군의 분류를 통해서 안도감을 갖거나 자기가 속한 집단을 보호하고자 합니다.
2. 권위적인 극우와 극좌는 동질 (同質)
토마님께서 인터넷으로도 다운받아 읽을 수 있는 자료를 링크해 주셨는데 앞의 50 쪽을 좀 읽어보니 제가 공감하는 바가 많았습니다. 감샤합니다. 전 사회심리학은 전혀 모르지만, 알트마이어가 언급한 Bruce Hunsberger 논문은 두어 편 읽은 적이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http://home.cc.umanitoba.ca/~altemey/
밥 알트마이어 (Robert Altermeyer)는 그의 책 The Authoritarians에서 우파적 권위주의자나 좌파적 권위주의자나 사실은 심리학적으로 같은 성격의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개념적 확신은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눈이 또잉 커졌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파적 권위주의자란 기성 체제의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이라고 볼 때, 과거 소련의 공산주의나 현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의 권위에 복종하는 사람들 역시 우파적 권위주의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쉽게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북조선의 김정일과 김정일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아무리 사회주의 혁명이 어떻고 저떻고 해도 결국 현 체제 유지를 지지하는 우파적 부류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우파적 권위주의 (right-wing authoritarianism)의 개념을 한국 사회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누가 우파적 권위주의자일까요? 고매하신 경제 대통령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명박이 독재자라고 하면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독재자 하면, 박정희나 전두환같이 총칼 들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죽이는 흡혈귀 같은 사람들만 연상하는 모양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인 조쥐 따브유 부쉬가 극우 권위주의자이며 그를 지지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바로 우파적 권위주자라는 것은 많은 동의를 얻고 있는 바입니다.
지난 수십년 간 반독재 민주화를 외친 민주 열사들의 피로 세운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의해 기반을 제대로 다지기도 전에 희대의 불소통아 이명박이 나타나 평화적 촛불시위마저 불법으로 막고 명박산성을 쌓아 올리며,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전경을 동원해서 물대포로 쏘아대고, 또 미디어 법을 만들어 우파 재벌 언론을 더 키우고, 우리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인터넷 사용자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명박 같은 우파적 권위주의자가 만일 북조선 같은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 성장했다면 저 “악랄한 뽈갱이” 김정일보다 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른바 남한같이 민주화 된 사회에서조차 이 모양이니 이명박이 북조선의 경애하신 장군님이 되었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휴, 생각만 해도 끔직합니다. 자신의 별명이 불도저도 아니고 불도저와 컴퓨터의 결합인, 컴도저라고 자찬합니다. 그런 사람이 경애하신 장군님이라면……. 아~ 생각을 말자. 원, 민망해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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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김정일이 남한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오히려 이명박보다는 낫지 않았을까요? 그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또 예술에도 나름대로 조예가 있다고 하던데요 (~카던데요). 주체사상에 입각해서 한국 영화살리기에 더 힘을 쓰지 않았을까요?
만일 김정일이 남한의 대통령이 되었다면, 조폭 두목같은 유인촌을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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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마이어의 논지를 따른다면 (이제 막 책의 앞부분을 읽었지만), 체제만 달랐지 이명박과 김정일은 같은 부류의 우파적 권위주의자들이며, 그를 열광하는 남한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이명박 장로교회를 포함해서)과 북한의 린민들은 같은 부류로 분류해도 별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다른 체제와 다른 정도의 사회구조적 차이일테죠.
이런 우파권위주의는 단지 지정학적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느 시대나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며, 또 현 시점에서도 잠재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무솔리니의 파시즘이나 히틀러의 나찌즘, 스탈린의 공산주의, 김일성의 주체주의, 남한의 반공독재 모두 권위주의적 지도자와 거기에 무조건 복종하는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 합작품입니다.
3. 민주주의 구출하기
민주주의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희생과 피땀으로 오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이상이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갈 때에 세상은 더 나은 세상이 되겠지요. 정치학자 존 롤즈 (John Rawls)가 정의론 (theory of justice)에서 말했던가요? 이 세상에 천부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혼자서는 도무지 없는 장애자에게까지 복지 혜택이 제대로 이뤄지는 사회, 그런 사회를 꿈꾸며 산다면,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이명박같은 가짜 경제 메시아는 나오질 않을 것입니다. 위의 동영상을 보시면, 그는 정치 철학이 없는 자가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품성이 없는 자입니다.
민주주의의 길은 아주 쉽지만 어렵습니다. 우리가 민주시민으로 제대로 성장할 때 가능한 일이겠죠. 우파 권위주의자들을 생산해 내는 기독교 교회나 불교의 절의 민주화도 그 일부가 될 수 있겠지요. 혹시 절 보고 화내실 기독교인들이 계시다면, 알트마이어어의 공짜 인터넷 책을 다운받아 제 4장 Authoritarian Followers and Religious Fundamentalism을 읽어 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서 링크를 다시 달아 드립니다.
http://home.cc.umanitoba.ca/~altemey/
오늘도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