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께 새 PR 카드를 신청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다. 거주 의무 일수를 못채워서 여러가지 보충 서류와 함께 제출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캐나다 이민국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것 같다.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올 때마다 트럭을 주차하고 멀찍이 떨어진 출입국 사무소까지 걸어 가서 따로 심사를 받고서 한참 시간을 허비한 이후에야 겨우 풀려난다. '너 어디 캐나다 이외의 곳에서 산 적 있느냐?' 같은 질문을 받고 내 여권을 꼼꼼히 조사한 후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보내 준다.
땡볕을 맞으며, 혹은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출입국 사무소와 주차장 사이 꽤 먼 거리를 왔다갔다 시간을 낭비하니 화가 나고 짜증이 솟구친다.
아니, 사실은 전혀 화가 안난다. 짜증이 나지 않는다.
현대 심리학은 너무 화를 참지 말라고 한다. 적당히 분노한 감정을 드러내야 정신 건강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와 자이나교에서는 다른 소리를 한다. 화를 내는 신자는 적정 수준에 이루지 못한 수행자로 본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에 화낼 만한 일이란 건 없다는 견지인것 같다. 일체유심조니 제행무상이니 색즉시공이니 하는게 다 이런 경지에 이르기 위한 말인 것 같다.
어느 신자가 법륜스님께 물었다.
'인공 지능 AI 도 부처가 될 수 있습니까?'
법륜 스님이 답했다.
'물론이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봐라. 아무리 운전자가 내비게이션의 말을 무시해도 절대 화내지 않는다. 이는 바로 부처의 경지다.'
최근 불교에 관심이 가고 있다. 요즘 어설픈 보살 흉내를 내면서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화내고 짜증 내는 일도 줄었다.
앞에 위험하게 끼어든 자동차를 보면서도 '뭐 바쁜 일이 있으신가 보다' 하고 화를 안낸다. 트럭스탑에서 주유를 마친 후 내 앞에서 꾸물럭거리는 운전사를 보면서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 캐나다에 들어올 때마다 시간을 허비하지만 화나지 않는다. 짜증 나지 않는다. 오히려 내게 부족한 운동을 강제로 시켜 주는 고마운 기회라고 여긴다.
부처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