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옛 생각이 나는군요.
같이 방콕에서 일하던 친구가(고등학교 동창) 메모 남겨놓고 사라졌어요. "북부로 간다"는 한마디 남겨놓고.
나도 방랑벽에 역마살이 있어 그 친구 이해합니다. 저러다 지치면 돌아 오겠지.
그런데 약 2주쯤 지나 친구 집에서 국제전화가 옵니다. 친구 부인에게 이실직고 했더니 "찾아봐야 되지 않겠냐”
잠시 후 친구 어머니에게 국제전화가 또 옵니다. 친구는 웬만큼 먹고 살만한 집 독자이자 장손입니다.
친구 어머니도 걱정을 하면서 “찾아 봐 달라고.”
창마이 가서 통하지 않는 태국말에 body language까지 섞어 가며 안내인 한 명 구해 친구 찾아 고산족 마을을 헤멨습니다.
고산족 마을을 5일 정도 헤매던 어느 날 카렌족 사는 마을을 올라가는데 우리나라 외양간 비슷한 곳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고산족 여자와 앉아 있는 친구를 발견했습니다.
그 때가 아침이었습니다. 해가 떠오르고 풀잎에 이슬이 아직도 바지 가랑이를 촉촉히 적시는 아침, 서늘한 공기가 기분 좋게 뺨을 어루만지는
아침, 모닥불에 올려 놓은 깡통에서는 물이 끓고 있었습니다. 친구는 나를 보더니 싱긋이 웃으며 두어시간 전에 만났던 사이처럼 “커피 마실래?”
웃통 벗고 목에 수건 한 장 걸친 친구 손에는 반쯤 탄 담배가 들려 있었고. 담배를 바라보는 나를 쓱 쳐다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맛 있게 한 모금 빨고. 그게 보통 우리가 피우는 담배는 아니지요.
울고 불고 하는 카렌족 여자를 떼어놓고 친구와 방콕으로 돌아 왔습니다.
이젠 역마살 방랑벽 꼭꼭 묶어 놓고 알버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족쇄에 묶어 꼼짝 못하고 고작 1년에 한번 여행 할까 말까 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처량한 신세지요. 그게 인생일까요?
하여튼 강현님 여행 잘 하고 돌아오세요.
>서울행 왕복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내 경험으로는 지난 20 년을 통틀어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에드먼턴 출발 편이 에어캐나다는 900 불 대, 꼭두새벽에 시애틀로 날아가 아시아나항공을 탄다면 800 불 대에 한국을 갈 수 있다. 나는 가고 오는 날 조건이 맞는 대한항공을 구입했는데 KAL 리무진 티켓을 포함해1000 불이 약간 넘는 정도다. 유류할증료가 폭등했던 작년 10 월 보다 무려 500 불이 싼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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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oplan을 통해 인천-치앙마이 비행기표도 구입했다. 에드먼턴-밴쿠버-인천 왕복은 에어캐나다와 대한항공 이코노미 석으로, 인천-홍콩-방콕-치앙마이 왕복은 타이항공 비즈니스 석으로 각각 이동한다. 취소했던 당초 계획을 다시 살려 고산족들이 사는 태국 북부 산악지대나 미얀마 접경지대를 트래킹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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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부는 집어 치웠다. 중국은 이번에 안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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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라에 들어가려면 비자가 필요한데 캐나다에서는 오타와 토론토 밴쿠버 캘거리 네 군데에서 비자를 발급한단다. 비자수수료는 50 불인데 여권을 택배해야하므로 그 요금을 합쳐 약 150 불이 든다고 한다. 중요한 여행을 앞두고 여권을 택배해야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렇다고 비자를 받으러 캘거리까지 일부러 갈 마음도 없다. 어차피 그 날 받아 다시 에드먼턴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express 추가요금 50 불을 더 내야 한단다. 거기다 캘거리 주재 중국영사관은 당나라 관공서답게 하루에 딱 세 시간만 근무한다고 웹사이트에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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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귀찮으면 한국에서 중국까지 배를 타고 가 선상비자를 받으면 되지만 만 하루가 걸린다는 배를 타고 다닐 만큼 시간여유가 많지 않다. 내년이든 후년이든 이것 저것 다 감수하고도 중국에 꼭 가야만 하겠다고 필이 꽂히면 그 때 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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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비자 같은 것 없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해 주는 태국에 또 간다. 작년에는 대도시 방콕에서 날라리처럼 즐기고 놀았다면 올해는 북부 산악지대의 정글에서 ‘유격대’처럼 고생 좀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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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 시 20 분 인천을 출발해서 홍콩에 한 번 기착하고 방콕에 도착한 뒤 태국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치앙마이로 날아간다. 치앙마이 도착시간은 저녁 식사 무렵이다. 이 날은 호텔에 체크인 하자마자 장비를 점검하고 행사담당 기획사로부터 최종 일정과 팀원 리스트, 필요한 주의사항 등을 전달 받아야 한다. 트래킹 팀원 수는 대체로 한 차로 이동이 가능한 4~6 명 정도다. 트래킹 팀 인솔은 반드시 Jungle Tour Club of Northern Thailand 회원자격을 갖춘 전문 가이드만 할 수 있다. 영어 등 언어소통능력은 물론이고 First Aid/CPR 자격증도 있어야 한다. 기획사는 출발 전 지역 관광경찰 당국에 출발인원과 이동경로, 일정을 신고해야 하고 팀원 각자의 귀중품은 숙소에 보관하고 영수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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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있으면 트래킹을 시작하기 전에 치앙마이대학 내에 있는 부족연구소에 가서 그들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자료를 보거나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치앙마이에 딱 이틀 머물 예정이므로 그럴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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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자동차로 정글지대 초입까지 가서 2 인 1 조로 팀을 짠 뒤 코끼리로 갈아타고 일정한 고도에 이르면 여기서부터 내려서 산악행군을 시작한다. 도보 트래킹 시간은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1 박 2 일의 경우라면 가는 날 5~6 시간 오는 날 3~4 시간 해서 약 10 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태국 북부 산악지대는 열대정글임과 동시에 일교차가 심해 기후적응이 쉽지 않은 지역이다. 낮에는 남부 못지 않게 몹시 더운 반면 해가 떨어지면 한국의 가을 저녁처럼 기온이 내려간다. 보온장구와 여분의 생수, 초콜릿, 선 스크린, 염장육포(소금대신), 판초우의, (양아치 형 야구모자가 아닌)챙이 넓은 모자, 바르는 모기약, 랜턴과 배터리는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휴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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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신비가 감도는 산중 깊숙이 들어가면 카렌, 라후, 야호, 아카, 메오, 리수 라고 각각 불리는 6 대 고산족의 마을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고산족 촌락에는 전기가 없다. 그러므로 전기가 있어야 가동되는 나머지가 모두 없다고 보아야 한다. 다른 문명 속에서 그들과 어울려 하룻밤을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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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올 때는 메탕 강 줄기를 따라 대나무 뗏목이나 rubber boat를 타고 노를 저으면서 코끼리나 물소로 갈아 탈 지점까지 내려온다. 아, 참. 트래킹의 여러 가지 코스 중 장거리 산악행군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주로 메탕강을 대나무 뗏목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선택해도 무방할 것이다. 배로 이동하는 거리가 많은 만큼 산악행군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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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정글 계곡을 이루고 있는 매탕강을 뗏목을 타고 오르내리다 보면 무슨 상념이 떠 오를까?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Apocalypse Now)에서 Willard 대위가 Kultz 대령을 제거하기 위해 장도에 올랐던 그 강이 생각날까? 아니면 순도 100 % 의 헤로인 생산지로 유명한 미얀마 접경지역을 몰래 왕래하던 마약상들을 떠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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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태국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긴 했지만 솔직히 기억에 남는 게 개뿔도 없다. 여행을 근본적으로 잘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다른 식의 여행을 해 보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본격적인 골든트라이앵글 정글 투어와는 달리 고산족 트래킹이 별로 비싸지가 않다는 것이다. 1 박 2 일 행사비가 1 인당 1200 바트다. 캐나다화로 30 불이 좀 넘는다. 한 시간 정도 타고 갈 코끼리에게 줄 바나나 값과 고산족 주민들에게 거두어 줄 산(生)돼지 바비큐 값을 합해봐야 50 불이 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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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군대에서 유격훈련도 받아보았고 24 시간 100리 행군을 해 본 경험도 있고 설악동-대청봉-오색을 10 시간에 주파하기도 했던 실력이니 별 어려움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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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이트가 개 중 organize가 잘 된 기획사 사이트인데 여기서 코스와 가격을 참고하면 되고 실제 기획사는 스스로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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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iangmai1.com/world/index.html?http://www.chiangmai1.com/world/2dsp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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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trek is most suitable for young people, not so for elders or families with young 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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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코스들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young people이란 혈압 맥박 등 평상시 vital 이 정상이고 다소 과격한 활동을 하는데 지장 없으면 다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나이에 관계없이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한다거나 푹신한 침대와 더운 물 나오는 샤워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하룻밤도 지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코스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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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느 여행사이트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를 “아이들에게 하룻밤쯤 고생하게 하여 고산족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같이 체험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자”고 하셨는데……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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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른이고 이런 여행을 통해 인간이 각각 다른 문명과 문화 속에서 존재하고 생활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사고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그거야 교훈이 되겠지만, 아이들을 이곳에 데려와 ‘고산족은 원시인’이라는 편견으로 그것을 통해 상대적 우월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습관을 들인다면 내 생각에는 여행도 망치고 그 아이도 망칠 것 같은데……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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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참고로 나는 Air Canada Aeroplan Miles를 주로 한국에서 동남아 갈 때 사용한다. 싱가폴이고 자카르타고 세부고 하이난이고 홍콩이고 중거리 노선의 비즈니스 클라스가 불과 30000 마일로 커버가 되기 때문이다. 캐나다 한국구간의 비즈니스 클라스는 에어캐나다가 11 만 5 천 같은 스타 얼라이언스인 아시아나가 10 만 5 천이다. 이코노미 (7 만 5 천)와 비교해서 공제마일이 많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이 구간의 비즈니스는 죽어라고 예약 안 떨어지기로 유명하다. 아무튼 인천-홍콩-방콕-치앙마이 왕복에 낸 수수료와 세금은 모두 합해 32 불 40 센트다. 우하하 32 불 내고 비즈니스 타보긴 또 난생 처음일쎄. 돈 안들이면서도 좀 편하게 동남아여행하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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