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렬 (미주 주간현대, 샌프란시스코)
dyk47@yahoo.com
요즘 서울에서 한창 회자되고 있는 말 가운데 관심을 끄는 ‘국가브랜드’ 라는 단어다. 재외 동포에게는 더욱 생소한 단어이지만 그렇게 희소한 말은 아니다. 한국에서 시급히 나온 이 단어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정부의 풀기 힘든 숙제였다.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3위지만 ‘Korea’ 라는 국가 브랜드는 지나치게 저 평가 되어 있다. 세계국가브랜드 조사위에 따르면 국가브랜드를 결정하는데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크게 나누면 국가경제단위, 문화발전, 노사관계, 외국인 선호, 인종차별, 인권정책, 대외원조, 관광자원 등등으로 나누어 채점한다.
한국의 국가브랜드는 몇 위인가?
실제 들여다 보면 놀랠 만큼 중하위에 머물고 있다.
2008년에는 독일, 프랑스, 영국이 1~3등이고 일본이 5위, 미국이 7위, 인도가 27위, 중국이 28위 인데 비해 한국은 33위에 머물고 있다.
이집트가 31위이니 모슬린국가 수준에도 못 미쳤다.
경제대국 13위가 국가브랜드 33위라는 현실에 놀란 한국정부는 불야 불야 그 대비책 마련에 크게 고심하고 있다.
한국이 가장 적은 점수를 받은 부분이 인종차별과 외국인에 대한 우호관계에서 아주 바닥을 기고 있다.
경제 활동과 제품생산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어도 인종과 인권문제에서 떨어진 점수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다.
사실 경제활동이나 신상품 개발 등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며 설비투자에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반면 인종차별이나 인권문제는 국민들의 마음먹기에 따라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데 한국의 경우엔 쉬운 길은 놓아두고 어려운 길만 질주한 셈이다.
그러면 왜 국가브랜드가 중요한가?
국가브랜드가 높은 나라의 상품은 제 값을 받는 반면에 그 반대의 나라는 똑 같은 상품 또는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제 값을 못 받고 있다.
한국 현대자동차가 아무리 우수해도 동급의 일본 차 값을 받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자동차 메이커의 실력 차이보다 국가브랜드의 차이에서 오는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도 자동차를 살 경우 스스로 자문해 보면 어렵지 않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이나 세계를 상대로 상품을 팔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 회사들이 자사의 이름은 악착같이 선전하지만 ‘Made in Korea’라고 광고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삼성(Samsung) 휴대전화기의 경우 대부분 소비자는 일본제품으로 오인하고 있다.
세계 상품 조사위에 따르는 삼성이 한국회사로 알고 있는 구매자는 10%인데 비해 일본회사로 알고 구매하는 숫자가 55%를 넘는다고 한다.
이런 수치를 보면 왜 삼성이 한국제품이라고 열심히 선전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결국 모른체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굴러 가는데 굳이 ‘Korea’ 라는 이름을 알려서 손해 보는 정책을 펼칠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대부분 회사들은 추락한 국가브랜드 때문에 약 10%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과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 일본이 139달러에 팔면 한국 상품은 100달러에 팔려 디스카운트 코리아(Discount Korea)를 당한 것이다.
국가브랜드를 올리려면
그러면 어떻게 해야 ‘Korea’라는 국가브랜드를 세계 15위 목표 수준으로 올릴 수 있겠는가? 그 해답은 여러 면에서 구해야 하겠지만 확실한 결론은 한국 내 활동만으로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브랜드 최전방에 있는 세계 재외동포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한국정부가 절실히 국가브랜드를 개선하려면 한국 내 탁상공론 대신 재외동포들과 함께 일을 하지 않으면 반쪽 브랜드 개선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다.
한국정부는 동포들 앞에서 항상 해외 7백50만 동포를 큰 자랑스러운 국가자산이라는 말을 빠트리지 않고 한다.
코 앞에선 눈이 가려울 정도로 듣기 좋은 말을 하지만 정작 함께 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찬밥 먹이기 일 수다.
이번 국가브랜드 문제는 본국 국민과 재외동포가 함께 일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국정부가 앞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아직까지 들어나고 있지 않지만 동포활용 정책이 우선적으로 개발되기 바란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끼리’정책에서 과감히 튕겨나와 한민족이 하나되어 ‘Korea’라는 국가브랜드를 선진국 수준까지 올리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지난 7일 고려대학교 총장을 지낸 어윤대 대통령직속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재외동포 언론인 대회에서 재외동포들과 언론에 협력을 요청한 만큼 동포들이 협조 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정부는 먼 곳에서 해답을 찾지 말고 최전선에서 애국심 넘치는 재외 동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진솔하게 재외동포들을 안고 간다면 동포들은 자기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도우려고 할 것이다.
한국정부와 국민은 국가브랜드가 낮다고 불평하기 전에 보다 소중하게 인간의 가치를 존중하는 시민의식 정책과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글로벌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