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렬 (미주 주간현대, 샌프란시스코)
dyk47@yahoo.com
미국에서 가장 국론을 분열 시키는 것이 무엇일까.
아마도 인종차별과 낙태허용이 아닐까 싶다. 이 두 가지 중에서도 인종차별이 터지면 그 폭발성이 강해 걷잡기 힘들다.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민감한 사안인 동시에 문제 해결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도 심각성을 더 해 준다.
오바마가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 되면서 언젠가 흑인을 두둔하는 인종문제에 부딪칠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 주에 일어난 흑인교수 체포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의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기 시작하자 뒤늦게 대통령은 소화에 전력하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덫에 오바마 자신이 스스로 걸린 이번 사건은 사실 오바마의 의도적인 실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오바마의 친구인 한 흑인교수가 집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찰과 빚어진 충돌은 오바마에 의하여 확대된 것이다.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 대통령은 경찰관의 행동을 ‘바보 같은 짓거리’라고 말하자 관련경찰관들은 물론 일반 백인들도 상당히 모욕적인 말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 교수를 체포한 경찰은 발틱해에 위치한 에스토니아계 백인으로 알려져 전형적인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피해자로 그림이 그려졌지만 대통령이 이런 사소한 사건에 까지 간섭하면서 대통령의 위상에 적지 않게 흠집이 났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말에 대한 평을 요구 받은 경찰관은 “대통령이 이런 동네 일에 간섭하지 말고 주어진 일이나 잘 하라”는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다수 백인에 동조하는 언론이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오바마의 입장이 적지 않게 어려워졌다.
잘못을 시인한 대통령
오바마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잘못에 대한 빠른 시인이다.
오바마는 이번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탐지 되면서 재빠르게 잘못된 단어를 선택했음을 시인하고 그리고 관련 경찰과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의 진의를 전달했다.
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어서 이번 사건의 관련자 3명이 백악관에 모여 맥주나 한잔하자는 약속까지 잡았다.
경찰에 체포 당했던 교수도 찬동함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세 사람이 맥주를 마시며 화해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오바마는 인종문제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위치에 몰릴 수 있는지 재확인 했을 것이다.
인종문제가 터지면 백인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자기를 몰아붙일 것이라는 결론도 얻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하나의 사소한 사건으로 생각하기 보다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부각시킬 속셈이 있었지만 사건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보이면서 빠르게 꼬리를 내린 인상이다.
하여튼 이번 사건으로 백인들은 단결된 힘을 보여 준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 잠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수습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백인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문제에는 대통령에게 절대 양보하지 못한다는 경고를 제대로 보낸 것이다.
미국의 정치는 어떤 심각한 문제가 터져도 잘 수습된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잘못을 시인하고 그 바탕 위에서 해답을 찾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력
이번 사건이 한국에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똑 같은 대통령 중심 권력구조를 갖고 있는 한미 양국의 대통령을 비교하고 있다.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양국의 대통령의 차이가 무엇일까.
미국대통령의 권력은 아마도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말할 만큼 절대적이다.
절대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이 정치학의 기본이다. 권력이 강해지면 반드시 부패로 이어 지고 이어서 권력투쟁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들이 부정 부패에 휘말린 사건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번 사건에서도 본 것처럼 대통령이 자신을 잘못을 재빠르게 시인하자 미국 언론들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고 있다.
잘못을 용서해주자는 논리보다 잘못을 시인했는데 더 이상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면 언론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나고 싶었을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언론계 전문가들의 진단이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국민 모두가 더 이상 이런 시시콜콜한 동네문제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는 시그널을 보냈기 대문이다.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권력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의 여론인 것이다.
국민이 싫어하면 자기주장이 옳다고 해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을 존중하는 정치인 것이다.
이런 미국 정치와 비교해 한국의 정치 상황은 매우 극단적이다. 미디어 법 처리과정에서 보듯이 야당은 여당의 주장을 무조건 반대한다. 야당은 여당을 절대 악(惡)으로만 생각한다. 여당의 주장에는 귀를 막고 자기주장만 관철 시키려 한다. 미디어 법의 본질을 이해 하려는 노력보다 여당이 상정하니 무조건 나쁜 법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자신의 주장은 선(善)하고 반대 당의 주장은 나쁘다는 이분법만 있는 것이다.
이런 정치에서 나올 수 있는 산물은 오직 물리적 충돌과 증오만 남길 뿐이다.
맥주와 소통
지금 미국 여론이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고 한다.
새 대통령에 대한 환상에서 조금씩 깨어 나고, 경제위기가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다 보니 대통령에 대한 불평의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 오바마의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실업자 50만 이상 매달 양산 되고, 집을 빼았기는 사람도 줄지 않고 있다.
실업자가 늘고 집 차압이 줄지 않고 있다는 의미는 정부가 그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퍼붓고 있지만 그 결과는 허공에 삽질하는 것처럼 미미하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니 오바마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을 것이다. 이번 경찰관에 대한 직선적인 표현도 아마도 자신의 불편한 속내를 보인 것이 아닐까.
경찰관과의 대화과정에서 오바마는 경찰관이 제의한 “맥주나 한잔 하며 풀자”는 제안을 기꺼이 받아 들였다. 어쩌면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가운데서 누가 거들어 주었다면 그것도 매우 현명한 일이다. 미국인은 상황이 어려울수록 여유를 보이고 대화로 어려움을 넘기는 지혜를 보이고 있다. 맥주와 소통의 시간은 그들만의 화해가 아닌 흑백의 화해로 발전해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